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블랙홀' 인문계 대학원 .. "석·박사 우대는 이공계 얘기"

2014. 8. 2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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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희 기자 ] "대학원 진학이 취업에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계약직 연구원 등 비정규직 취업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학부생 때보다 고용 조건이 더 나쁜 경우도 많다."

인문계 대학원생들의 한숨이 짙다. 대학원생 가운데 순수하게 학문 연구를 이어가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취업도 염두에 두지만 현실은 만만찮다. 어림잡아 한 해 1천만 원 이상의 등록금을 내면서 대학원에 진학해도 취업문은 더 좁아진다. 유수의 기업들에게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하고, 졸업 후 취업도 보장되는 이공계 대학원생들을 보면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낀다.

29일 대학들에 따르면 인문계 전공자들은 대학원에 진학해도 취업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기업뿐 아니라 전공 관련 연구기관 취업도 어려운 형편. 취업 시 석·박사 학위를 경력으로 인정해주지 않거나 학부 졸업생과의 대우 차이도 거의 없었다.

수도권 모 대학의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석사과정에 있는 주모 씨(25)는 "취업 경로를 연구직으로 정하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하고 싶은 분야의 전문성은 얻었지만 실질적 취업의 기회는 늘지 않고 오히려 학부생 때보다 줄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기초학문이 아닌 MBA(경영전문대학원)는 인문계 대학원 중에선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취업 성과가 확연히 좋은 것은 아니다. 주 씨는 "MBA에 진학해도 학부생 때보다 특별히 취업이 잘되지는 않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수도권 소재 한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전공하는 A씨(29) 역시 "보통 석사 학위 소지자가 학부 졸업생보다 임금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취업 시장에선 그렇지도 않다" 며 "크게 소득의 차이가 없는데도 어쩔 수 없이 취업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공계 쪽은 산학장학생 제도 등으로 장학금을 받고 취직도 하지만 인문계나 상경계 쪽에선 이런 경로로 취직하는 사례를 본 적 없다"고 덧붙였다.

산학장학생은 기업이 석·박사 학위 과정을 대상으로 장학금, 직무 관련 교육, 해외 연수 등 혜택을 제공하고 졸업 후 바로 채용하는 제도다.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나 제조업 분야 기업체들이 시행하고 있다. 때문에 인문계 대학원생들은 논외다.

일부 기업이 인문계 학부생 대상으로 산학장학생 제도를 운영하는 경우가 있지만 정작 대학원생들은 혜택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반면 포스텍(포항공대) 대학원생인 이호준 씨(전자과·27)는 지난해 산학장학생으로 선발됐다. 4년간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다닌 뒤 졸업 후 삼성전자에 입사한다. 이 씨는 "(포스텍) 전자과 같은 경우 40~50% 정도가 산학장학생" 이라며 "아무래도 이공계는 대학원 졸업 후 취업이 수월한 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연구·개발(R&D) 중요성이 부각되고 기업 간 기술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취업 시장에서 이공계 브레인의 인기는 높아지고 있다. 취업에 있어선 별 뾰족한 대책이 없는 인문계 대학원생들의 처지와는 정반대다.

이에 대해 서강대 경력개발센터 유희석 팀장은 "반도체나 제조업이 강세를 보이는 국내 시장 상황에서 인문계가 기술집약적 사업이나 제조업에서 역량을 발휘하기 힘들기 때문" 이라며 "반도체나 전자 등 경쟁이 치열한 분야일수록 기업들이 인재 '입도선매'에 힘을 쏟으면서 이공계 석·박사 인력이 산학장학생 같은 제도의 혜택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김근희 기자 tkfcka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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