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멸의 대상에서 '부르는 게 값'으로..'쥐' 운명의 변천사

박성환 2014. 8. 3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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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서울 사당동 주민들의 때아닌 '쥐잡기 운동'이 화제가 되면서 쥐가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쥐잡기 운동은 1954년부터 시작됐다. 농사가 주업이었던 당시 쥐는 국가적인 골칫거리였다.

당시 농림부가 추산한 쥐는 9000만 마리로 한 가구당 평균 18마리가 살고 있었다. 쥐들은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곡물 총생산량의 무려 8%에 해당하는 곡물을 먹어치웠다.

1960년대만 해도 시·도 단위로 펼쳐지던 쥐잡기 운동은 1970년 1월26일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쥐 박멸을 위해 전국이 동일 시간에 쥐약을 놓아 범국민적으로 쥐를 잡았다.

쥐를 잡는 날 전에 홍보물을 만들어 ▲쥐의 종류 ▲쥐약을 놓는 법 ▲쥐덫 설치법 등 쥐를 잡는 다양한 방법 등을 설명했다. 1971년 3월25일 오후 7시 대대적인 2차 쥐잡기 운동으로 무려 4667만 마리를 잡기도 했다. 투입된 예산만 1억9000만 원에 달했다.

당시 발행되는 신문마다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죽은 쥐를 소개하거나 쥐약 광고나 포스터 등을 손쉽게 볼 수 있었다.

범국민적인 쥐잡기 운동에 학생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학생들은 쥐를 잡은 증거물로 학교에 '쥐꼬리'를 제출해야 했다. 하지만 자의든 타의든 쥐약을 먹고 숨지는 사건·사고도 적지 않았다.

시대가 변하면서 쥐에 대한 대접도 달라졌다.

박멸의 대상이었던 쥐가 이제는 인간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됐다. 인간과 유사한 유전적 형질을 가지고 있는 실험용 쥐가 의·약학 연구에서 쓰이면서 대접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에는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목적의 신약 후보 물질에 대한 약효 검증 등 다양한 실험에 쓰이고 있다.

실험용 쥐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단순 실험용 쥐의 가격도 수십만 원을 훌쩍 넘는다. 특히 특정 유전자가 변형된 쥐의 경우에는 '부르는 게 값'이 될 정도로 수백만 원에서 수억 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또 쥐과 동물인 햄스터나 기니피그 등은 사육 공간이 넓지 않고, 비교적 기르기 쉬운 애완동물로 기르는 사람도 적지 않다.

12간지 중 첫 번째인 쥐는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존재'라며 멸시를 받았지만, 다산과 근면, 영민 같은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운명의 기로에서 끈질긴 생명력으로 인고를 시간을 보낸 쥐는 시대가 변하면서 박멸의 대상에서 꼭 필요한 존재로 바뀌고 있다.

sky03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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