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6세 소년 위해 경찰관들이 '스턴트맨' 되다

김형원 기자 2014. 8. 2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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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이야!"

27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중부경찰서 앞에서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20대 남성이 여섯 살배기 박동욱군 동생의 장난감을 훔쳐 달아났다. 범인은 미리 대기시켜 놓은 스타렉스 차량에 몸을 실었다. 경찰 제복을 갖춰 입은 동욱군은 '파트너' 김지영(33) 여경과 함께 재빨리 경찰 기동차량을 타고 뒤를 쫓았다. 범인이 붙잡힌 곳은 500m가량 떨어진 명동 예술극장 앞 사거리. 동욱군은 김 경장과 함께 범인을 제압, 수갑까지 직접 채웠다. 명동 거리를 걷던 시민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 광경을 바라보다가 "백혈병 치료 중인 '동욱이'가 명예경찰관 되는 날입니다. 격려의 박수와 함성 부탁합니다"라는 피켓을 보곤 환호성으로 동욱군을 격려했다. 일일 경찰관이 된 동욱군은 유치장에 범인을 넘기는 마무리까지 실수 없이 해냈다.

동욱군은 세 살 되던 해에 백혈병 증세가 발병해 병원 생활을 했다. 아버지 박태우(41)씨가 처음 가져온 선물은 손바닥만 한 장난감 순찰차였다. 다른 친구들처럼 뛰어놀 수 없는 동욱군은 이때부터 경찰관을 꿈꿨다. TV에 경찰이 나오기만 하면 "나도 도둑 잡는 경찰이 되고 싶어요!"라고 외쳤다. 가족은 "경찰관을 꿈꿔서인지 동욱이가 독한 항암치료와 두 번에 이르는 이식수술에도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동욱군의 꿈이 이뤄지게 된 것은 베트남 출신 어머니 쯔엉 티디엡(33)씨가 병원에서 쌓은 인연 덕이다. 한국말이 서툰 동욱군 어머니는 매일같이 의료진 설명을 빠짐없이 노트에 적으며 아들을 챙겼다. 이 모습을 눈여겨본 사회복지사가 동욱군 어머니에게 난치병 어린이들 소원을 들어주는 단체 '메이크 어 위시 재단'을 소개했고, 재단의 노력으로 서울 중부경찰서가 동욱군 소원을 들어주게 됐다. 이날 동욱군을 위해 경찰관 20명이 모였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중부서 방범순찰대를 찾은 강신명 경찰청장도 동욱군 사연을 듣고 일일 경찰관 시나리오에 동참했다. 범인을 유치장에 인계한 동욱군에게 표창장을 주는 역할이다. 강 청장이 "동욱아 씩씩하고 건강하게 자라서 경찰관이 돼야 한다. 아저씨가 기다리고 있을게. 얼른 와"라고 하자 동욱군은 힘찬 경례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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