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던트 푸어 34만명 시대] 노예처럼 부리는 '무급 인턴'도.. "스펙 때문에 지원"

특별취재팀 2014. 8. 2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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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4년제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윤모(23)씨는 작년 여름 한 케이블 방송국 인턴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다른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해야 했다. 8월 한 달간 인턴으로 일하면서 생활비가 바닥나 후불제 교통 대금이 연체됐기 때문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5일 근무를 하는 이 방송국의 인턴 한 달 월급은 40만원. 시급으로 따지면 2500원꼴로 2013년 최저 시급 4860원에 훨씬 못 미친다. 교통비와 식대, 야근수당도 없었다. 윤씨는 "계약서는커녕 월급이 40만원이라는 것도 나중에 따로 물어봐서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마저도 월급이 3주 늦게 입금돼 인턴이 끝나자마자 다른 알바를 구해 겨우 생활비 적자를 메웠다"고 했다. 윤씨가 이 일을 꾹 참고 한 것은 혹시라도 '스펙'으로 한 줄 쓸 수 있을까 해서다. 그는 "돈은 적더라도 학원에 다닌다는 마음으로 한 달을 버텼는데, 내가 한 일이라고는 간단한 '잡무' 정도였다"고 했다. "싼값에 사람을 부리려고 '인턴'이란 이름으로 사람을 뽑았다는 생각이 지워지질 않았어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 인턴, 무급 인턴직이 스튜던트 푸어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인턴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면 임금을 줘야 하지만 '교육생' '자원봉사자'로 분류하면 무급도 가능하다. '산학협력 인턴' 역시 학교와 회사가 연계해 직무 경험을 쌓는다는 취지라서 최저임금제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

특히 정부와 국회, 국제기구 등 쉽게 직무 경험을 하기 어려운 직종은 무급 인턴이 잦다. 유엔산업개발기구는 지난달 인턴 모집 공고를 냈는데, 국제학 전공 졸업자나 대학원생에 토익 850점 이상, 컴퓨터 능통자라고 자격 요건을 걸었다. 그러나 급여는 식사비와 교통비를 제외한 '무급'이었다.

취업 준비생들은 "인턴이 아니라 '노예'를 뽑는다" "다 같이 지원하지 말자"고 반발하기도 하지만, 취업 시장에서 약자인 이들은 스펙을 위해 무급 인턴이라도 지원하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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