중공업·건설 부문도 재편.. 속도 내는 '이재용의 삼성'

김찬희 기자 2014. 9. 2. 05:2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삼성重·삼성엔지니어링 합병 결의 안팎

한동안 잠잠했던 삼성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에 다시 불이 붙었다. 삼성의 사업구조 개편은 계열사를 떼고 가르고, 붙이는 작업이다. 잘되는 사업, 성장 가능성이 있는 사업을 강화해 더 강력하게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게 겉으로 드러난 목적이다. 여기에 복잡하게 얽힌 순환출자 구조를 간결하게 만들고, 취약한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진 일련의 작업으로 삼성그룹은 순환출자 구조를 상당부분 단순화했다. 전자·부품소재 분야 계열사를 삼성전자 밑으로 일목요연하게 모았다. 사실상 지주회사 격인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상장도 결정했다. 이제 남은 것은 중공업·건설 분야 계열사를 정리하는 것이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1일 이사회에서 합병을 결의했다. 합병 비율은 1대 2.36이다. 삼성중공업이 신주를 발행해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1주당 삼성중공업 주식 2.36주를 삼성엔지니어링 주주에게 줄 예정이다. 다음 달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12월 1일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합병 절차를 마친 뒤 새로운 비전에 걸맞게 합병법인의 사명 변경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번 사업구조 개편도 표면적으로는 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삼성그룹 내 중공업·건설 부문은 실적이 악화되고 잠재 부실이 커지면서 '수술'이 어느 정도 예고됐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을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제기됐었다. 지분이 전혀 없는 삼성물산이 지난해 7월부터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꾸준히 사모아 1년 새 지분을 7.81%로 늘렸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삼성엔지니어링은 육상 석유화학플랜트에 강점을 지닌 회사다. 이번 합병으로 두 회사는 육상과 해상을 아우르는 초대형 종합 플랜트회사로 발돋움할 계기를 마련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기준 매출액 25조원인 두 회사를 2020년 매출액 40조원 규모로 키울 생각이다.

또한 시장에서는 이번 합병 이후에 제일모직을 축으로 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전자, 금융, 중공업·건설 등 계열사 지배력이 한층 강해질 것으로 분석한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통합 법인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가 되기 때문이다.

재계는 중공업·건설 분야 계열사를 삼성물산 아래로 모으는 작업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06%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핵심 순환출자 고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편 금융 분야 지배구조 정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삼성그룹은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와 비금융계열사 사이에 지분 관계가 복잡하다. 최근 금융계열사들이 보유한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처분하고, 삼성생명 밑으로 금융계열사들을 모으고 있다. 비금융계열사들은 삼성전자를 정점으로 하는 지배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주회사 체제로 가든 핵심 순환출자 고리를 남겨두든 오너 일가가 그룹을 지배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중심에 두고 사업구조 개편을 마무리할 것"이라며 "제일모직과 삼성SDS 상장과 맞물려 3세 승계 구도가 더욱 구체화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뉴스 미란다 원칙] 취재원과 독자에게는 국민일보에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와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고충처리인(gochung@kmib.co.kr)/전화:02-781-9711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