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극장의 꼼수.. 1층 객석 80%가 VIP석

박주희 입력 2014. 8. 28. 04:52 수정 2014. 8. 28.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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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희 기자의 무대 뒤]

VIP는 매우(Very) 중요한(Important) 사람(Person)을 뜻한다. 그런데 대극장 뮤지컬의 VIP석은 '매우 중요한' 사람만을 위한 자리가 아닌 듯하다. 1층 객석의 80%가 VIP석이라서 특정 소수보다는 불특정 다수를 위한 자리로 보인다.

VIP석이 많은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한국 뮤지컬 시장의 구조부터 이해해야 한다. 국내 대극장 뮤지컬은 대부분 해외 라이선스 작품이다. 외국에서 이미 검증된 작품을 한국 제작사가 비용을 지불하고 들여온 것이다. 라이선스 비용을 낸 만큼 티켓 가격을 비싸게 책정해야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수월하다.

그렇다고 가격을 마냥 올릴 수는 없다. 소득 수준에 비해 티켓 값이 너무 비싸면 관객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졸 초임 월급을 기준으로 한 뮤지컬 VIP석 티켓 가격 비교(티켓 값/평균 월급)를 보면 한국이 1/15(13만원/190만원)로 미국 1/22(160달러/3,600달러), 일본 1/16(1만2,000엔/20만엔), 영국 1/23(110파운드/250파운드)보다 높다.

이런 상황에서 티켓 값을 올리기란 불가능하다. 실제로 한국 대극장 라이선스 뮤지컬의 VIP석 가격은 2001년 '오페라의 유령' 초연 이후 10년 넘게 12만~13만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제작 비용이 늘고 있는데도 가격은 그대로니 제작사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온 자구책이 VIP석 비율을 늘리는 것이다. 10년 전 총객석 대비 VIP석의 비율이 30%였다면 그 비율을 40%, 50% 식으로 올려 수입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어떤 면에서는 가격을 올리지 않고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는 묘수지만 달리 보면 과거 비교적 저렴했던 자리를 이제 VIP석 가격으로 파는 꼼수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기형적인 뮤지컬 시장구조와 노동자들의 낮은 임금 등 복합적인 요인이 관객 대부분을 VIP로 격상시킨 셈이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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