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절절 말 대신 짤방 하나로 빡 끝

입력 2014. 8. 28. 13:50 수정 2014. 8. 2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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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레전드 짤방 열전

아래 8개 짤방을 잘 살펴보세요. 이 중 몇개를 보며 빵 터지셨나요? 5개 이상이면 여전히 20대 감성! 3개 미만이요? 불통의 아이콘 등극입니다.

'짤방'이라 쓰고 '인터넷에 떠도는 모든 이미지'라고 읽는다. 사진이 없다고 운영자가 내 글을 삭제하지 않도록 이미지를 덧붙인다는 뜻의 수동적인 의미로 만들어졌던 이 말은 이미지를 합성하고 저장하고 모든 할 말을 사진 한장으로 대신하겠다는 적극적인 표현으로 바뀌었다. 짤방은 하루가 다르게 생겨나고 소멸하지만 '쓸데없이 고퀄을 추구한' 몇몇 짤방들은 현실의 정곡을 찌르며 오래 지속된다. 김도훈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공동편집장, 김준구 네이버 웹툰 책임자, 민노씨 <슬로우 뉴스> 운영자, 위근우 <아이즈> 취재팀장, 이승환 <ㅍㅍㅅㅅ> 발행인, 이준행 <일간워스트> <인디스트릿> 운영자 등이 수천가지 짤방 중에서 '전설 아닌 레전드급' 8편을 가려 뽑았다.

# 딸아 미안하다 혹은 애비메탈

원래는…

2014년 6월3일 고승덕 서울시 교육감 후보가 강남에서 열린 거리 유세에서 한손을 번쩍 들고 "딸아 미안하다"고 절규했다. 사진기자 협회상을 받았던 이 사진이 누리꾼들 사이에 퍼져나가며 고승덕은 '사과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맥도날드의 해피밀 품절사태를 빗댄 패러디와 헤비메탈 느낌의 전자기타 반주를 합성해 만든 동영상 '애비메탈'이 특히 인기를 누렸다. '애비메탈'은 유튜브에서 160만회 이상 시청되었다.

"처음 보자마자 이건 10년을 갈 역대급 짤이란 것을 알았다"(이승환) "가두 유세에서의 외침을 샤우팅으로 표현하고 메탈을 얹은 비디오도 특별히 주목해야 한다. 문화현상을 분석하는 데 중요한 분기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준행) 등 심사위원들의 압도적인 추천으로 '레전드급 짤방'으로 선정됐다.

다르게는…

불꽃슛짤, 해피밀짤 등 여러 짤방들이 창작됐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어떤 짤방도 원작의 불꽃슛 같은 위력에는 미칠 수 없다. 이 짤방의 유일한 단점은 이거다. 오리지널 이미지의 기괴함이 워낙 대담하고 독창적이어서 가공된 짤방들의 위력을 넘어선다"(김도훈)는 말대로 합성하지 않은 원래 이미지가 가장 우수하다는 평.

# 어머, 저건 사야 해

원래는…

이현세 작가가 그린 <공포의 외인구단> 1권에서 혜성이 공을 던지는 것을 보고 최엄지가 '아!' 하며 놀라는 장면에서 나왔다. 그런데 "어머, 저건 사야 해" 대사와 만났을 땐 엄지의 표정이 지름신을 막 접신한 듯 충격적인 분위기를 자아내 충동구매 대표 컷으로 등극하게 되었다. 이제는 특별한 패러디 없이 상용구처럼 사용되고 있다.

"어떠한 포토샵 작업이나 이미지 수정도 없이 10년 이상 장수하고 있는 짤방이다. 인간에게 지름욕이 사라지지 않는 한 지구 멸망까지 이어질 짤방이 아닐까 한다"(이승환)는 추천의 변처럼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짤방계에서도 변함없는 스테디셀러로 굳게 자리잡고 있다.

다르게는…

유통업계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는 짤방이라 온·오프라인에서 앞다투어 사용하고 있다. 아파트 분양 광고, 대형마트 진열대, 인터넷 배너 광고에도 나오기 때문에 어디서든 하루에 한번은 볼 수 있다.

#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원래는…

지난 5월부터 사진과 함께 인터넷 유행어가 된 이 짤방은 게으를 권리를 적극적으로 개진하려는 사람들에 의해 퍼져나가고 있다. 그보다 조금 앞서 한 인터넷 유머 게시판에서 크게 유행했던 강아지 짤방, "난 지금 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라는 사진을 변형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내가 하고 싶던 말을 대신 해주는 것 같은 짧고 강렬한 짤. 특히 회사원에게 적합하다"(위근우)는 추천이 있었다.

다르게는…

유머 게시판에 박근혜 대통령 사진과 함께 '개혁 안하고 싶다. 이미 아무 개혁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고 적극적으로 아무 개혁도 안하고 싶다'는 짤방이 올라오는 등 어떤 나른한 사진에도 응용 가능하다. '나는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 '나는 여친이 안 생길 거라는 것을 안다' 같은 유사 짤방도 있다.

#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원래는…

1년 전 디시인사이드 한 게시판 사용자들이 "중2병 돋는 글귀와 한 사용자의 인증사진을 합성해 2단 허세를 뿜는 짤방으로 만들면서" 시작됐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만드는 백과사전 엔하위키 미러에서는 "보통 과한 욕심으로 실수가 터졌을 때 조롱조로 쓰이거나 문구의 일부분을 교체하여 사용한다. 나쁜 역사가 반복되어 일어났을 때 쓰이기도 하며, 음란물을 공유한다는 제목의 낚시글에 짤방으로 쓰이기도 한다"고 사용법을 안내하고 있다. 안철수, 박근혜, 김기춘, 아이유, 윤하, 홍진호, 엘사 등의 수도 없이 많은 패러디가 존재하며 텍스트 또한 원본의 현학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라틴어로 번역한 "Aviditas hominis infinita est, eundem errorem repetit."를 쓰기도 한다.

다르게는…

위근우 기자는 여러 사본 중 "관객의 호기심은 끝이 없고 같은 관람을 반복한다"는 마이클 베이짤이라고 불리는 편을 추천했다. <익스트림 무비 트랜스포머4>가 개봉했을 때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서 "왜 우리는 매번 실망할 것을 알면서 이 영화를 보느냐"는 한탄이 오가던 시점에 등장한 짤방이다.

# 슬픈 배트맨

원래는…

한국 사용자들만 짤방을 만드는게 아니다. 지난 5월 영화 <맨 오브 스틸: 배트맨 vs 슈퍼맨>의 감독 잭 스나이더가 영화 공개에 앞서 배트맨의 모습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자 영화를 기다리던 팬들 사이에서는 이 배트맨을 이용한 패러디가 퍼져나갔다. 트위터에서 '#SadBatman'이란 해시태그로 검색하면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나 <해리 포터> 주인공들 뒤편에서 고개를 처박고 있는 배트맨의 사진들을 볼 수 있다.

다르게는…

'슬픈 배트맨'의 원조는 2010년 글로벌 짤방계를 휩쓸었던 '슬픈 키아누'라 할 수 있다. 배우 키아누 리브스가 빵을 들고 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 원본 사진이 수백가지 장면으로 합성됐다. 당시 미국의 한 블로거는 아예 합성사진만 모아 '슬픈 키아누'(www.SadKeanu.com)라는 사이트를 만들기도 했다.

# 내가 고자라니

원래는…

2003년 3월4일 방영된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공산당 간부였던 심영이 총알에 맞은 뒤 병원에서 절규하는 장면에서 나온 사진이다. 이승환씨는 "기존 필수 요소였던 개죽이, 궁예, 문희준, 싱하형 등은 소수만의 컬트적 재미를 추구했을 뿐, 대중적인 즐거움을 안겨주지 못했다. 그러나 극한의 아픔과 재미를 동시에 안겨준 이 컷은 합성은 물론이고 음악을 믹스한 동영상으로도 다수 변주됐다"며 '짤방 명예의 전당'에 올릴 것을 추천했다. 그 뒤 '심영 시리즈' '심영 콘텐츠'로 불리는 광범위한 동영상물 제작이 이어지며 실제 역사 기록에서는 거의 드러나지 않았던 심영은 이제 김두한급 유명인으로 성장했다는 평이다.

다르게는…

'내가 여자라니'(<일요일 일요일 밤에>, 2010년) "내가 점효썽이라니"(<이말년 씨리즈>, 2012년) "내가 고자라니!"(<snl코리아>, 2013년) 등 잊을 만하면 1년에 한번씩은 다른 매체에도 등장하는 무서운 생명력을 자랑한다. 심영 역을 맡은 배우 김영인씨는 이 대사만을 들고 예능물인 <푸른 거탑>과 <에스엔엘 코리아> 등에 카메오로 출연하는 등 김영인을 재발견하게 한 짤방이기도 했다.

# 노 액티브엑스

원래는…

노액티브엑스 캠페인 사이트( http://noactivex.net/)에서 전략적으로 만들어낸 짤방이다. '써머즈'라는 이름의 이 누리꾼은 액티브엑스로 인한 생활 속의 불편과 불합리를 합성 이미지로 만들어 퍼뜨리고 있다. 공감을 늘리기 위해 텍스트가 아니라 '짤방'이라는 이미지 수단을 택한 것이다. "사회비판과 풍자는 필수요소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대체로 짤방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메시지가 잘 표현됐다"(민노씨)는 추천이 있었다.

다르게는…

'어느 여대생의 고백' '종북 셀프 테스트' 등 메시지를 담은 '전략적 짤방'들은 점점 더 많이 생산되고 있다.

# 차도남

원래는…

6년 전 만화가 조석은 웹툰 <마음의 소리> 239회 '하이테크놀로지' 편에서 "나는 과묵하고 차갑지만 하이 테크놀로지와 공감하는 시크한 도시 남자! 하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하겠지?"라며 운을 뗐다. 네이버 웹툰 책임자 김준구 부장은 "이것은 한 세대를 대표하는 캐릭터"라며 "차도남의 기원을 찾기 위해 성지순례하는 누리꾼들의 수고를 덜기 위해서라도 이 컷을 '전설의 짤방'에 기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석 이전에 배우 장근석이 자신의 싸이월드에서 먼저 썼다거나 몸으로 '시전'했다는 설도 있어서 기원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다르게는…

"등신 같지만, 왠지 멋있어…." 임인스 웹툰 <싸우자 귀신아>에 나오는 여주인공의 대사는 차도남에 대한 가장 완벽한 답변으로 꼽힌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누리집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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