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식지 않은 구형 폰 인기 괴로워"

이재운 기자 2014. 9. 1. 17:3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삼성과 애플이 구형 제품을 놓고 딜레머에 빠져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애플은 구형 제품의 여전한 인기에 한편으로는 반가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구형 제품이 잘 팔린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신제품 수요를 제한하기 때문이다.

야속한 전작들 '너무 잘 만들어도 탈'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에 세계 스마트폰 주요 제조사 상위 업체 중 유일하게 출하량이 하락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점유율도 약 7%포인트나 감소했다. 이 탓에 영업이익도 7조원대를 기록, 당초 8조원대를 바라봤던 시장 전망치를 하회했다.

▲ 삼성과 애플이 '너무 잘 만든' 구형 제품 덕에 딜레마에 빠졌다. 왼쪽은 갤럭시S4, 오른쪽은 아이폰5. <사진= 씨넷>

애플도 아이폰5c 부진의 원인이 구형 제품의 여전한 인기 탓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5월 아이폰5c의 판매량과 아이폰4s의 판매량은 근소한 차이로 각각 5, 6위를 차지했다. 아이폰5c의 사양이 아이폰5와 유사하고, 재고정리를 위한 구형 제품에 대한 이동통신사의 보조금은 확대되면서 구형 제품의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구형 제품의 인기에 제조사가 속을 앓는 이유는 출하량 감소와 이에 따른 영업이익률 감소에 있다. 구형 제품은 이미 출하된 제품이어서 기존 재고량으로 집계되므로 시장조사업체의 출하량 조사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해진다.

또 신제품 수요에 영향을 주면서 전체 출하량에도 감소세를 보이는데 영향을 줬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을 조사한 IDC는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갤럭시S4와 S3 등 구형 제품 재고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갤럭시S5 출하량 확대가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구형 제품인 만큼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것도 매출과 이익률 하락에 직결된다. 제품 평균판매가격(ASP)을 낮추기 때문에 전체적인 매출액은 물론 이익률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사후서비스(A/S)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관련 지원도 부담이다.

스마트폰 제조사 한 관계자는 "구형 제품이라도 판매가 계속되면서 이에 필요한 부품도 계속 갖춰야 하는데 이것도 비용을 발생시켜 부담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신흥시장-장·노년층선 아직도 최고 인기

그럼에도 구형 제품 판매를 계속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업계 관계자들은 "신흥시장과 장노년층 신규 스마트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를 이유로 꼽는다.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S3가 신흥시장은 물론 홍콩 등 아시아 일부 선진 시장에서도 여전히 인기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중고 스마트폰 수출업자는 "국내에서 매입한 중고 스마트폰 중 삼성 갤럭시S3의 경우 홍콩 등지에서 상당한 값을 치르면서까지 구매해간다"고 설명했다. 중고품이 이 정도 인기인데 미개봉 제품의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다는 의미다.

또 갤럭시S5가 32비트 프로세서에 풀HD 화면을 제공하는 등 사양면에서 큰 차이가 없어 구형 제품 디자인을 선호하는 수요도 전작인 갤럭시S4와 S3로 방향을 돌린 것도 영향을 끼쳤다.

애플도 2010년 출시한 아이폰4가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비교적 최근까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지원하는 점도 인기 이유다.

애플 제품은 오래된 제품이 오히려 중고 거래가가 상승하는 현상이 종종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디자인이나 화면 크기가 바뀔 때마다 과거 디자인에 대한 향수를 느낀 마니아들은 구형 제품에 대한 구매에 적극 나서기도 한다.

▲ 지난 5월 스마트폰 판매량 순위. 갤럭시S4와 아이폰4S는 나란히 갤럭시S5와 아이폰5c 등 신제품 바로 아래 자리에 위치하며 구형 제품의 관록을 자랑했다.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그렇다면 유독 삼성전자와 애플이 구형 제품으로 애를 먹는 이유는 뭘까.

두 제조사가 스마트폰 시장 초기 가장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좋은 제품을 개발했다는 것이 업계 일부 관계자들의 평가다. 다른 제조사가 초기 제품에서 혹평을 받았던 것과 달리 두 제조사는 일찌감치 시장의 표준을 선점하며 기선 제압에 나섰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나 미국 등 선진시장에서 가개통 상태의 제품을 수출하는 물량까지 포함할 경우 구형 제품에 대한 수요는 알려진 것보다도 상당할 것"이라며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 수요자는 물론 국내 장노년층도 신제품의 바로 이전 세대 제품이면 성능에 충분히 만족해 저렴한 구형 제품 구매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Copyright © 지디넷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