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 커쇼, '00년 페드로-'05년 클레멘스 '아성' 넘보다

정재호 입력 2014. 8. 28. 16:36 수정 2014. 8. 2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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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류현진(27·LA다저스)의 팀동료 클레이튼 커쇼(26·다저스)가 또 한 번 최강 에이스의 위용을 유감없이 뽐냈다.

커쇼는 2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 필드'에서 벌어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원정 2연전 최종전에 선발등판, '8이닝 6피안타 1실점(비자책) 2볼넷 10탈삼진' 등을 기록하고 올 시즌 메이저리그 최초로 16승(3패 평균자책점 1.82→1.73) 투수가 됐다.

왕복 30시간에 이르는 호주 원정 개막전의 여파였는지 시즌 초반 어깨에 탈이 나 5주를 빠진 선수라고 믿기지 않는 지난 16경기 13승1패의 무시무시한 페이스로 끝내 전체 다승 단독선두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 겸손한 커쇼, 괴력의 시즌 첫 '만루위기'

커쇼는 여전히 겸손했다. 5주나 빠지고 다승 선두가 됐다는 질문을 받자 "승리는 팀이 만들어주는 것이다"며 "출발이 좋지 않아 위기를 맞았지만 운이 좋게 필요할 때 아웃카운트를 잡을 수 있었다. 4~5회 이후 약간 안정되며 결국 8회까지 끌고 갈 수 있었다"고 원동력을 설명했다.

커쇼 역투에다 3회초 맷 켐프(29·다저스)의 결승 2타점 2루타와 스캇 밴 슬라이크(28·다저스)의 쐐기 솔로포 등을 묶은 다저스는 3-1로 이기며 최근 2연승 및 지난 6경기 5승1패의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생애 첫 노히트게임이 확정되는 순간 클레이튼 커쇼가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있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이날 커쇼는 다승선두 외에 아주 놀라운 기록 2가지에 도전했다. 첫째 올 시즌 161.1이닝(194탈삼진)을 통틀어 아직 단 한 번도 만루위기 상황을 맞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 3회말 '안타-희생번트-안타-볼넷' 등을 묶어 시즌 처음으로 만루에 직면했다. 커쇼는 후속 애런 힐(32·애리조나)과 마크 트럼보(28·애리조나)를 각각 2루수 직선타와 좌익수플라이로 잡고 실점하지는 않았다.

경기 뒤 본인조차 몰랐던 진기록 행진에 대해 커쇼는 "그런 기록이 있었는지 몰랐지만 오늘 내가 날려먹었다"고 말했다. 밴 슬라이크는 "굉장히 충격적인 통계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커쇼라서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다"고 웃었다.

돈 매팅리(53) 다저스 감독은 "놀랄 만한 사실"이라면서도 "더 이상 커쇼에 대해 놀랄 게 남아있지 않다"고 에둘렀다.

◇ 트럼보가 말하는 커쇼의 '패스트볼 마술'

상대팀의 트럼보는 커쇼를 직접 상대해보지 않으면 그가 얼마나 힘든 상대인지 절대 모를 거라고 혀를 내두르기 바빴다.

트럼보는 "직접 타석에 서보지 않는 한 어떻게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운을 떼며 "벨로시티(구속)만 놓고 보면 공략 못할 수준(시즌평균 93마일)은 아니나 커쇼의 패스트볼(빠른공)은 그 어떤 투수가 던지는 공보다 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커쇼의 패스트볼은 유난히 회전이 많이 걸려 묵직하기로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즉 구위를 평가하는 3대 요소 중 하나인 무브먼트(공끝의 움직임)가 남다르다는 뜻이다.

이어 트럼보는 "패스트볼이 커쇼의 모든 것이다. 잘 갖춰진 패스트볼이 있기 때문에 그걸 바탕으로 위에서 아래로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커브 볼의 위력도 배가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날 비자책 호투로 커쇼는 8월을 평균자책점(ERA) 1.73까지 떨어뜨린 가운데 매조지 했다. 이로써 작년(1.72)에 이어 2년 연속으로 8월이 끝나는 시점에서 2점 이하의 ERA를 찍었다.

스포츠통계전문업체인 '일리어스 스포츠 뷰로'에 따르면 8월까지 최소 20경기 이상을 선발 등판한 지난 15년간의 메이저리그 투수를 통틀어 2점 밑 ERA를 2번 달성한 자는 커쇼가 유일하다.

앞서 외계인의 최정점 시즌으로 일컬어지는 2000년 페드로 마르티네스(1.68)와 2005년 로저 클레멘스(1.51), 2008년 리치 하든(1.99) 등 세 명만이 각 한 차례씩 이 클럽에 들어간 바 있다.

커쇼가 올 시즌 최우수선수(MVP)를 넘어 페드로-클레멘스 같은 전설들과 맞먹거나 나아가 그들의 아성을 깨뜨리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 까닭이다.

◇ 최전성기 페드로-클레멘스에 못지않다

남은 한 달간은 역사적인 도전이 볼 만해졌다. 2000시즌 페드로는 '29경기 18승6패 ERA 1.74 217이닝 284탈삼진 조정평균자책점(ERA+) 291' 등으로 마무리했다.

스테로이드의 몸통으로 드러나 가치가 크게 반감되는 감이 없지 않지만 8월말 기준 15년간 ERA 1위(1.51)에 올라있는 2005시즌의 클레멘스는 최종성적이 '32경기 13승8패 ERA 1.87 211.1이닝 185탈삼진 ERA+ 226' 등이었다.

커쇼의 2014시즌은 '22경기 16승3패 ERA 1.73 161.1이닝 194탈삼진 ERA+195~199대'를 유지하고 있다.

5주를 빠져 이닝 수가 적고 투수들에게 유리한 구장인 '다저 스타디움'을 홈으로 써 ERA+가 모자란 편이다. 역대급의 '투고타저' 시대도 커쇼의 지난 2년간 기록을 평가절하 하는 주요인 중 하나다.

그러나 모든 걸 감안하더라도 커쇼의 올 시즌은 역사를 되짚어 쉽게 나올 수 없는 수치들을 써내려가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ERA로는 페드로-클레멘스와 싸우고 탈삼진으로는 랜디 존슨(50)과 이미 어깨를 나란히 했다.

커쇼는 남은 9월 단일시즌 기준 지난 1973년 놀런 라이언(66) 이후 무려 41년 만에 '한 시즌 멀티 노히트게임(2회 이상)'에 도전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앞서 5월24일부터 8월6일까지 14경기 연속으로 '3실점 이하+7탈삼진 이상'을 찍었다.

지난 100년간 메이저리그 역사를 통틀어 1986년 마이크 스캇(12회)과 2002년 커트 쉴링(11회) 등을 넘어 이 부문 최강의 좌완특급 중 하나인 1999년 랜디 존슨이 세웠던 14경기와 동률을 이뤘다.

8월11일 밀워키전(8이닝 6피안타 1실점 2볼넷 6탈삼진)에서 삼진 1개차로 아깝게 행진이 중단된 뒤 다시 3경기 연속(9이닝 3실점 11탈삼진, 8이닝 1실점 10탈삼진, 8이닝 1실점-비자책 10탈삼진)으로 기록을 이어가고 있어 내용 면에서는 1999년의 랜디 존슨이 부럽지 않다.

정재호 (kemp@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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