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버킷 챌린지 열풍 속 자제론도

변해정 2014. 8. 31.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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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변해정 기자 = 루게릭병(ALS,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환자를 돕자는 취지로 시작된 '아이스버킷 챌린지(얼음물 샤워)' 캠페인에 대한 곱지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본래의 취지는 뒤로한 채 놀이와 자기 과시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어서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루게릭병 환자를 위한 모금 활동의 일환으로, 미국 비영리기관인 ALS협회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지명된 사람은 24시간 이내에 얼음물을 뒤집어 쓰거나 100달러를 기부한 뒤 3명의 다음 타자를 지목하게 된다. 얼음물을 끼얹었을 때 일시적으로 근육이 수축되는 느낌을 경험하면서 루게릭병의 고통을 잠시나마 공감해보자는 의도인데, 루게릭병을 널리 알리자는 의미에서 기부를 하고도 얼음물을 뒤집어 쓰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루게릭병은 1930년대 뉴욕 양키스의 야구선수 '루 게릭'에서 이름을 따 온 질환으로, 운동신경세포만 소실돼 근력 약화와 근위축(근육이 점차 줄어드는 증세)으로 이어지다 결국 호흡근 마비로 수년 내 사망에 이르는 난치성 희귀질환이다.

승일희망재단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10만 명의 환자가 투병 중이며, 매년 인구 10만 명당 2~3명에게서 루게릭병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는 2011년 현재 2500여 명의 환자가 루게릭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루게릭병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는 데 일조한 것은 사실이다.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시작한 지 한 달만에 ALS 협회에는 1억90만 달러의 기부금이 모였다. 이 캠페인을 진행하지 않았던 지난해 같은 기간 모금액(280만 달러)의 36배에 달한다.

한국루게릭병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28일까지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통해 기부에 참여한 인원은 5800여명이다. 총 기부액도 3억원 가까이나 된다.승일희망재단은 지난 18일 '얼음물 샤워 캠페인에 대하여'라는 입장과 함께 기부금을 루게릭요양병원 건림기금으로 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반감도 만만치 않다.

강성웅 강남세브란스병원 희귀난치성 신경근육계질환 진료센터 소장은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루게릭병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이벤트화 되는 것 같아 아쉽다. 루게릭병이 어떤 병인지, 환자와 가족의 고충이 무엇인지 정말 알고하는 것인지…이들의 절실한 문제들과 뿌리깊은 고충을 마음으로 느끼지 못하고 머리로 생각하고 그쳐선 안된다. 캠페인 참여자들은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불 붙은 기부 열풍이 삽시간에 식을 것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승일희망재단 박성자 이사는 "지금의 참여 열기를 어떻게 지속시킬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재미있는 기부라는 평가 속에 자원(물) 낭비를 걱정한다.

소외된 다른 희귀질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4년 상반기 기준 141개 희귀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 수는 51만8284명에 이른다.

정해일 희귀질환 진단치료기술연구·지원센터 소장은 "병명 코드가 없어 희귀질환 진료비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은데도 민간 제약사가 치료제를 개발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hjp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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