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던 스타킹 빨지 말고 나한테 파세요" 중고물품 사이트의 변태들

정준호 입력 2014. 8. 29. 04:46 수정 2014. 8. 29.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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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한 해결책 없어 피해사례 속출

#1 평소 인터넷 중고거래 카페에서 물건을 자주 사고파는 여고생 이모(17)양은 6일 평소 안 입는 짧은 반바지를 팔려고 카페 게시판에 내놨다. 반바지를 사겠다며 카페 메신저로 말을 걸어온 남성은 "하루 입을 때마다 1만원씩 더 줄 테니 며칠 입고 빨지 않은 채로 팔 수 있겠느냐"고 제안했다. 이양이 "신고하겠다"고 하는데도 상대 남성은 한술 더 떠 "신고 다니는 신발이 있으면 그것도 사겠다"고 했다. 이양은 바로 메신저를 끊었지만 몹시 당황스럽고 수치스러웠다.

#2 대학생 한모(22ㆍ여)씨는 5월 인터넷 카페 '무료 나눔' 게시판에 '깁스를 해 신을 수 없게 된 새 팬티스타킹을 나눠주겠다'는 글을 보고 나눔을 신청했다. 상대방은 팬티스타킹을 주는 대가로 "안 신는 발목스타킹을 줄 수 있냐"면서 스타킹을 신은 한씨의 발 사진을 요구했다.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사진을 보냈다. 그러나 상대방의 요구는 점점 강도가 세졌다. 전신과 얼굴 사진 등을 요구하더니 "스타킹을 빨지 말고 달라"고까지 했다. 한씨는 "어떻게 반격해야 할지 몰라 답답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해당 아이디를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에 신고했다.

중고 물품을 거래하는 인터넷 카페에서 여성을 노리는 변태 성욕자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주로 수영복, 교복, 스타킹, 신발 등 중고 의류를 판매하려는 여성에게 접근한다. 자신도 여성인 척하며 스타킹 등을 착용하고 특정 신체 부위를 찍은 사진을 보내달라거나 의류를 세탁하지 말고 체취가 묻은 채로 팔 것을 요구한다. 함몰된 유두를 돌출시켜 모유수유를 돕는 유두보호기 착용 사진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문제는 사법기관이 이들을 강하게 제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변태 성욕자들이 노출이 심한 사진을 음란사이트에서 공유할 가능성이 있지만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직접적으로 성적 요구를 한 것이 아니고 단순히 착용 사진을 요구한 것만으로 처벌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문자나 메신저를 통해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한 것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이므로 적극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진 제이앤유 파트너스 변호사는 "새로운 유형의 범죄인 만큼 사법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 수사하고 법원은 처벌 판례를 남겨야 한다"며 "피해자들도 적극적으로 법적 조치를 취해야 유사 범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성폭력범죄 특례법을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특히 대상이 미성년자라면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 가중처벌된다.

정준호기자 junho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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