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커멓고 진액 뚝뚝..친환경농법 노린 메뚜기떼"

2014. 9. 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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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커멓고 뻘건게 논 뒤덮고 옮겨다녀

-농사 30년만 처음, 피해 산출도 못해

-친환경농법으로 먹이 늘고 천적없어

-적절히 방제하고 지속적 예찰해야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병길 (전남 해남군 덕호리 피해농민), 홍기정 (순천대 식물의학과 교수)

며칠 전, 전남 해남에 메뚜기떼가 나타났습니다. 떼라고 해 봐야 어느 정도겠는가 싶으시죠? 그런데 자그마치 수십 억 마리가 논을 덮쳤습니다. 수확을 앞둔 논을 덮치는 바람에 지금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데요. 현장을 연결해 보죠. 먼저 해남 덕호리에 사는 주민이세요. 이병길 씨 연결돼 있습니다. 이병길 씨 안녕하세요?

◆ 이병길 > 네.

◇ 김현정 > 벼 농사를 얼마나 짓고 계십니까?

◆ 이병길 > 한 2만 평 짓고 있습니다.

◇ 김현정 > 그런데 그 논에 메뚜기떼가 처음 나타난 게 언제인가요?

◆ 이병길 > 한 일주일 전입니다.

◇ 김현정 > 처음 딱 보니까 어떤 모습이던가요?

◆ 이병길 > 혐오스럽고 징그럽다고 해야 될까요…

◇ 김현정 > 아니, 사실은 수십 년 농사지어 오신 분이니까 메뚜기를 수도 없이 보셨을 텐데. 그런 분이 보시기에도 징그러울 정도?

◆ 이병길 > 네. 일반 메뚜기하고는 좀 달랐어요. 손으로 잡으면 좀 안 좋은 물체가 떨어지고.

◇ 김현정 > 안 좋은 물체가 떨어져요?

◆ 이병길 > 액 같은 거 떨어져서 손에 막 묻어요.

◇ 김현정 > 손에 묻고. 멀리서 보면 어느 정도로 논을 덮친 모습이 이렇게 보입니까?

◆ 이병길 > 시커멓게 보이죠, 뭐.

◇ 김현정 > 메뚜기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면 초록색인데 새카매요?

◆ 이병길 > 새카맣고 빨갛고 그래요.

◇ 김현정 > 보통 메뚜기 색깔하고는 다르네요. 새카맣고 빨간 게 그냥 논을 다 덮쳐 있습니까, 빈틈 없이?

◆ 이병길 > 네. 전체 그쪽으로 면적이 한 2만 평 정도 덮었고요. 또 간척지 쪽으로 그쪽으로도 엄청나게 덮었어요.

◇ 김현정 > 그래서 일단 급한 대로 손으로 훠이훠이 쫓아보셨어요?

◆ 이병길 > 네. 일단 일반 약재를 살포를 하고 죽였는데도 계속 올라왔어요.

◇ 김현정 > 일단 갖고 계신 농약을 급한대로 뿌리셨군요.

◆ 이병길 > 네.

◇ 김현정 > 그런데도 계속 와요?

◆ 이병길 > 지금도 방제를 하고 있고, 오늘 4일째고 내일까지 할 계획이거든요, 군에서. 친환경 약제를 쓰다 보니까 그렇게 좀 죽는 속도가 늦어요. 죽기는 많이 죽었는데요.

◇ 김현정 > 벼에는 독한 농약을 쓸 수가 없으니까…

◆ 이병길 > 네, 친환경 단지가 있어가지고요

◇ 김현정 > 지금 피해는 어느 정도나 입으셨습니까?

◆ 이병길 > 피해는 지금 어떻게 산출을 못 하죠.

◇ 김현정 > 선생님 논만 그럴 리는 없고 지금 그 해남 지역 주변 농가들이 다 그런 거죠?

◆ 이병길 > 그렇죠.

◇ 김현정 > 그럼 메뚜기떼가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겁니까?

◆ 이병길 > 그렇죠, 옮겨다니죠.

◇ 김현정 > 지금 심경이 어떠세요?

◆ 이병길 > 착잡하죠, 뭐.

◇ 김현정 > 지금 농사지은 지는 얼마나 되셨죠?

◆ 이병길 > 농사지은 지는 한 30년 되었죠.

◇ 김현정 > 30년 되셨는데, 한 번도 이런 메뚜기떼는 못 보셨습니까?

◆ 이병길 > 그런 메뚜기떼는 못 봤죠. 엄청 놀랐죠.

◇ 김현정 > 저도 이거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될지 모르겠네요. 선생님, 힘내시고요.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이병길 > 네.

◇ 김현정 > 해남 덕호리 주민이세요. 이병길 씨 먼저 만나봤습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요. 갑자기 이 메뚜기떼는 왜 나타났을까요? 현장에 직접 다녀오신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죠. 곤충분류학자세요. 순천대학교 식물의학과 홍기정 교수 연결이 돼 있습니다. 홍 교수님 안녕하세요?

◆ 홍기정 >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 우리가 흔히 보는 그 초록색 메뚜기보다 훨씬 검다고 해서, 이게 혹시 중국에서 온 메뚜기떼 아니냐 지금 이런 말도 나오는데… 이놈들 정체가 정확히 뭔가요?

◆ 홍기정 > 어제 오전에 현장을 둘러봤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색깔이 검은 메뚜기들이 대량으로 발생을 하니까 일반 사람들이 혹시나 중국에서 넘어온 메뚜기떼와 관련 있지는 않을까 염려들을 하는데요. 중국에서 넘어온 메뚜기떼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 김현정 > 일단 중국산, 외래종은 아니라는 말씀이세요.

◆ 홍기정 > 네. 그래서 아마 이 종은 국내에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는 메뚜기류에 해당하는 풀무치라는 종입니다.

◇ 김현정 > 크게 보면 메뚜기떼, 좀더 정확히 들어가자면 풀무치떼?

◆ 홍기정 > 네.

◇ 김현정 > 그럼 예전부터 우리나라에 살던 건데, 지금 갑자기 이렇게 떼로 늘어났다는 얘기인가요?

◆ 홍기정 > 네, 주변 여건이 그 지역이 대단위로 간척된 지역이었고요. 5, 6년 전부터 친환경적인 농법으로 관리가 되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런 점에서 우선 풀무치의 좋은 먹이가 될 수 있는 벼과식물들이 주변에서 많이 자라고 있었고요. 벼과식물이란 것은 화본가 식물이라고 하는데요. 벼라든가 억새라든가 갈대라든가 이런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 김현정 > 그러니까 그냥 벼 말고도 친환경으로 짓다 보니까 갈대라든지 이런 것들이 많이 풀들이 살았군요.

◆ 홍기정 > 네, 그 주변에 많이 자라고 있었고요. 그다음에 간척지라는 그 생태계가 새롭게 형성됨으로 인해서 자연적으로 밀도를 조절할 수 있는 그런 천적 개체분들의 활동이 아직은 미약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 하나는, 유기합성농약을 살포하지 않고 친환경적으로 관리를 하니까 풀무치가 대량으로 발생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제공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찌 보면 청정한 자연환경이라는 의미로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 김현정 > 그렇네요. 독한 농약 안 쓰고 사람 먹기 좋게 농사 짓다 보니까 그것이 풀무치떼한테도 매력적이었던 거네요, 한마디로?

◆ 홍기정 > 네, 그렇게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 김현정 > 그런데 메뚜기떼 색깔은 왜 이렇게 검다고 해요, 이 풀무치들? 원래 초록색이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 홍기정 > 풀무치는 일반적으로 단독으로 생활을 하면 주변의 풀과 같은 녹색을 띠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해남지역에서 발생하는 것들은 집단생활을 하는 형으로 변해서, 등쪽 면이 검고 배쪽면이 적갈색을 띠게 돼서 아마 신기하게 여겨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 그러니까 집단으로 발생하는 거랑 색깔 변하는 게 무슨 상관이죠?

◆ 홍기정 > 집단생활을 해서 밀도가 높아지게 되면, 서로간의 작용에 의해서 색깔이 변하게 되는 겁니다.

◇ 김현정 > 그렇군요. 환경에 맞게 색깔도 변화를 하게 되는데, 밀도가 높아지면 검은색이 된다 이런 말씀이세요?

◆ 홍기정 > 네.

◇ 김현정 > 아니, 이 녀석들 나타나서 이런 큰 피해를 주니 이걸 어떻게 해야 되나 싶은데 특별한 예방법은 없습니까?

◆ 홍기정 > 글쎄요, 현재 적절한 시기에 방제가 이루어져서 상당한 밀도를 낮췄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김현정 > 그나마 방제가 빨리 이루어져서요?

◆ 홍기정 > 네, 그래서 앞으로는 다음 세대에 밀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성충이 어떤 양상으로 발생할지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예찰이 좀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이 풀무치가 다른 지역으로 대거 이동하거나 혹은 내년에도 이곳에 이렇게 나타날 가능성은 없겠습니까?

◆ 홍기정 > 처음에 대량으로 발생했을 때 우리가 방제를 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를 했다면 아마도 날개가 있는 성충이 나타나서 다른 지역으로 대거 날아서 이동하는 현상도 우리가 볼 수 있었을 겁니다.

◇ 김현정 > 다른 나라 뉴스화면에서 그런 장면 종종 보거든요.

◆ 홍기정 > 그렇죠. 그런데 현재 그 방제가 잘 이루어져 있는 상황인 것 같고요. 그래서 아마도 다른 지역으로 대거 이동은 없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듭니다. 다만 지속적으로 예찰을 통해서 내년에도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를 좀 해야 되겠죠.

◇ 김현정 >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예찰, 미리미리 관찰해서 막는 것 외에는 지금으로써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말씀,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홍기정 > 네.

◇ 김현정 > 순천대학교 홍기정 교수까지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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