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균 후손들이 남해안서 '진짜 묘' 찾는 사연

2014. 8. 2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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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년간 '가묘'서 차례..통영 묘 추정지 도로공사 편입 예상

수백년간 '가묘'서 차례…통영 묘 추정지 도로공사 편입 예상

(통영·평택=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할아버지의 진짜 무덤인 것 같다는 소문이 들리면 전국 어디든 달려가고 싶습니다."

임진왜란 때인 1597년 칠천량 해전에서 일본 수군에게 대패하고 퇴각하다 전사한 원균 장군의 후손들은 명절만 되면 가슴이 먹먹하다.

장군이 전사한 곳은 현재 경남 통영과 고성 사이인 '춘원포' 일대로 알려졌지만 정작 시신의 행방이 묘연했고, 진짜 무덤이 없기 때문이다.

장군의 후손들인 원주 원씨 평택대종회(회장 원영재)는 원주 원씨들이 모여사는 경기도 평택시 도일동에 있는 가묘에서 장군의 기일에 맞춰 제사를 지낸다.

이 묘는 경기도 기념물 제57호로 지정돼 있다.

조상의 시신은 수습하지 못했지만 가묘에서라도 후손된 도리를 다하려고 명절 땐 벌초도 하고 차례도 지낸다.

그런데 원주 원씨 후손들은 20여년 전 경남 통영시 광도면 황리에 장군의 진짜 묘로 추정되는 곳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칠천량 해전의 패장이 된 장군이 최후를 맞은 곳이었다.

후손들은 현장에서 조상의 진짜 묘가 확인되면 선산이 있는 평택으로 바로 이장할 계획까지 세웠다.

원영재(60) 회장은 "시신 없는 가묘에 제사를 지냈다는 부끄러움보다 할아버지의 유골을 찾게 됐다는 기쁨이 앞섰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그러나 잡초가 무성한 현장과 그 주변을 보고 장군의 진짜 묘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지역 향토사학자인 김일룡 통영문화원 부원장은 후손들과 만나 "이 일대가 장군이 전사한 곳은 맞지만 시신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발굴조사로 유골을 찾아 유전자 검사를 하지 않는 이상 진짜 묘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후손들은 당시 문중 회의를 거쳐 해당 토지를 매입하지 않겠다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이들은 20년 동안 여러 차례 통영을 방문하는 것으로 서러움을 달랬다.

토지보상비도 수십년 세월 동안 껑충 뛰어 이장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해졌다.

장군의 진짜 묘로 추정되는 곳과 주변 부지에선 통영과 고성을 잇는 국도 77호선 확장공사 착공을 앞두고 있다.

만약 해당 묘 추정지에 원균의 묘가 있다면 특별한 조치가 없는 한 도로 공사 과정에서 사라져버릴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동안 통영 인근 거제에서도 장군의 진짜 묘로 추정되는 곳이 있다는 소문이 들려왔지만 유족들에겐 실망만 안겨줬다.

원영재 회장은 "패장의 후손이라는 낙인 속에 수백년 동안 시신이 없는 할아버지의 묘를 보며 살았다"며 한숨을 지었다.

그는 이어 "할아버지는 이순신 장군과 함께 임진왜란 당시 옥포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다"며 "진짜 무덤을 찾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그 업적은 제대로 평가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pitbul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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