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습기의 '눈물'..어느새 사은품 신세로 전락
올여름 마른 장마 직격탄..생산량의 절반밖에 안팔려
삼성전자 등 대기업까지 가세..제습기 업계는 울상
난립했던 제습기 업계 구조조정 신호탄 전망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에어컨을 사면 제습기를 사은품으로 드립니다" 가전제품 할인점을 찾은 직장인 민자영씨(가명)는 깜짝 놀랐다. 작년 이맘 때만 하더라도 유명 메이커의 제습기는 주문을 미리 해놓지 않으면 당장 사기 어려웠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는데, 1년만에 사은품 신세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결국 민씨는 새 에어컨과 함게 제습기까지 공짜로 챙겼다. 민씨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작년에 참고 기다리길 잘했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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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을 제치고 여름 대표 가전제품 자리까지 올랐던 제습기의 위상이 급락했다. 작년만 해도 없어서 못팔 정도이던 제습기는 올해 들어 반값 세일을 하거나 고가 가전제품을 사면 덤으로 끼워주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각 제조사마다 생산량을 크게 늘렸다가 시장 수요가 예상보다 저조해지면서 극심한 긍급과잉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매년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제습기가 올해 들어 타격을 받은 이유는 날씨 탓이 크다. 올 여름 마른 장마로 강수량이 예년에 미치지 못했던 데다 8월 한여름에도 가을 느낌이 들 정도로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제습기는 직격탄을 맞았다. 제습기 업체들은 올해 시장 규모를 250만대로 예상하고 제품을 준비했지만, 실제 판매량은 이 절반에 불과한 120만~130만대 수준으로 추산된다.
우후죽순 제습기 시장에 뛰어든 업계는 울상이다. 올해 제습기를 판매한 업체는 40여개에 달한다. 올해는 삼성전자까지 본격적으로 제습기 시장에 진출하면서 제습기 시장의 공급과잉에 결정타를 날렸다. 중소 생활가전 업체들도 앞다퉈 제습기를 내놨다.
제습기는 여름 계절 상품이지만 제조사들은 겨울부터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한다. 필수 부품인 콤프레서나 열교환기 수급을 위해서다. 올해 확보한 부품이나 과잉 생산된 제습기가 내년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내년 초까지 제습기 가격이 낮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난립했던 제습기 시장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에는 10개 안팎의 업체만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저렴한 제품으로 재미를 보려던 업체들이 도태되면 소비자들도 보다 검증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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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kyh1030@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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