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여성 "결혼정보업체 비하 광고, 더럽다"

2014. 8. 2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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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김현정의 뉴스쇼]

-비하 광고 본 탈북여성들.. 경악

-탈북자 주제에 새 차를? 이런 시선도..

-탈북 학생, 신분 드러나는 순간 왕따

-탈북자 포용하는 평화 교육 절실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한경희 (탈북여성), 김귀옥 (한성대 교수)

[뉴스쇼 한경희 (탈북여성)씨 전문 듣기]

며칠 전 한 결혼 정보 업체가 온라인 상에 올린 광고가 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이 업체는 '탈북 여성과 결혼하면 이런 점이 좋다' 시리즈 광고물을 내보냈는데 내용이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한 탈북 여성이 속옷만 입은 채 방에 있다가 한 남성을 보자마자 껴안는 장면을 그려놓고는, 탈북 여성들은 외로움을 많이 타기 때문에 결혼하면 이런 점이 좋다는 식으로 설명을 하는 거죠. 탈북 여성을 왜곡하는 모습들, 어디 이 광고뿐이겠습니까? 탈북여성들 할 이야기가 많다고 합니다. 우리사회에 퍼져 있는 편견들 이 시간에 한번 짚어보죠. 한국에 온 지 7년이 된 탈북 여성이세요. 한경희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한경희 씨 나와 계십니까?

◆ 한경희>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이 결혼 정보업체의 광고 시리즈 보셨어요?

◆ 한경희> 네, 봤어요.

◇ 김현정> 보고는 어떤 느낌이 드셨습니까.

◆ 한경희> 정말 참 기분이 더러운 느낌이었고요. 어떤 마음으로 이런 게시물을 올렸는지 사람을 장사함에 있어서 남자들을 자기의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구나. 온전한 사업가가 아닌 더럽고 치사한, 아주 정말 진짜 세상에 저질적인 인간이 이런 결혼정보업체란 광고물을 걸고 일하고 있구나 하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김현정> 북한 여성들이 심하게 비하되는 느낌. 마치 어떤 물건이 되는 듯한 느낌, 이런 기분 나쁜 느낌 받으셨다는 거죠. 이 광고 보고서 많은 북한 이탈주민들이 모여서 얘기들을 하세요, 이거 가지고?

◆ 한경희> 제가 탈북자들 그룹 채팅방을 만들어서 광고물을 보게 했는데요. 저희 주변에 탈북민들이 이 광고물을 보고 정말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 김현정> 경악할 정도로 광고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사실 이제 이 광고가 크게 문제가 돼서 그렇지 그 전에 문제 삼지 않고 지나갔던 것들 중에도 TV방송이라든지 신문기사라든지 탈북 여성들께서 굉장히 심하게 좌절감을 느꼈던 경우들이 종종 있다면서요. 예를 들면 어떤 TV방송에서는 탈북 주민들은 85%의 성병이 있다든지 이런 발언들이 여과 없이 나가는 모습들 혹시 못 보셨어요?

◆ 한경희> 그건 제가 지나가는 말로 한번 들었는데요. 전 그 점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이 사람은 탈북자들을 어떤 목적에서 그런 성병이 있다고 하거니와 이런 광고물을 게시하는지. 그 사람이 탈북자들에 대한 그 어떤 격분한 마음이 없으면 감히 이런 글을 올릴까 싶기도 합니다.

◇ 김현정> 이건 뭐 글이 아니라 사실은 TV에 나온 발언이었는데 근거가 충분치 않고 그냥 이렇게 그렇다더라는 식의 발언을 남발하는 것, 이거 이제 문제라는 말씀이세요. 우리가 지금 몇 가지 예만 봐도 우리 사회가 아직도 탈북자들에 대한 편견이 크구나라는 걸 느낄 수가 있게 되는데, 생활하시면서 우리 한경희 씨는 어떤 때에 그런 편견의 벽에 부딪치십니까, 예를 들어 본다면?

◆ 한경희> 솔직히 남한 사람들은 북한이라 그러면 아주 못사는 나라라고 생각하잖아요. 굶어죽고 병들어 죽고 이런 못사는 나라에서 너희들이 한국에 왔으면 쥐 죽은 듯이 밥 먹고 살 것이지. 왜 잘난 체하냐 이런 편견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고요.

◇ 김현정> 쥐 죽은 듯이 살 것이지 뭘 그렇게 활동도 하고 사회 활동도 하느냐.

◆ 한경희> 그렇죠, 차 한 대 사도 한국 사람들은 좀 색다른 눈으로 보는 것도 있고요.

◇ 김현정> 차 사러 가도 너희들이 뭐 돈이 있어서 이거 지금 사러 온 거냐 이런 느낌?

◆ 한경희> 네, 그렇죠. 너희들이 못사는 나라에서 온 주제에 감히 새 차 좋은 차도 뽑냐, 이런 편견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고요.

◇ 김현정> 그냥 느끼시는 건 아니에요? 그냥 직접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 한경희> 직접 말하는 사람들은 웃으면서 '너희들 참 대단하다. 한국에 와서 한국 사람들도 못 사는 그런 좋은 차들도 많이 사네?'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하거든요.

◇ 김현정> 그런 데서부터 상처를 받으신다는 말씀이세요.

◆ 한경희> 속으로 상처를 많이 받죠.

◇ 김현정> 많이 받으시죠. 알겠습니다. 우리 사회에 아직도 남아 있는 커다란 편견의 벽, 이번에 논란이 된 광고를 통해서 한번 들여다봤습니다. 고맙습니다.

◆ 한경희> 네, 감사합니다.

[뉴스쇼 한성대 김귀옥 교수 전문 듣기]

◇ 김현정> 탈북 여성 한경희 씨를 먼저 만나봤습니다. 서운함을 많이 느끼고 계시네요. 이어서 전문가 한 분 연결을 해 보죠. 한성대 김귀옥 교수 연결이 돼 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김귀옥>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지금 한국에 북한을 이탈한 주민들, 특히 여성 주민들 몇 분 정도나 되나요?

◆ 김귀옥> 올 6월 말에는 2만 6000여 명이 지금 있고요. 그 전체 중에서 탈북 여성들은 한 1만 8700여 명으로 한 7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럼 전체 탈북자의 70%가 여성 탈북자, 여성의 비율이 훨씬 높군요.

◆ 김귀옥> 네.

◇ 김현정> 이번 탈북 여성 비하한 광고는 어떻게 보셨어요, 전문가로서?

◆ 김귀옥> 상당히 우울하고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모습을 아주 그냥 압축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되더라고요.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남녀차별 의식이 전면에 깔려있잖아요. 그런데 공식적인 사회에서는 남녀평등 의식이 확산돼 있으니까 여성 폄하 발언을 하면, 바로 소위 일베라는 그런 취급당하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 한국 여성이 아닌 약한 여성이라고 보이는 외국인 여성, 외국 이주 여성들이죠. 탈북여성들이 성적여성화 되는 바로 그런 조건이고요. 가장 약한 고리인 탈북 여성들한테 그게 향해서...

◇ 김현정> 광고로 표출이 된 거군요. 그야말로. 이 광고뿐 아니라 비슷한 사례를 여럿 목격하셨다고요.

◆ 김귀옥> 네. 탈북자들을 보면 가장 많이 상처를 입는 사람들이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들입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기를 쓰고 한국 말을, 서울말을 배우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탈북자라는 걸 고백하는 순간 완전히 왕따거든요.

◇ 김현정> 학교 폭력에 희생이 되는 거군요.

◆ 김귀옥> 사회적 배제가 너무도 극심하게 일어나고요. 또 2, 30대 직장생활 하시는 분들에게도 '너희가 우리의 밥그릇을 빼앗아갔다. 그러니까 너희는 여기에서 떠나라'는 그런 태도를 강력하게 보여주는 거죠. 이런 것들이 결국 여성을 향할 때는 바로 성적 대상화, 무시 이런 태도로 나오는 것입니다.

◇ 김현정> 이런 시각들.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통일을 준비해야 하는 입장에서 이런 편견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건 큰 문제 아니겠습니까?

◆ 김귀옥> 그렇죠. 왜냐하면 지금 우리 다문화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남북이 만날 때는 언어적인 통일이 이루어져 되어 있다 하더라도 같이 공감해 나가면서 서로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으면 서로 공감할 수 없거든요.

◇ 김현정> 어떻게 바꿔야 될까요. 우리가 이런 시각들, 편견들 어떻게 깨야 될까요?

◆ 김귀옥> 일단 잘못된 인식들에 대해서 우리가 반성을 해야 되는 부분도 나오겠죠. 그래야 우리도 성장을 하고, 북쪽 탈북자들이 우리 사회에서 한 구성원으로서 안착하면서 살아갈 수가 있습니다.

◇ 김현정> 저는 학교에서 교육 프로그램 하나 이런 것들을 넣으면 어떨까 싶기도 해요. 통일을 준비하는.

◆ 김귀옥> 네.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평화 교육을 많이 하고 있거든요. 평화 교육의 핵심은 그저 평화롭게 사는 게 목적이 아니라, 우리가 삶 속에서 폭력이 아닌 평화적인 방법으로써 갈등을 해결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갈등에 우리가 계속 폭력으로만 대응한다면 정말 우리 사회는 해체될 겁니다. 그 다음에 서로 상대방과 역지사지하는 그런 마음, 우리도 예를 들어서 미국이나 해외에 이주하러 간다든지 아니면 일시체류 한다면, 분명히 외국인으로서 차별 당하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그렇게 좀 역지사지하는 마음을 갖는, 인식의 변화부터 필요하다. 이런 말씀이세요. 알겠습니다. 교수님. 한 결혼 정보업체의 탈북 여성 비하광고 논란을 계기로 해서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문제점들 지적해 봤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김귀옥>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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