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낸 전기요금이 새고 있었다' 태양광 발전 대기업, 국민이 낸 전기요금료 10억원 '꿀꺽'

박홍두 기자 입력 2014. 8. 27. 14:19 수정 2014. 8. 2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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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 등까지 연루된 '태양광 발전 사업 비리'가 처음으로 적발됐다. 지자체와 한국중부발전·한국전기안전공사 등 공기업들이 민간 태양광 발전 대기업에게서 뇌물을 받은 뒤 태양광 전력을 60억원 가량 비싸게 사준 것으로 밝혀졌다. 이 돈은 고스란히 국민이 낸 전기요금료에서 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중부발전과 전기안전공사 관계자 등에게 향응을 제공하고 태양광 전력 공급 단가를 높게 책정받아 10억여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뇌물공여) 등으로 대기업 ㄱ사 부사장 이모씨(50) 등 회사 관계자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들에게서 골프나 식사·룸살롱 접대를 받은 중부발전과 전기안전공사 직원 등 8명은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함께 불구속 입건됐다. 지자체 공무원을 연결해준 브로커 이모씨는 구속했다.

2012년부터 시행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은 환경보전 등을 위해 연간 500MW 이상의 전력을 생산하는 시설을 갖춘 중부발전과 같은 발전사업자는 매년 2%가량 태양광 등 신에너지를 생산하는 회사로부터 전력을 사서 공급하도록 규정했다. 중부발전이 태양광 발전 회사로부터 전력을 살 경우 그 구매비용은 국가가 부담해주는 식이다. 이 사업은 한 해 6000억~8000억원의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알짜 사업'이었다.

사건은 ㄱ사가 이 법의 허점을 노리면서 시작됐다. ㄱ사는 2012년 충북 지역과 천안 지역에 각각 한 개씩 태양광 발전 회사를 차려놓고 태양광 판 등 발전 장비를 시공하기 시작했다. 지자체의 허가도 받지 않은 공사였다. 공사 전에 받아야 할 태양광 판 시험성적서는 날림으로 했다. 군 부대가 태양광 판의 빛 반사율을 우려하자, ㄱ사는 태양광 판을 땅에 놓고 갈아 반사율을 낮췄고 허락을 받아냈다. 설계도 같은 것도 없었다. 공사 과정을 감독해야 할 감리 업체는 이미 ㄱ사의 부탁을 받고 허위로 감리보고서를 써줬다. 전기안전공사 검사관은 한 술 더떠 골프·룸살롱 접대를 받고 부실 시공을 눈감아 준 것으로 밝혀졌다. 공사과정의 총체적 부실과 비리 탓에 충청 지역의 한 대학교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은 제대로 고정되지도 않아 바람에 모두 날아가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ㄱ사는 이렇게 지은 발전시설을 통해 얻은 태양광 전력을 중부발전에 웃돈을 주고 판 것으로 드러났다. ㄱ사와 중부발전은 태양광 전력 공급 계약을 2012년 7월 6일 체결했지만, 계약서에는 날짜를 6월 29일로 기재했다. 그해 태양광 전력의 1000㎾당 계약 단가가 상반기에는 21만9159원인데 반해 하반기인 7월 1일부터는 15만6789원으로 6만원 이상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ㄱ사는 최근까지 10억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본 것으로 밝혀졌다.

<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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