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스토킹서 살인까지.. '데이트 폭력' 느는데 처벌은 솜방망이

전수민 기자 2014. 8. 28.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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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어긋나면 죄가 되는 시대다. 전화도 받지 않는 연인을 몇 달간 쫓아다녀 결혼했다는 식의 연애담은 더 이상 영웅담이 되지 않는다. 지난해 3월부터 경범죄처벌법에 스토킹 조항이 신설돼 처벌대상이다. 상대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하거나 지켜보고 따라다니고 기다리는 행위를 하면 1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스토킹은 더 이상 유명 연예인들만 겪는 고통이 아니다. 지난해 경찰에 적발된 스토킹은 총 312건이었다.

◇연인에서 원수로, 스토킹부터 살인까지=잘못된 애정으로 인한 갈등은 점점 심각해지는 추세다. 지난 4월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민우회가 공동 주최한 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스토킹 상담 240건 중 상해·살인미수 등 강력범죄에 해당하는 피해는 51건(21%)에 달했다. 유명인의 고충이라는 편견과 달리 대부분의 스토킹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했다. 가해자의 65%가 전 데이트 상대나 전 배우자였다.

연인시절 함께 촬영한 신체나 성행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하거나 앙갚음에 사용하기도 한다. 지난 5월 서울 수서경찰서는 헤어진 여자친구 A씨 집 앞에서 "널 죽이고 집에 불을 지르겠다. 성관계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겠다"는 협박 전화를 건 혐의(살인예비)로 박모(22)씨를 구속했다.

스토킹은 종종 돌이킬 수 없는 범죄로도 이어진다. 지난달에는 서울중앙지법이 고교시절부터 짝사랑한 선생님을 스토킹하다 살해한 유모(22)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유씨는 2009년부터 끈질기게 구애하다 선생님의 결혼소식을 듣고 지난해 12월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서울북부지법이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다 죽인 혐의(살인)로 기소된 고대생 이모(20)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과 동기인 두 사람은 2012년 10월부터 1년간 만나다 헤어졌고 이씨는 C씨를 계속 괴롭히다 결국 살해했다.

데이트폭력은 연인이라는 특수하고 밀접한 관계에서 발생하기에 범죄가 아닌 '사랑싸움'으로 치부되고 피해자들은 수치심과 두려움으로 사실을 숨기거나 외면한다. 경찰청이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데이트폭력으로 검거된 사람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2만449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애인으로부터 살해당한 사람은 같은 기간 143명이었다.

◇데이트폭력 실태 못 따라가는 현행법=실상이 이렇지만 아직까지 데이트폭력을 다스리는 법은 따로 없다. 강간 등 성범죄엔 형법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이,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이면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이 적용된다. 욕설·폭언·멸시 등 언어폭력은 모욕죄로, 신체적 폭력은 폭행·상해·체포·감금죄로. 정서적 폭력은 협박죄로 처벌받는다. 스토킹은 지난해 3월에야 경범죄로 처벌받게 됐다.

전문가들은 스토킹 방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해바라기여성아동센터 박혜영 부소장은 "스토킹에 대한 강경한 처벌이 없으면 가해자만 원하고 피해자는 원치 않는 '애정관계'가 성폭력으로 연결되기 쉽다"고 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방이슬씨도 "스토킹이 자칫하면 성폭력이나 상해·살인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며 "처벌을 강화하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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