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라인, 재갈 물려 '먹통' 되다

모종혁│중국 통신원 입력 2014. 8. 30. 09:59 수정 2014. 8. 30.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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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 거주하는 옌겅션(35)은 지난 7월 말 라인(LINE) 애플리케이션을 휴대전화에서 삭제했다. 중국 내에서 라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옌이 라인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올 초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시청하면서부터다. 한류 '광팬'이 된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라인을 쓰기 시작했는데, 다양한 테마와 아기자기한 이모티콘 덕에 쓰는 맛이 쏠쏠했다. 옌은 "라인을 다운받아 보니 적지 않은 지인들이 사용하고 있어 놀랐다"며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사용을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자국 업계 위해 해외 메신저 차단 '음모론'

7월1일부터 카카오(KAKAO)와 라인이 중국에서 '실종'됐다. 현재 카카오톡은 문자와 사진은 송수신되지만, PC 버전이 접속되지 않고 신규 가입이 어렵다. 카카오스토리·카카오그룹 등 다른 서비스는 접근이 불가능하다. 라인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라인은 메시지의 송수신을 비롯해 모든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는다.

ⓒ 일러스트 배중열

카카오와 라인의 접속이 어려워지면서 의혹의 눈길은 중국 정부로 쏠렸다. 중국 정부가 자국 업계 보호를 위해 서비스를 차단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이 힘을 얻었다. 두 회사의 모바일메신저는 홍콩·마카오·타이완 등 다른 중화권 지역에서는 정상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중국 내 이용자의 불만이 쏟아지고 관련 기업의 아우성이 잇따르자, 7월4일부터 우리 정부가 직접 나서 중국 정부에 문의했다. 오랫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중국 정부는 8월7일에야 공식 입장을 전달해왔다. 이진규 미래창조과학부 인터넷정책관은 "중국 정부가 카카오톡과 라인이 테러 정보의 유통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어 중국 내 접속을 차단했다"고 말했다. 이 정책관은 "디디(Didi)·토크박스(Talk Box)·보어(Vower) 등 다른 해외 모바일메신저도 차단하고 있다"며 "카카오톡과 라인만 당하는 차별은 아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중국의 인터넷 관리 부서인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국신판)은 '모바일메신저 발전 관리 임시규정'을 발표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앞으로 중국인이 모바일메신저에 가입하려면 실명 인증을 거쳐야 한다. 또한 법률·법규, 사회주의 제도, 국가 이익, 공공질서, 사회도덕 등 '7대 최저선'을 지킬 것을 서약해야 한다. 사용자에게 각종 정보나 소식을 발송하는 공중계정(公衆號)은 반드시 등록 심사를 거치도록 했다. 이는 카카오스토리에서도 제공되는 서비스로, 중국에서 뉴스의 주된 전파 통로로 정착됐다.

최근 들어 중국 정부는 모바일메신저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 5월28일 국신판과 공안부는 위챗(微信)을 비롯해 모든 모바일메신저 계정을 한 달간 단속하기로 결정했다. 두 부서는 "광범위하게 정보를 전달하고 사회를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계정과 소문·폭력·테러리즘·사기·성(性) 등을 퍼뜨리는 계정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겉으로 보면 반사회적인 계정을 추방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사회를 엄격히 통제하고 체제를 수호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읽힌다. 실제 반관영 통신사 '중국신문(中國新聞)'은 "당국이 중국에 침투해 파괴 활동을 벌이는 국내외 적대 세력을 철저히 단속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결정 후 테러가 빈발하는 '중국의 화약고'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의 일부 지역에서는 모바일메신저의 접속이 어려워졌다.

중국 정부의 관심이 모바일메신저로 옮겨지는 이유는 중국인의 인터넷 이용 패턴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중국인터넷정보센터(CNNIC)가 발표한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중국의 인터넷 이용 인구는 6억3200만명으로 보급률은 46.9%에 달했다. 모바일인터넷 이용 인구는 5억2700만명으로, 올 상반기에만 2699만명이나 늘어났다. 특히 전체 인터넷 인구 중 83.4%는 휴대전화로 인터넷에 접속해 처음으로 PC 이용 비율(80.9%)을 추월했다. 모바일메신저 사용자도 엄청나다. 중국의 '국민 메신저'인 위챗은 올해 1분기 기준 3억96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국신판의 규정 발표 후 중국 최대 인터넷업체인 텅쉰(騰迅)은 자사의 위챗에 대한 자체 단속에 들어갔다. 8월7일 텅쉰은 "당국의 규정을 준수하겠다"며 580만개에 이르는 공중계정을 규제할 계획을 밝혔다. 한술 더 떠 광둥(廣東)성 자오칭(肇慶) 시는 위챗의 공중계정을 경찰에 등록하게 했다. 위챗 사용자에게는 해외 언론의 정보를 공유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인지도 급상승한 라인에 더 강력한 규제

사회 통제와 체제 수호를 위해서라지만, 카카오와 라인을 콕 짚어 막은 데는 의문이 남는다. 이진규 정책관은 "중국 정부가 카카오톡과 라인으로 테러 정보가 오고 간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물을 확보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카카오톡과 라인 간 차단 수위가 왜 다른지 속 시원한 답변도 없었다. 중국 내 카카오톡과 라인의 사용자 수는 위챗에 비하면 극히 미미하다.

카카오톡 사용자는 재중(在中) 교민이나 조선족 동포, 한국 기업에서 일하거나 한국어를 배우는 중국인, 극성 한류팬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라인은 상황이 좀 다르다. 올해 1분기 사용자가 4억8000만명에 달하고 일본·타이완·인도네시아·태국 등 여러 국가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미 페이스북의 와츠앱, 텅쉰의 위챗과 더불어 세계 3대 모바일메신저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라인의 간접광고(PPL)가 노출되면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2월 중순부터 수개월 동안 중국 내 메신저 다운로드 순위 2위를 기록하며 위챗을 바짝 추격했다. 특히 10~30대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위챗은 인터페이스가 간편하지만, 테마가 단순하고 이모티콘이 세련되지 못하다. 이에 반해 라인은 테마를 다양하게 꾸밀 수 있고 기호에 맞는 이모티콘을 사용할 수 있다.

지난 6월 상하이에서 열린 정보통신기술(ICT)박람회에서 강현빈 라인플러스 이사는 중국 진출 계획을 공개했다. 강 이사는 "중국 버전인 롄워(連我)를 위해 현지 팀을 구성하고 중국 소비자에 맞는 서비스를 내놓으며 대규모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통제 조치로 라인의 원대한 꿈은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 하기엔 타이밍이 너무나 절묘했다.

우리가 중국 정부의 몰상식한 처사를 비난한들 돌아오지 않을 메아리에 불과하다. 중국은 세계 최대인 자국 시장을 발판으로 인터넷 제국 구글과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절대자 페이스북의 요구도 무시한 나라다. 온갖 통제를 못 견뎌 구글은 2010년, 페이스북은 2009년 중국에서 철수했다. 결국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중국 기준과 환경에 맞추어 서비스를 현지화하는 수밖에 없다. 카카오와 라인이 이번 위기를 넘어 중국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모종혁│중국 통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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