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정신은 건강하십니까?
정신건강(Mental Health)과 정신병을 인류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미래 과제로 선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우울증이나 심리 위축, 분노조절 실패, 정신분열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질환도 인류에게는 에이즈(HIV)나 말라리아 못지않은 치명적인 질병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31일(현지시간) 세계적인 정신과 의사 13명이 정신건강 회복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영국 출신 정신병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그라함 소니크로프트(Graham Thornicroft)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출신 의사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2015년에 확정될 '유엔 포스트 새천년개발목표(MDG)'에 정신건강이 반드시 주요 과제로 선정돼야 한다는 취지의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유엔은 2000년부터 2015년까지 빈곤과 에이즈 및 말라리아 퇴치, 환경보호 등과 같은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들을 새천년개발목표로 정해 해결 노력을 기울여 왔다. 유엔은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수행할 새 과제인 '포스트 새천년개발목표'를 선정 중에 있으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이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달 말 뉴욕에서 개최되는 유엔총회 때 그 1차적인 과제들이 보고된 뒤 내년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정신과 의사들은 인류가 지금까지는 전염병과 같은 접촉성 질환에만 초점을 맞춰 왔지만 정신병이라는 비접촉성 및 심리적 질병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4억5000만명 이상이 치료 받아야 하는 수준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특히 정신질환은 그 자체로도 고통이지만 2차적 피해도 심각하다. 호주와 북유럽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정신질환으로 심신이 극도로 피폐해지기 때문에 정신질환이 있는 남자의 경우 보통사람들보다 20년, 여자는 15년 일찍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학업중단, 심장병과 폐 질환 등 다른 신체적 질환으로도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많은 이들이 심각한 빈곤 상태에 처하게 돼 또 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한다.
무엇보다 정신질환은 본인부터도 '쉬쉬'하기 마련이고, 주변에서도 이런 질환자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아 질환을 앓는 사람들의 고통은 더욱 크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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