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서 매맞는 노인들..당국 평가는 '최우수'

곽상은 기자 입력 2014. 8. 30. 20:57 수정 2014. 8. 30.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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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치매 같은 질환으로 혼자 지내기 어려운 노인들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2008년 장기요양 보험 도입과 함께 노인전문 요양시설이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요양시설에서 학대받는 노인이 크게 늘고 있고, 요양시설 평가제도가 허술하게 운영돼 문제 있는 시설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뉴스 인 뉴스, 곽상은 기자입니다.

<기자>

이달 초 노인학대 혐의 등으로 경기도 평택의 한 요양원 원장과 요양보호사들이 무더기로 입건됐습니다.

경찰이 입수한 사진 속 피해자들의 모습은 끔찍할 정도입니다.

80대 치매 환자 심 모 씨는 밤마다 침대에 사지가 묶여야 했습니다.

요양보호사들이 퇴근하면서 결박해 놓은 겁니다.

외상으로 눈과 다리가 퉁퉁 부어 있던 70대 할머니들은 요양원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상태가 악화 됐습니다.

[평택경찰서 관계자 : 간호조무사가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계속 병원에 가야 한다고 했는데, 요양원 쪽에서 방치한 거예요.]

정부 조사결과 요양시설 내 노인 학대는 최근 5년 새 5배로 급증했습니다.

학대 유형으로는 방임이 가장 많았고 욕설을 비롯한 정서적 학대와 신체적 학대 순이었습니다.

치매 노모를 요양원에 맡겼던 이 50대 남성은 석 달 전 노모가 '매를 맞았다'고 말해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요양원 CCTV 화면을 확인한 뒤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남성 요양보호사가 병든 노모를 때리는 장면이 생생하게 포착됐기 때문입니다.

[박근수/요양시설 학대 피해자 아들 : 처음에는 원장이 '그런 일이 전혀 없었다. 우리 요양원은 학대라든지 그런 일이 전혀 없는데 무슨 일입니까' 그러다가 사실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이현민/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부장 : 폭력 전과를 가진 분들이 요양보호사로 취업을 해서 노인들을 폭행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노인학대에 관련된 인식이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요양시설 종사자의 학대나 방임은 피해자 가족의 신고나 내부고발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알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당국이 2년에 한 번씩 요양시설을 정기 평가하고는 있지만 형식에 그치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사회복지사/요양시설 노인학대 내부고발자 : 서류만 완벽하게 해놓으면 우수등급이 나와요. 거기(노인 학대 요양시설)도 평가를 최우수 등급을 받았어요.]

한 해 건강보험 재정 1조 6천억 원이 요양시설에 지원되고 있지만, 당국의 정기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아도 제재나 불이익을 받은 시설은 지난 5년간 단 한 곳도 없습니다.

[남은경/경실련 사회정책팀장 : 요양시설의 경우 신고제로 운영되고 평가제도를 통해서 낮게 평가되어도 제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질 관리를 위한 노력이 미흡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요양시설과 종사자에 대한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유명무실한 지금의 평가제를 개선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영상취재 : 최호준·박대영, 영상편집 : 장현기)곽상은 기자 2bwith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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