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관만 12만km인데 .. 통합관리할 '땅속 족보'가 없다

강찬수 2014. 8. 28.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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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 막으려면 어떻게도시 개발의 뿌리 지하공간묻으면 끝 .. 돌볼 생각 안 해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신천동·잠실동)는 여의도와 같은 한강 속 섬이었다.

 1971년 한강 매립사업이 진행되며 섬이었던 잠실이 육지와 연결됐다. 물이 흐르던 한강의 남쪽 줄기(송파강)를 메워 강 가운데 있던 잠실섬과 부리섬을 이었다.

 이후 80~90년대 잠실지구 종합개발계획으로 잠실 일대 1100만㎡(약 340만 평)는 상전벽해(桑田碧海)했다. 석촌호수는 예전에 있던 송파강의 흔적이다. 매립지인 잠실의 충적층(모래·자갈) 두께는 약 20m로 서울의 다른 지역에 비해 두껍다. 땅을 한참 파고 들어가야 단단한 암반층이 나온다는 얘기다.

 이 같은 지질구조는 최근 잠실 석촌호수 인근에서 잇따라 싱크홀과 대형 동공이 발견되는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서울시립대 이수곤 교수는 "모래가 많은 지역은 지하수 수위가 내려가면 침하 가능성이 더 커지기 때문에 건설공법 선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를 위해 지하시설뿐 아니라 지질·지하수 정보까지 담긴 땅속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땅의 이력이 담긴 '족보'도 반드시 갖춰야 한다"며 "선진국 대도시에선 70년대부터 이미 이런 작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서울시는 지하공간 시설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다. 하지만 지반 침하의 원인을 입체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지질 정보는 시설 정보와는 별개다. 전문가들은 이 두 가지 정보를 한꺼번에 검토해야 지반 침하에 대비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정 지역의 지질 정보와 공사 이력을 담은 '지하 족보'도 정리돼 있지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71년부터 매년 한 차례 항공사진을 찍어 보관하고 있지만 매립 등 지하 지질에 대한 이력을 따로 관리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지하공간이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는 건 한국의 고속성장과 관련 깊다. 이태형 한국시설안전공단 연구원은 "도시 발전을 위한 다양한 개발이 진행된다는 건 지하에 수많은 시설이 들어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하지만 한국은 지하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상하수도가 묻히고 전기선을 지중화하는 작업이 수십 년간 이뤄졌지만 묻으면 그만이었다"고 말했다.

 난개발로 인해 방치된 지하가 울린 첫 번째 경종은 94년 서울 아현동 가스 폭발사고와 95년 대구 지하철 공사장 폭발사고였다. 지하에 매립한 가스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는 '지하 안전'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도시 등의 지반 침하는 지질·지하수·이력 등 보다 총체적인 정보와 관리 시스템을 요구한다.

 대부분의 지반 침하는 하수관 누수로 발생한다. 그러나 하수관 개·보수는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환경부가 2012년 폐쇄회로TV(CCTV)를 이용해 정밀 조사한 하수관의 길이는 1603㎞다. 전국 하수관을 이으면 지구를 3바퀴 돌 수 있는 12만3306㎞에 이르는데, 조사 가능범위는 이 길이의 1.3%에 불과하다. 그런데 실제로 개·보수가 이뤄진 하수관은 이보다 짧은 1113㎞(0.9%)였다. 작업을 진행한 동영이엔씨 이창승 대표는 "이 정도 속도면 전국 하수관 개·보수에 100년 이상 걸린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지하세계를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민대 홍성걸(행정학) 교수는 "부처 간 칸막이와 정부·지자체 간 간극이 매우 크다"며 "이를 넘나들어 지하세계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이 있어야 하고 예산이 집행돼야 한다. 세월호 사고 발생 후 청와대 밑에 재해 컨트롤타워가 생긴 것처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돼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도로관리과 관계자는 "싱크홀 논란으로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한 이때가 지하 시스템을 만드는 또 다른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협력 부처인 국토교통부 공간정보기획과 이원국 사무관도 "여러 부처와 지자체가 모여 올해 처음으로 지하종합지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예산을 따는 일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강찬수 환경전문기자, 강인식·강기헌·안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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