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의 주식투자 등 확대.."원금 까먹을 위험" 지적

2014. 8. 2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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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 고용시장에 미칠 영향

확정기여형, 70%까지 투자 허용

확정급여형도 펀드 운용 가능케

노동계 "연금 안정성 떨어뜨려

노후소득 보장 강화에 역주행"

'1년미만 기간제에도 퇴직금'

비정규직 줄이기 효과 논란도

정부가 27일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며 밝힌 취지는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노후생활 보장"이다. 퇴직연금이 안정적인 노후 보장 수단으로서 제구실을 못하는 현실을 인정한 셈이다. 실제 퇴직연금 도입 9년이 지났지만 가입자는 대상자의 절반(50.7%)에 그친다. 기존 가입자 가운데 연금 방식 수령자는 8%뿐이고, 나머지는 일시금으로 받아간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겠다며 2016년까지 300명 이상 사업장을 의무 가입 대상으로 하고 2022년엔 모든 사업장이 의무 가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강제성을 확보하려고 과태료를 물리기로 했다. 안정성에 치우친 현행 퇴직연금 운영 행태를 바꾸겠다며 수익률 제고 방안도 내놨다. 연금 수익률을 높이고 정부 지원을 강화하면 가입자가 늘고 일시금보다는 연금 형식으로 퇴직급여를 타는 사람들이 늘 것이란 기대가 깔려 있다. 지금은 퇴직연금의 93%가 원리금이 보장되는 은행예금이나 보험 상품에 들어가 있다.

우선 원리금이 보장되지 않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전체의 31%) 가입자가 주식·펀드 등 위험자산에 70%까지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방식의 연금 가입자는 현재 주식 직접투자는 할 수 없고 주식형·혼합형 펀드 같은 간접투자 상품에만 전체 자산의 40%까지 투자할 수 있는데 앞으론 70%를 주식에 모두 집어넣을 수 있게 된다.

확정기여형 가입자와 확정급여형 가입자 모두 회사 단위로 연금자산을 모아 펀드를 구성할 수 있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노동자와 회사, 외부 전문가가 펀드 운용 방향과 자산 배분 등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자본시장에 '공짜'는 없다는 점이다. 목표 수익률을 높이면 원금을 까먹을 확률도 높아진다. 퇴직연금의 최고 가치인 안정성이 크게 흔들리며 "안정적 노후생활 보장"이라는 정부의 말이 헛구호가 될 위험이 있다.

실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자를 대표하는 가입자단체는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규제를 완화하면 자칫 대형 자산운용사의 배만 불려주고 위험성은 더욱 높아지게 될 것"이라며 이번 대책에 반발했다. 양대 노총은 공청회 한 차례만으로 퇴직급여 운용방안을 결정했다며 절차적 하자도 지적했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의 위험자산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한 것은 연금 운용의 위험성을 키우고 이에 따른 손실을 가입자(노동자)한테 떠넘기는 것"이라며 "노후소득 보장 강화라는 정부 방침에도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2016년부터 근무 기간이 1년에 못 미치더라도 석달 이상인 노동자에게도 퇴직급여 수급권을 주기로 한 정부는 기업의 기간제 노동자 남발 관행에 제동이 걸리리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한번 퇴직연금에 가입하면 직장을 옮겨도 자신의 계좌에 퇴직금이 계속 쌓이므로 노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사용자가 기간제를 쓰는 주요한 이유는 비용 절감인데, 특히 1년 미만 계약은 퇴직금 문제가 커서 퇴직급여를 줘야 한다면 비정규직을 쓸 유인책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기간제를 쓰는 핵심 사유는 노동자를 2년만 쓰고 버릴 수 있는 '고용유연성'이어서, 이번 대책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후소득에는 다소 도움이 되겠지만 기간제 노동자 사용 자체는 줄지 않으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대상을 확대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만, 기간제 노동자의 소득 자체가 낮은 탓에 진정한 의미의 노후대책이 되긴 힘들다. 고용 불안정 문제를 건드리지 않으면 언 발에 오줌 누기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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