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잇따르는 금융권 '삼성 출신 모시기'

강지원 2014. 8. 28.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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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삼성 임원 출신 인사를 사장으로 영입한 한 금융사 직원은 인사 이후 조직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고 했습니다. 보고서 작성과 회의시간 등을 유동적으로 바꿔 직원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시시각각 보고받고 있다고 합니다. 영업현장 잠행이나 직접 콜센터에 전화해 소비자보호 규칙을 잘 이행하는지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불황에 실적악화로 구조조정이 잇따르는 금융권에서 유독 삼성 임원 출신 인사들의 인기가 뜨겁습니다. 올 3월 비씨카드는 서준희 삼성사회봉사단 사장을, 농협카드는 신응환 전 삼성카드 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습니다. 메리츠화재도 남재호 전 삼성화재 부사장을 대표로 선임하고, 강태구 전무, 정중영 감사위원 등 경영진에 삼성 출신 임원들을 대거 기용했습니다. 최근에는 ING생명이 운용본부 총괄 책임자에 삼성생명 출신 이기흥 부사장을 임명했고, 동부증권도 삼성증권 출신의 박현국 투자은행(IB)사업 부사장을 영입했습니다. 올 초 삼성생명과 삼성증권 등 삼성 금융 계열사들이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하면서 빠져 나온 인력들도 업계에 속속 재취업을 했습니다.

저금리와 저성장으로 업계가 어려워지면서 효율성과 성과주의를 중시하는 '삼성 DNA'로 불황을 돌파하려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보다는 외국계 기업들이 성과를 중시하고, 업무방식이 유연한 삼성 출신을 선호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려의 시선도 있습니다. 기업 분위기가 다른데 일방적으로 삼성의 업무 방식을 강요해 직원들의 불만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업계에 삼성 출신이 편중되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삼성 출신 임원을 새로 맞은 한 금융사 직원은 "금융은 공적인 성격이 강한 곳인데 삼성 출신 사장이 오고 난 후로는 성과가 없는 부서나 상품은 없애고 성과가 있는 곳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당장 실적은 나아지겠지만 사내 경쟁이 치열해지는 등 내부 분위기는 살벌하다"고 전했습니다. 삼성 출신 임원진들이 '금융의 삼성전자'를 만들 수 있을지 두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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