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式이냐, 박원순式이냐..한강개발 동상이몽

윤창희 2014. 9. 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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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론에는 공감했지만, 각론을 놓고는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1일 단독회동에서 논의한 한강 개발에 대해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이렇게 반응했다.

이날 두 사람은 한강 개발을 위해 함께 한다는 원칙에 공감했다. 조만간 한강 개발을 위한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정부가 한강을 대대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1980년대 한강 종합개발계획 이후 30여년 만의 일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생각하는 지향점은 큰 차이가 있다. 서울이 자랑하는 한강을 정비하자는 원칙론에만 공감할 뿐 구체적인 목적과 방법에서는 큰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는 게 정부와 서울시 주변에서 나오는 얘기들이다. 두 사람은 어떤 한강을 그리고 있는 걸까.

◆자연성 회복에 방점 찍은 박원순식 한강 개발

박 시장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한강은 1980년대초 제1, 2차 한강종합개발계획 이전의 한강이다.

정부는 두 차례의 한강종합개발계획을 통해 구불구불하던 한강을 직강화했고, 수중보를 설치해 수량을 풍부하게 바꿔놨다. 한강 주변에 둔치를 쌓아 시민공원으로 조성됐고, 한강 양쪽으로는 고속화도로(올림픽대로와 강변도로)를 건설해 서울의 동서를 연결했다. 고속화도록 옆으로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건설해 서울의 중산층 거주지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대대적인 정비 사업으로 인해 한강의 홍수 예방 같은 긍정적 효과도 있었지만 한강의 자연성을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게 박 시장의 시각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내놓은 '2030 한강 자연성 기본계획'에 따르면 "한강은 80년대 정비사업 이후 콘트리트 호안으로 둘러싸인 호수 같은 모습으로 생물서식처가 파괴되고 수질은 악화됐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자연 하천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고, 역사와 경관이 훼손되는 문제점을 발생했다는 게 박 시장의 시각이다.

70년대 한강은 지금과는 모습이 많이 달랐다. 지금처럼 직선으로 흐르지 않고 구비구비 흐르면서 곳곳에 모래 백사장과 자연섬을 만들었다. 수량은 지금보다 훨씬 적어 여름에는 백사장에서 강수욕을 즐겼고, 겨울에는 한강물이 꽁꽁 얼면 스케이트를 탔다. 이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게 박 시장의 생각이다.

이런 관점에서 향후 이뤄질 한강 개발은 철저히 자연성 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수중보를 가동보로 전환하고, 인공적인 콘크리트 호안을 거둬내, 인위적인 물길 형성을 하지 않도록 해 자연적인 물길이 형성되도록 하자는 것. 구불구불한 사행하천을 복원해 1960~70년 한강에서 볼 수 있었던 모래 백사장을 부활시키고, 고니가 날고 아이들이 멱을 감는 한강을 다시 만들자는 것이다.

박 시장은 "강은 이제 이수(利水)와 치수(治水)에서 벗어나 하천 생태복원으로 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한강은 인공시설물을 통한 인위적인 간섭없이 자연의 복원력에 맡기는 순응적인 복원이 최선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관광한국'에 방점 찍힌 최경환식 한강 개발

반면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생각은 많이 다르다. 취임 직후부터 한강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최경환식 한강 개발은 '관광 한국'의 첨병역할을 한강에 맡기겠다는 구상이다. 서울과 수도권 주민의 식수원이자 교통의 중추 역할을 했던 한강을 이제는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한강 재개발은 내 오랜 소신으로 서비스업 육성을 위한 투자 활성화 정책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한강을 한국을 먹여살리는 관광 중심축으로 키워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한강 관련 종합 마스터 플랜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 계획에는 한강과 주변지역을 친환경적으로 개발해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가 복합된 관광, 휴양명소로 조성한다는 기본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 한강 숲 조성, 세빛둥둥섬과 노들섬의 관광자원화, 유람선 경쟁체제 도입, 전시장 및 공연장 확충, 선착장에 쇼핑몰과 문화시설 설립, 지하통로와 오버브리지(구름다리) 건설 등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사업을 통해 파리의 센강, 런던의 템스강, 상하이의 황푸강처럼 고급 유람선과 화려한 야경 등으로 무장한 서울의 대표 명소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최경환과 박원순의 동상이몽....쉽지 않은 한강개발

한강 개발이라는 총론에 두 사람이 의견을 같이 했지만, 이처럼 구체적인 지향점과 방법론이 판이하게 달라 한강 개발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한강 개발의 방향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해도 한강 개발의 여지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한강 자연성 회복의 전제조건으로 박원순 시장이 생각하는 콘트리트 호안과 수중보 철거 같은 인공적인 설비물 설치는 홍수 예방이나 수량 확보라는 긍정적인 기능마저 상실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최경환 부총리가 꿈꾸는 한강의 관광자원화도 쉽지 않다. 한강을 양옆으로 둘러싼 고속화도로와 병풍처럼 쳐 있는 아파트 숲 사이에서 한강의 접근성은 크게 떨어진다. 또 수도권 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사용되는 한강변을 대대적으로 개발했다가는 또 다른 환경적 문제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장을 지낸 전직 공무원은 "역대 모든 대통령과 서울시장들이 한강의 개발 방안에 대해 고민했지만 천문학적인 예산과 뚜렷한 방법론을 찾지 못해 성과가 없었다"며 "한강의 복원이나 관광자원화는 모두의 꿈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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