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 잘 모르는 월급 300만원 '로변' 들이 쏟아진다

전영선 2014. 8. 28.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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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로스쿨 <중> 취업률 84%라지만 .. 대우는 기대 이하과외?강사 뛰는 투잡 변호사 늘고 법무실 아닌 영업팀 대리로 가기도

지방대 로스쿨을 졸업한 박모(37) 변호사는 올 초 서울 서초동의 한 소형 로펌에 '반(半)고용' 형식으로 취업했다. 월급 150만원에 자신이 수임한 사건의 수임료 60%를 성과급으로 가져가는 조건이다. 기가 막힌 것은 사무실 임차료 중 15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박 변호사는 무료로 로펌의 잡무를 돕고 있는 셈이다. 박 변호사는 "실무를 전혀 모르는 막변(졸업 후 막바로 개업한 변호사)에게 송무(재판업무)를 가르쳐주니 오히려 돈을 받아야 한다는 로펌 대표의 말에 더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로스쿨 졸업자들이 본격적으로 변호사 시장에 나오면서 이들의 '일자리'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그럴듯하다. 각 로스쿨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졸업한 로스쿨 1기생의 평균 취업률은 84%. 개인 사정으로 취업하지 않은 이들을 빼면 대부분 취업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일부 로스쿨을 제외하고는 취업으로 가는 길은 결코 순탄치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다. 대한변협에 등록한 국내 변호사 수는 로스쿨 출신이 본격적으로 변호사 업계에 진출하기 전인 2011년 1만2595명에서 지금은 1만7914명으로 급증했다. 올 초 졸업한 3기 로스쿨 졸업생이 실무 연수를 끝내면 700여 명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안정적인 직장인 법원과 검찰, 10대 로펌에서 뽑는 인원은 제한적이다.

 본지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파악한 15개 로스쿨의 1기 졸업생 취업률 내역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923명 중 법원과 검찰, 10대 로펌에 취직한 비율은 24.8%에 그쳤다. 19.3%는 일반 기업에 취업했다. 소형 로펌이나 개인 변호사 밑에 들어간 새내기 변호사들은 형편없는 대우를 감수해야 한다. 현재 실무 수습을 마친 새내기 변호사의 월 급여는 300만원, 수습을 마치지 못한 경우는 150만원 정도가 시장가격이라고 한다. 월급을 절반만 주고 나머지는 성과급 형식으로 지급하는 '반고용' 변호사도 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수임료 인하 경쟁이 벌어지는가 하면 과외나 학원강사 등 투잡(two job)을 뛰는 변호사도 등장했다.

 변호사가 5급 공무원으로 특채되던 시절은 까마득한 옛일이다. 최근 중앙 정부부처나 지자체들은 변호사를 대부분 6급으로 채용하고 있다. 부산시는 올 초 변호사를 7급으로 특채했다가 로스쿨들의 집단반발에 밀려 6급 계약직으로 변경했다. 변호사를 채용했지만 법무실이 아닌 영업·인사팀 등에 대리로 배치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치열한 취업경쟁은 로스쿨 변호사들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로스쿨 출신 개업 변호사 26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서울에 등록한 변호사가 71.4%에 달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지역 법조인을 키우기 위해 권역별로 로스쿨을 인가했지만 대부분이 서울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한 대형 로펌 대표변호사는 "그래도 지방에서는 아직 변호사가 필요한 곳이 많은데 젊은 변호사들은 지방 개업 자체를 꺼린다"고 말했다. 그 결과 로스쿨 졸업생들이 쏟아져 나와도 지방에는 변호사가 하나도 없는 무변촌(無辯村)이 수두룩하다. 대한변협은 무변촌에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을 변호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위촉된 변호사는 대부분 서울에서 활동하는 이들이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로스쿨을 졸업하면 변호사 자격증은 딸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변호사 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로스쿨 정원의 75%를 유지하고 있다. 로스쿨 정원이 2000명 정도니 이 중 500명은 떨어진다는 얘기다. 불합격자들은 다음 해 다시 응시하기 때문에 실제 합격하는 비율은 갈수록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 추세라면 2024년에는 합격률이 25% 이하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돈은 돈대로 들이고, 변호사 자격증도 못 따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특별취재팀=전영선·박민제·김기환·노진호·이유정 기자, 신중후·박은서 대학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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