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정신적으로 문제'있는 선장 탓?

김만배·김미애·이태성·김정주·황재하 기자 입력 2014. 8. 30. 06:19 수정 2014. 8. 31. 12:4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초동살롱<27>]청해진해운 임직원, 복원성 위험 알고도 묵인

[머니투데이 김만배·김미애·이태성·김정주·황재하기자][[서초동살롱<27>]청해진해운 임직원, 복원성 위험 알고도 묵인]

"정신적으로 좀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세월호 선장 이준석씨(69)는 사고 당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이렇게 변명했습니다. 공황 상태에 빠져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 선장은 지난 29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청해진해운 관계자들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미흡한 안전 관리와 대피 지시 등을 지적하는 검사의 질문에 변명으로 일관했습니다. 지난 5월 기소된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서 말문을 연 그는 동료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빴습니다. 화물과적이나 고박 등은 일등 항해사의 담당 업무라며 책임을 넘겼고 사고지점인 맹골수도를 지날 때는 삼등 항해사가 잘 운행할 것으로 여겨 침실로 들어갔다고 대꾸했습니다. 선장으로서의 사명이나 책임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복원성·과적 위험성 알고도 운항…청해진해운의 총체적 난국

희생자 유가족들의 분노를 일으키는 무책임한 답변은 이 선장의 입에서만 나온 것이 아닙니다. 청해진해운 임직원들 모두 이번 사고의 원인이 된 화물과적 위험성을 알고 있었습니다. 청해진해운의 물류팀 차장 김모씨(45·구속)는 과적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발뺌하다가 검사가 들이민 증거영상을 본 뒤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고 실토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화물에 대한 전권을 가진 물류팀은 과적으로 인한 복원성 문제를 지적하는 선원들의 요청를 단칼에 묵살했습니다. 세월호의 쌍둥이배 '오하마나호'의 선장 박모씨(51)는 "물류팀에서 물동량이 많으니 무조건 많이 실으라고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승객의 안전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었던 겁니다.

해수부로부터 승인받은 자료에 따르면 세월호가 복원성을 유지하면서 적재할 수 있는 화물의 최대치는 1077톤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평형수 1565톤, 청수는 290톤을 싣고 출항해야 합니다. 그러나 사고 당시 세월호에 실린 화물은 3259톤이었고 확인된 화물 무게만 2142톤이었습니다.

지난해 3월부터 세월호 참사 전날까지 139회에 걸쳐 과적 운항을 했고 그 결과 총 29억여원의 초과 수익을 올렸다는 게 검찰의 설명입니다. 돈에 눈이 멀어 승객의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나 버린 것이죠. 청해진해운의 김한식 대표는 화물 과적을 독려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윗물이 썩어 버렸으니 아랫물이 더러운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 것 같습니다.

◇유족들 분노…유병언 일가는 장례식장으로

재판을 방청하는 유족들의 심정은 얼마나 답답할까요. 법정에는 증인들의 어처구니 없는 증언들이 이어질 때마다 한숨과 탄식이 끊이지 않습니다. 피고인들에 대한 분노와 원망으로 가득한 그 마음은 감히 헤아릴 수도 없을 듯합니다.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보던 단원고 희생자의 어머니 고모씨는 자식을 떠나보낸 이후 밥을 먹는 것도, 숨을 쉬는 것도 힘들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는 증인신문 내내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뺌하는 관계자들의 진술을 묵묵히 들어주는 재판부에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을 차가운 바다 속에서 죽게 만든 피고인들이 응분의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재판해달라는 요청입니다.

법정에 나온 생존자들 역시 한 목소리로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습니다. 이제 겨우 일상으로 돌아온 이들이나 여전히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생존자들 모두 재판부에 바라는 건 단 하나입니다. 사건 관계자들이 응분의 댓가를 치러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오늘부터 이틀간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의 본산인 경기 안성시 금수원에서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례식이 열립니다.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장남 대균씨(44) 등 유 전회장 일가 4명은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이들은 31일 오후 8시까지 풀려난 상태로 유 전회장의 마지막 길을 배웅할 수 있게 됐습니다.

대균씨 등은 가족을 잃은 슬픔을 느끼고 있을 겁니다. 이 슬픔은 한동안 이어지겠죠. 그러나 이들이 절대 잊지 말아야할 사실이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시신을 찾지 못해 장례식을 치르지 못한 유족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자식을 떠나보내지 못한 부모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한다면 그들이야말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김정주 기자 트위터 계정 @kimyang333]

[관련기사]☞ 유병언 장례식 첫날, 신도 등 2000명 이상 조문

'무적 신세' 박주영, 지도자 자격 취득.. 이유는 병역 문제?

"내 성생활 정보활용에 동의하라고?" 일본계 中企 '논란'

최태원 회장 차녀, 해군장교 지원 배경은

엄마가 해준 그 맛, '집밥'의 전성시대

머니투데이 김만배·김미애·이태성·김정주·황재하기자 insight@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