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맛 중독에서 벗어나라..한국인 권고치 2.5배 섭취

권대익 입력 2014. 8. 25. 20:48 수정 2014. 8. 2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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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등 당류를 먹을수록 알코올ㆍ담배처럼 계속 찾게 돼

액상과당ㆍ아가베 시럽 대용품도 당뇨병ㆍ비만ㆍ고지혈증 유발

무가당ㆍ무설탕 표시 있어도 저열량 식품 오인해선 안 돼

단맛은 중독된다.

우리나라 사람이 하루 평균 당류 섭취량이 61.4g이나 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1일 평균 당류 섭취량(25g)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처럼 설탕은 인간에게 알려진 가장 성공한 식품첨가물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는 "달콤한 음식은 미각신경을 통해 쾌락시스템을 활성화함으로써 심리적 쾌감을 일으킨다"며 "정서적 문제나 충동조절이 잘 되지 않은 사람이 단맛에 더 매달리게 된다"고 했다.

하지만 설탕이 몸에 해로워 '달콤한 독약'이라고 한다. WHO는 최근 천연 당을 제외한 하루 당류 섭취량을 전체 섭취 열량의 5% 수준으로 낮추라는 예비 권고안을 낸 것도 이 때문이다. 당 섭취로 인한 만성 질환 등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이승남 강남베스트클리닉 원장은 "WHO가 제안하는 당류 섭취량에 맞추려면 설탕뿐 아니라 액상과당, 꿀, 과즙, 시럽 등 식품에 첨가하는 당류 섭취도 삼가야 한다"고 했다. 무심코 마시는 비타민워터 500㎖ 한 병에도 당류가 11g이나 들어 있기 때문이다.

'달콤한 독약' 설탕을 피하려다 액상과당, 과즙, 시럽 등 다른 당분을 더 많이 섭취하는 우를 범하기 쉽다. 무심코 마시는 비타민워터 500ml 한 병에도 당류가 11g이나 들어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단맛에 끌리는 까닭은?

우리는 자연적으로 단맛에 끌리게 돼 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볼 때 우리 조상들에게 단맛이란 어떤 음식이 안전하다는 신호였다. 단맛을 내면서 맹독성인 음식은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자메이카 구토병도 익지 않은 아키 열매를 먹었을 때만 일어나는데, 익지 않은 아키 열매에는 단맛이 없다.

부모가 아기에게 새로운 음식을 먹이려면 몇 번이나 시도해야 할까? 대개 열 번에서 열세 번 정도다. 하지만 단맛을 내는 음식이라면 단번에 성공한다. 병원들이 신생아에게 포경수술을 할 때 고통을 줄여주려고 고무젖꼭지에 설탕을 바른다. 고무젖꼭지에 발린 설탕의 단맛으로 인해 신생아가 포경수술의 통증을 잊을 수 있어서다.

그래서 식품업계는 맛을 내기 위해 제품에 설탕을 첨가한다. 특히 설탕은 값이 싸 전 세계적으로 현재 제조되는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함유돼 있다. 지난 50년간 세계 인구가 2배 늘어날 동안 설탕 소비는 3배나 증가했다.

하지만 설탕 등 당류를 먹으면 먹을수록 의존성이 생긴다. 알코올이나 담배처럼 계속 찾게 된다. 미국 임상영양학회지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설탕을 먹으면 보상, 동기부여, 맛과 관련한 뇌 부위가 활성화한다. 홍상모 한양대구리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단맛을 봤을 때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쾌감으로 인해 습관적으로 단 음식을 찾게 마련"이라며 "당분을 계속 섭취하다 보면 단맛을 원하는 강도가 점점 세져 더 많이 찾게 된다"고 했다. 니콜 아베나 미국 플로리다대 신경학과 교수는 "인간은 단 것을 갈망할 수 밖에 없는데 그 이유는 단 것은 뇌를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의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물질이 두뇌 속에서 존재하는 세로토닌 성분인데 이 성분의 하나가 바로 포도당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액상과당 등 설탕 대용품이 더 문제?

그래서 많은 사람이 천연 설탕 대신 싸구려 설탕인 액상과당과 꿀, 메이플 시럽, 아가베 시럽 등을 섭취한다. 하지만 여러 연구결과, 이들 설탕 대용품은 천연 설탕보다 건강이 더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설탕 대용품 가운데 하나가 액상과당이다. 액상과당은 옥수수 가루에 효소를 투입해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리해 놓은 시럽 형태 감미료다. 설탕보다 1.5배 더 달면서 값이 싸 음료에 많이 쓰인다. 빵이나 과자, 아이스크림, 요구르트, 소스류 등 광범위한 식품에 사용된다.

액상과당은 천연 설탕보다도 혈중 과당 수치를 더 높여 신진대사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강희택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액상과당은 인체에 흡수가 빨라 혈당을 급격히 올리기 때문에 당뇨병은 물론 비만, 고지혈증, 심혈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강 교수는 또한 "에너지원으로 사용돼 다른 에너지원인 중성지방의 분해를 줄여 중성지방이 간에 축적되게 만들어 간을 손상하고 지방간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월터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액상과당에 들어있는 음료수를 장기간 섭취하면 비만 발병 위험이 2배나 늘어나는데 이는 과당 섭취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액상과당은 또한 비만의 주범으로 꼽힌다. 액상과당은 설탕과 같은 성분이다. 두 가지 모두 포도당과 과당이 1대 1의 비율로 혼합돼 있어 단맛의 정도도 같다. 일반적으로 식사를 통해 혈당이 올라가면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렙틴의 분비가 늘고, 식욕을 증가시키는 그렐린의 분비가 줄어든다. 하지만 액상과당은 렙틴의 분비를 늘리지 못해 그렐린의 분비 감소를 유발하지 못해 액상과당이 든 음식을 먹으면 배부른 것을 잘 느끼지 못해 과식하게 된다. 게다가 단맛은 뇌에서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도파민의 분비를 억제해 계속 단 것을 찾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강에 관심이 높은 일부 사람들은 콜라 등 탄산음료보다 주스를 택한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유기농 업체가 만든 '무가당 100% 천연 과일 주스'를 선호하기도 한다. 식품업체들은 건강 상 여러 이점을 내세우며 자신들의 음료는 무가당이라 건강에 좋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무가당'이라는 뜻은 당을 더 첨가하지 않았다는 것이지 당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강희택 교수는 따라서 "설탕 대신 과당, 포도당 등을 넣어도 '무설탕'이라는 표현이 가능하지만 무가당, 무설탕 식품을 저열량이나 다이어트 식품으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며 "액상과당이 많이 들어 있는 인스턴트나 가공식품을 적게 먹는 건데, 청량음료나 과일주스 등의 음료 섭취를 줄이고 차나 물로 대체해 마시는 것이 좋다"고 했다. 과일에도 당분이 많이 포함하고 있어 적당히 먹어 하루 적정량을 맞추는 좋다.

'단맛의 저주(Fat Chance)'의 저자 로버트 러스티그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대(UC 샌프란스시코) 의대 교수는 "열량만 따져봐도 오렌지 주스가 콜라 등 탄산음료보다 건강에 나쁘다"고 했다. 탄산음료는 28g 당 1.7g의 과당을 포함하는 데 비해 오렌지 주스는 1.8g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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