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 재벌 순환출자 고리 10만개 육박하는데..재벌 "수백개" 허위 보고..공정위는 '깜깜'

2014. 8. 2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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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3년도 현황 전산분석 결과

적은 지분으로 그룹지배 악용

76개라던 삼성 실제론 2555개

142개라던 롯데 무려 9만5천개

공정위, 부실자료 그대로 발표

정부 규제 나서자 1년 동안 정리

올해 14개그룹 483개…99.5%↓

정부 규제 나서자 1년 동안 정리올해 14개그룹 483개…99.5%↓

삼성·롯데 등 재벌들이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이용해온 순환출자 고리 숫자가 10만개에 육박하는데도 공정거래위원회에 수백개에 불과한 것처럼 축소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위는 26일 자산 5조원 이상인 63개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집단(재벌)의 2014년도 순환출자 현황을 공개하면서, 지난해 재벌들이 공정위에 보고한 순환출자 고리 수가 실제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재벌들은 지난해 5월 15개 그룹이 총 287개의 순환출자 고리(주식 1주 이상 기준)를 갖고 있다고 공정위에 보고했다. 하지만 재벌들의 실제 순환출자 고리 수는 이보다 340배 많은 9만7658개로 드러났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은 순환출자 고리가 2555개였으나, 76개라고 공정위에 축소 보고했다. 또 롯데는 9만5033개였으나, 142개라고 줄여 보고했다. 공정위는 재벌들의 부실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5월 지분 1% 이상 순환출자 고리가 14개 재벌에 124개라고 발표했는데, 실제는 그보다 50배 가까이 많은 5937개였다. 공정위는 올해 7월부터 신규 순환출자가 금지되는 것을 계기로 순환출자 고리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전산프로그램을 개발해 확인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을 뒤늦게 발견했다고 밝혔다. 롯데는 순환출자 고리가 많은 이유에 대해 "계열사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계열사 보유주식 무상증여, 계열사간 합병 등의 경영상 요인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순환출자는 재벌의 A계열사가 B계열사에 출자하고, B계열사가 다시 C계열사에 출자하고, C계열사가 다시 A계열사에 출자하는 순환방식을 통해 총수가 적은 지분만 갖고도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소유구조로서,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장과 사익추구, 부실 계열사 지원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계열사 수가 많고, 몇 단계를 거칠 경우 순환출자 고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재벌들은 매우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수작업에 의존해 파악하다보니 부정확한 자료를 제출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재벌들이 순환출자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부실자료를 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2006년 권오승 공정위원장이 순환출자 규제 필요성을 직접 밝히는 등 그동안 순환출자 규제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으나 재벌과 여당의 반발에 막혀 무산됐다가, 경제민주화 요구에 힘입어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신규 순환출자 규제가 처음 도입됐다. 재벌의 순환출자 고리가 10만개에 육박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진작에 알려졌을 경우 법개정이 보다 일찍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공정위도 출범초기인 1986년부터 재벌로부터 주식소유현황 자료를 받으며 순환출자의 문제점을 파악해왔다는 점에서 재벌들의 부실자료를 사전에 알지 못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2012년 7월 순환출자 고리 관련 보고서를 통해 롯데는 도저히 셀 수 없을 만큼 많은데 최소 200개 이상이고, 삼성은 장부가액으로 1천억원 이상 순환출자 고리만 17개 이상이라고 밝혔는데도 공정위가 실상을 몰랐다는 것은 너무 부주의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재벌들은 정부의 신규 순환출자 금지 규제에 대응해 지난 1년간 계열사 간 지분매각과 합병 등을 통해 순환출자를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의 순환출자 고리는 7월말 현재 14개 그룹의 483개로, 지난해의 9만7658개에 비해 99.5%가 줄었다. 그룹별로는 롯데가 9만5천여개에서 417개로, 삼성은 2555개에서 14개로 줄었다. 반면 한진, 현대, 케이티(KT)는 순환출자 고리가 늘어났다. 특히 현대는 경영난을 겪고 있는 현대유엔아이와 현대글로벌을 지원하기 위해, 현대증권이 현대유엔아이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현대유엔아이가 다시 현대글로벌의 지분을 사들이는 순환출자를 이용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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