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전기 펑펑 쓴 한전 직원들
7300만원 부당이득 18명 내부적발
허위정보 올려 누진제 완화 악용, 감봉 조치.. 솜방망이 징계 지적
[동아일보]
2002년 한국전력공사 직원 A 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빌라 위층에 사는 올케를 불렀다. 친오빠인 B 씨 명의로 돼 있는 302호의 방 한 칸을 세를 내줘 두 가구가 사는 것처럼 신고하면 전기요금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 재미를 붙인 A 씨는 자신의 집과 올케 집은 물론이고 같은 빌라에 사는 다른 친오빠 C 씨, 사돈의 집도 같은 방식으로 신고해 전기료를 부당하게 감면받았다. 11년간 4가족이 할인받은 돈은 1675만 원이 넘는다. 꼬리가 길었던 A 씨는 지난해 한전 내부감찰에서 덜미를 잡혔다.
한전에서는 A 씨와 같은 '전기도둑'이 18명이나 적발됐다. 액수로는 7300만 원에 이른다. 지난해 전력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전력대란이 현실화하는 상황에서도 한전 직원들은 제도의 맹점을 악용해 전기를 펑펑 써 온 셈이다. 한전은 해당 직원들에게 감면 금액을 환수하고 1∼2개월 수준의 감봉 조치를 내렸다.
이 같은 사실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이 1일 한전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여러 가구가 한 주택에 살면서 전기계량기를 함께 사용할 경우에 전기요금을 깎아주는 '1주택 수(數)가구' 제도를 악용했다. 예를 들어 방 하나를 세입자에게 내줘 한 집에 두 가구가 산다면 독립된 가구지만 전기사용량을 합산하므로 누진세를 적용받을 수 있으므로 요금을 깎아 주는 것. 한 달 사용량 400kW를 기준으로 할 때 일반 가구는 전기요금이 7만9000원가량 부과되지만 2가구로 등록한 경우 4만4490원으로 40%가량 줄어든다.
감사 결과 일부 한전 직원은 허위 신청서를 제출하거나 직접 영업정보시스템에 허위 정보를 입력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10년 이상 불법적으로 요금을 감면받아 온 사례도 7건이나 됐다.
한전은 1주택 수가구 요금을 신청하는 가구에 대해 검침원이 직접 가정을 방문해 현장조사를 하도록 업무처리지침에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거주자와의 면담만으로 현장조사를 대체한 경우가 많았다. 이 의원 측은 "한전이 현장조사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솜방망이 처벌만 한다면 도덕적 해이는 뿌리 뽑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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