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짝도 못 나간 與·세월호 유족 3차 협상

조의준 기자 2014. 9. 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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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과 세월호 가족대책위가 1일 3차 회동을 가졌지만, 서로 자신들의 기존 입장만 주장하다 30분 만에 헤어졌다. 양측은 다음에 만날 날짜도 정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국회 파행은 추석을 넘어 장기화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만남 초기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김병권 가족대책위원장이 "1차, 2차와 같은 만남은 더 이상 하고 싶지도 않고, 길게 듣고 싶지도 않다"고 하자, 이완구 원내대표는 "서로 예의를 지켰으면 좋겠다"고 되받았다.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법조인들이 여기(유가족 측)에 계시지만 (법적으로) 우리가 양보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며 "추석이 다가와 초조하다고 원칙을 깰 수는 없다"고도 했다. 새누리당은 유가족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것은 위헌 소지가 크고 특검 추천권을 주는 문제는 수사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이에 유족 측은 "새누리당은 대화할 자세가 완전히 결여돼 있다. 또 언론 플레이만 할 건가"라며 30분 만에 자리를 박차고 방을 나갔다.

대책위 유경근 대변인은 "(협상)하기 싫은 사람 억지로 끌고 와놓고는 자신들(새누리당)이 '양보했다'고 하면 어쩌란 말인가"라며 "말인가 방구인가. 법률 논쟁은 그만하고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해달라"고 했다. 대책위는 이후 국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이 흥정하려는 태도로 대화한다면 무의미하다"며 "새누리당이 답을 내놓을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이 대통령이 답해주실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3차 회동이 파행으로 끝난 뒤에도 새누리당은 "언제든지 유가족들에게 손을 내밀고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전날까지만 해도 이제 야당을 빼고 유족들과 직접 협상하겠다"고 했던 분위기와는 180도 달라졌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때부터 수차례 "야당과 협상하는 것이지 유가족과 협상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내일이나 모레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만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야당과의 협상 통로를 다시 열어놓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됐다. 또 박 원내대표와 야당 내 협상파에게 힘을 실어줘서 국회 정상화를 시도하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당내에서는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비박(非朴)계를 중심으로 추석 전 타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 금주 중으로 유족들과 다시 만나 절충점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이날 협상에서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유족들에게 "(수사권·기소권이 아니라) 특검 추천 문제를 논의하자고 하면 새롭게 논의가 진행될 수도 있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영선 원내대표 측은 "여당이 만나자면 못 만날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세월호 유가족들도 이날 협상 결렬 후 "이제 (세월호특별법은) 여야가 알아서 하라"고 했고, 전날엔 유가족 대표단이 "박영선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야당이 단합해달라"고도 했다. 지난 8월 19일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 이후 야당을 비토했던 유가족들이 이제 다시 협상권을 새정치연합에 넘긴 것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의화 국회의장은 3일 여야 원내대표를 불러 중재를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완구·박영선 원내대표 측 모두 "의장이 부른다면 안 갈 이유는 없다"고 하고 있어, 이를 계기로 여야 간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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