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K칼럼] 다들 왜 레드냅을 싫어하는 걸까?

2014. 9. 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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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 2014-15시즌 개막과 함께 < 포포투(UK판) > 는 영국 현지 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가장 존경하는 감독으로 영국 팬들은 에버턴의 로베르토 마르티네스를 꼽았다. 반대로 가장 싫어하는 감독 1위는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의 해리 레드냅이었다.

2년 전만 해도 팬들은 그를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차기 감독으로 지목했다. 그새 레드냅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월드 No.1 풋볼매거진 < 포포투 > 의 제임스 모우가 자세히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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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레드냅은 2012년 2월 8일을 잊을 수가 없다. 그를 괴롭혔던 탈세 의혹이 최종 무혐의 처리되었기 때문이다. 공식 발표가 나온 지 몇 시간 후 영국 스포츠베팅업체들은 레드냅을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의 가장 강력한 감독 후보로 앞다투어 지목했다.

사흘 뒤, 레드냅이 이끄는 토트넘은 뉴캐슬을 5-0으로 격파해 프리미어리그 3위로 뛰어올랐다. 시즌 13경기를 남겨둔 상태에서 토트넘은 런던 라이벌 아스널과 첼시보다 무려 10점이나 앞서있었다.

그 시점에서 레드냅에게 두 가지 시나리오가 보였다. 제1안은 토트넘을 UEFA챔피언스리그로 이끌어 성공시대를 구가한다, 제2안은 잉글랜드를 이끌고 유로2012와 2014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한다는 예상이었다. 알다시피 레드냅은 아무 것도 해내지 못했다.

당시까지 '레드냅 매직'은 잘 먹혔다. 2011년 < 포포투 > 인터뷰에서 라파엘 판 데르 파르트(당시 토트넘)는 "그는 항상 열려있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준다"라고 말했다. 웨스트 햄과 포츠머스에서 레드냅의 부름을 받았던 샤카 히슬롭도 2012년 < 포포투 > 인터뷰에서 "그는 그런 재주를 타고났다. 모든 선수들의 야망을 극대화시킬 줄 아는 감독이었다"라고 칭찬했다.

2012년 레드냅은 로이 호지슨에게 밀려 잉글랜드 국가대표 감독의 꿈을 접어야 했다. 토트넘의 UEFA챔피언스리그 진출도 물거품이 되었다. 시즌이 끝나고 대니얼 리비 회장은 그를 내쳤다. 다음 행선지인 QPR에서 레드냅은 강등을 막지 못했다. 2013-14시즌 후반기부터 QPR은 패전수가 늘어나면서 자동 승격권(1, 2위)에서 멀어졌다.

그의 명성이 땅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챔피언십(2부) 최고액이자 최강 스쿼드를 갖고도 프리미어리그 승격 여부가 불확실해 보인 탓이었다. QPR은 리그에서 겨우 60득점에 그쳤다. 골득실차로 겨우 3부 리그 강등을 면한 버밍엄 시티보다 겨우 2골 많았다.

천만다행 QPR은 마지막 허들을 넘었다.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걸린 플레이오프 결승전에서 QPR은 경기 내내 밀리다가 경기 종료 직전 보비 자모라의 극적인 결승골 덕분에 승격을 쟁취했다. 경기 내내 레드냅은 결과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였다. 2년새 열정이 그의 몸 밖으로 모두 빠져나간 것처럼 보였다. 2012년 한꺼번에 닥친 실패의 상처가 너무 컸던 모양이다.

# 박수에서 혐오로

레드냅은 모든 이로부터 사랑을 받는 타입이 아니지만 한때 큰 인기를 끌었다. 직설 입담이 팬들을 사로잡았다. 2012년 잉글랜드 대표팀 차기 감독 후보를 묻는 팬 설문조사에서 레드냅 지지율이 무려 42%에 달했다. 조세 무리뉴는 겨우 17%였다. 그랬던 레드냅이 2년 후 < 포포투 > 의 설문조사에서 득표율 25%로 '가장 싫어하는 감독' 부문 1위에 오른 것이다.

설문 결과는 라이벌 클럽 팬들의 질시 표출이 아니다. 그가 거친 클럽 팬들 대부분 레드냅에 대한 혐오를 나타냈다. 웨스트 햄 팬들은 리오 퍼디난드를 팔아 생긴 돈을 레드냅이 낭비했다고 불평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지불한 돈으로 레드냅은 티티 카마라와 리고베르 송을 샀다. 포츠머스 팬들은 사우스햄튼으로 옮겨가서, 사우스햄튼 팬들은 그가 강등을 막지 못해서 각각 그를 싫어한다고 말한다.

포츠머스로 돌아온 레드냅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배신 행각이 남긴 쓴맛을 완전히 지우지 못했다. 토트넘 팬들은 2012년 레드냅이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직 의지를 표명했다는 이유로 그를 싫어한다. 탈세 혐의로 곤경에 처했을 때 그의 곁을 지켜주었던 클럽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크리스탈 팰리스의 한 팬은 "레드냅은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한테나 어울리는 감독"이라고 폄하한다.

# 어딘가 구린 듯한 이미지

탈세 혐의에서 자유로워졌다고 해도 팬 다수가 여전히 레드냅의 건전성을 의심한다. 한때 그를 수식했던 '모략가' 이미지가 지금은 부정적으로 변했다. 지금도 레드냅은 이적시장 마감일마다 언론이 떠는 호들갑에 빠짐없이 동참한다.

축구 팬은 가십을 즐긴다. 레드냅은 그런 가십을 만드는 재주를 가졌다. 언론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덕분에 레드냅은 선수 영입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갈 수 있다. 거꾸로 역풍을 맞을 때도 있다.

지난 여름 브라질월드컵에서 잉글랜드가 우루과이에 패했을 때, 레드냅은 영국 공영방송 < BBC > 라디오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내가 이끌던 토트넘에 국가대표가 많았는데 개중 잉글랜드 대표팀 활동을 원하지 않는 선수가 두세 명 있었다"라고 폭로했다. 잉글랜드 축구계에서는 폭탄발언이나 다름없었다.

레드냅의 발언은 파문을 일으켰다. 대표팀의 주장 스티븐 제라드가 "그 말이 사실이라면 누군지를 밝히라"라고 발끈했다. 레드냅은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다. 아쉽게도 줄어든 존재감만 입증될 뿐이었다. 그 이야기는 대표팀이 브라질에서 돌아오기도 전에 수그러들었다. 호지슨의 후임자 논의에서도 레드냅의 이름은 다루어지지 않았다.

# 육성보다 영입, 조직력보다 개인기

유소년 육성을 등한시하는 단기성도 문제다. 특별한 재능이 아닌 한, 레드냅은 유소년 출신 선수를 1군 경기에 기용하려 하지 않는다. 그는 어린 선수를 키우기보다 돈을 써서 전력을 강화하는 방법을 선호한다.

토트넘을 4년간 이끌면서 레드냅이 1군 경기에 기용했던 유소년 출신은 제이크 리버모어가 유일했다. 대니얼 리비 회장이 레드냅을 쫓아내고 2년간 토트넘에서는 아카데미를 졸업한 스티븐 코커, 안드로스 타운젠드, 해리 킨, 나빌 벤탈렙이 1군 선수로 성장했다.

레드냅은 스티븐 피에나르, 라이언 넬센처럼 검증된 선수를 데려와 전력을 강화했다. 언제나 그는 선수단 운영 면에서 단기적이었다. 아마 잉글랜드축구협회가 호지슨을 선택했던 이유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호지슨은 세인트 조지 파크(잉글랜드 대표팀 훈련장)에서 저연령대 팀을 돌보며 몇 달이 아니라 몇 년 단위로 유망주를 키우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다.

전술 이론도 레드냅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토트넘 부임 초기 영입했던 로만 파블류첸코에게 레드냅이 내렸던 지시라곤 "좀 더 볼 근처에서 뛰란 말이야"라는 것뿐이었다. 영국 타블로이드지 < 더 선 > 의 칼럼에서 레드냅은 이렇게 쓴 적이 있다.

"포메이션, 전술, 시스템 등에 관해서 얼마든지 떠들 수 있다. 하지만 내게 축구란 어디까지나 선수가 전부다. 4-4-2, 4-2-3-1, 4-3-3 같은 숫자들은 내가 생각하는 '뷰티풀 게임'이 아니다. 포메이션이 10%라면 선수가 90%를 차지한다."

판 데르 파르트의 증언을 들어보자. "레알 마드리드에서 익숙했던 따분한 전술 지시가 없었다. 라커룸 안에 보드가 있긴 했는데 레드냅 감독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상태에 가까웠다."

# 세상이 변했다

그는 해박한 전술 이론을 갖춘 지도자가 아니다. 그러나 포츠머스를 프리미어리그와 FA컵(우승)으로 이끌 만큼, 토트넘은 UEFA챔피언스리그 8강에 올려놓을 만큼의 능력을 가졌다. 선수 중심론에 입각하면 그런 일을 해낼 능력자(선수)들을 데려왔다는 점도 그의 수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유식해 보이는 축구 전술을 부정하는 모습을 오히려 반가워하는 팬도 분명히 존재한다. 축구계 상식을 거부하는 듯한 태도를 뜻한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과연 그런 팬이 몇 명이나 될까. 중계 기술과 분석의 발달 덕분에 최근 축구 팬들은 이미 상당한 지식을 갖췄다.

요즘 팬 취향은 전통적인 축구 지도자와 다르다. 찻잔을 집어 던지거나 단순한 어휘로 호통치는 남성적 지도자보다 팬들은 부드럽고 유식해 보이는 지도자를 선호한다. 서두에 소개한 것처럼 2014-15시즌 < 포포투 > 팬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존경하는 감독' 부문 1위는 로베르토 마르티네스였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성공적인 지도자 대다수가 학구적인 타입이다.

내일보다 오늘을 중시하는 태도, 학구적이지 못한 채 남성성만 부각하는 이미지가 레드냅을 점점 더 구태의연하게 만들고 있다.

글=James Maw,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포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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