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사나이' 온갖 구설수에도 잘 나가는 이유

이만수 2014. 8. 30.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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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사나이' 왜 지상파 예능 최후의 보루일까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주중에 10%를 넘는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은 SBS <정글의 법칙>이 유일하다. tvN의 <꽃보다 청춘>, Mnet의 <슈퍼스타K6> 등 케이블 채널의 파상공세로 격전장이 되어버린 금요일 밤에도 <정글의 법칙>은 13%가 넘는 시청률을 내고 있다. KBS에서 유재석을 앞세워 내놓은 <나는 남자다>가 3%대 시청률로 고전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주말 지상파 예능에서 최강자는 단연 MBC <일밤-진짜 사나이>다. 지난 24일 방영된 '여군특집'은 무려 17.1%(닐슨 코리아)의 시청률을 냈다. 육아예능이 과열 경쟁을 이루면서 조금씩 힘이 빠지고 있는 반면, <진짜 사나이>는 여전히 건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글과 군대. 이 두 공간을 다루고 있는 <정글의 법칙>과 <진짜 사나이>는 업계에서는 한 마디로 '센 프로그램'으로 통한다. 그 혹독한 환경 속에서 보여주는 출연자들의 모습은 말보다는 땀과 눈물이 더 많다. 말의 힘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요즘, 몸이 보여주는 진정성은 그 어떤 것보다 힘이 세다는 걸 이 두 프로그램은 보여주고 있다.

'센 프로그램'인 만큼 구설수도 많다. 이 두 예능 프로그램은 공교롭게도 모두 리얼 논란을 겪었다. <정글의 법칙>은 정글이 아니라 사실은 '관광 상품'이 아니냐는 조작논란을 겪었고, <진짜 사나이> 역시 진짜 군대가 아닌 홍보성이 강한 면만을 부각시켰다며 '가짜 사나이'가 아니냐는 얘기까지 들었다. 심지어 사소한 편집 상의 문제도 논란으로 부각될 만큼 이 두 프로그램은 관심도 높고 또 그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예능 프로그램이 지상파 예능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있다는 건 여러 가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두 프로그램은 지상파 정도의 덩치가 되어야 건드릴 수 있는 블록버스터에 가깝다. 최근 여타의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들이 비지상파에서 시도하는 것과 거의 차이가 없어질 만큼 차별성이 사라져 있는 걸 생각해보면 이 두 예능 프로그램은 확실히 지상파만의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다른 한편으로는 이제 비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들이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들을 거의 따라잡고 있다는 걸 말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 남은 영역이 더 강한 자극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건 씁쓸한 대목이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시청률이 빠져버린 지상파 예능에서 이제 스튜디오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기가 어려워졌다. 좀 더 힘겨운 정글이나 군대 같은 공간으로 뛰어들어야 그나마 시청자들의 관심을 가져간다는 점이다.

<진짜 사나이>가 남자 연예인들의 군대 체험을 반복해서 보여주다가 최근에는 여자 연예인들로 특집을 꾸민 건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확실히 여자 연예인들이 눈물을 흘리고 땀범벅이 되어 땅을 구르는 장면은 그 자체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아 끌 수밖에 없다. 이 특집이 주는 특별한 재미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우선 힘을 발휘하는 건 여자 연예인들이 적응 안 되는 군대의 야전에서 온 몸을 던져 땀을 흘리는 그 장면 자체다.

이렇게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이 좀 더 혹독한 환경으로 뛰어들어서야 비로소 자존심을 차리게 된 것은 지금 지상파와 비지상파까지 확대된 예능 경쟁이 얼마나 치열해졌는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한편으로는 지상파 예능의 최후의 보루처럼 여겨지는 <정글의 법칙>과 <진짜 사나이>는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지상파 예능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전해주기도 한다. 지상파만이 할 수 있는 스케일 크고 강도 높은 예능. 그것이 아니라면 이제 지상파 자존심을 세우기는 어려워졌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S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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