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PPL 건당 1억, 육아예능의 그림자

이만수 입력 2014. 8. 23. 15:30 수정 2014. 8. 2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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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간접광고, 왜 슈퍼급 위화감 조장할까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몇 개월 전 한 유아교육업체는 < 슈퍼맨이 돌아왔다 > 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추성훈의 딸 추사랑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교재를 PPL(상품간접광고)로 넣으려고 했다. 그 때 PPL 비용으로 제시된 가격이 8천만 원. 하지만 이 PPL은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이유는 당사자인 추사랑이 해당 제품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대신 추사랑의 PPL은 다른 업체가 가져갔다. 그 업체는 그 PPL 효과를 톡톡히 본 후 아예 추사랑을 광고모델로 발탁했다. PPL 비용으로 8천만 원이라면 다른 PPL과 비교해 두 갑절이 넘는 가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육아예능 프로그램에 PPL을 넣으려고 하는 업체들은 줄을 섰다고 한다. 추사랑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제 아무리 비싼 PPL 가격을 내세워도 당사자가 관심을 안보이면 채택이 안되기 때문에 아예 담당자들이 일본까지 날아가 제품 설명을 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진다.

< 슈퍼맨이 돌아왔다 > 의 이휘재의 쌍둥이 아들들이 나올 때마다 배경이나 그들이 갖고 노는 책, 교구도 모두 PPL이다. 그 PPL은 무려 1억 원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영아통합 교육 프로그램인 그 상품은 70만 원대 전집과 교구다. 사실 서민들 입장에서 이런 전집과 교구를 선뜻 산다는 건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방송을 통해서 노출되면 부담스러워도 거기에 대한 수요가 생겨나기 마련이다.

실제로 해당업체들이 1억 원씩 들여 PPL을 하는 이유는 그것이 광고보다 더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광고는 그냥 지나가는 것일 수 있지만 예능 프로그램은 다르다. 그것은 일상으로 들어와 있기 때문에 일종의 비교점을 만들어내고 또 소비욕구를 자연스럽게 자극한다. 그러니 업체들이 줄을 서는 것이지만 그것이 아이들을 내세우는 방송으로서는 적절한 일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은 < 슈퍼맨이 돌아왔다 > 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 아빠 어디가 > 는 이른바 '짜파구리' 열풍으로 인해 식품업계들의 PPL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지금은 한 회 노출되는데 5천만 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보통 2천만 원 정도였던 것이 두 배 이상 오른 것이다. 실제로 < 아빠 어디가 > 에서 윤민수가 요리를 하며 썼던 파스타 소스는 PPL이 나간 후 50% 이상의 매출 상승 효과를 봤다고 한다.

< 아빠 어디가 > 는 프로그램 특성상 아웃도어 관련 상품들이 주로 PPL 대상이 된다. 인스턴트 음식들이나 소스, 아웃도어 제품, 의류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 슈퍼맨이 돌아왔다 > 의 PPL이 가격 면에서나 종류면에서 훨씬 더 많게 느껴지는 건 이 프로그램이 여행이 아닌 일상을 카메라에 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일상은 상품들이 차지하는 공간이 여행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 슈퍼맨이 돌아왔다 > 가 보여주는 연예인들의 일상공간이 시청자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일반인들 입장에서 보면 프로그램에서 하는 육아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저들만의 이야기'로 다가올 때가 많다. 게다가 일상을 비추기 때문에 그들이 사는 공간만으로도 서민들은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없다. 아이라는 공감대로 바라보다가도 그 연예인 아이가 사는 환경과 우리가 사는 환경을 비교하게 되면 그 공감대는 상대적 박탈감으로 돌변하게 된다.

여기에 점점 PPL로 채워지는 프로그램의 공간들은 이러한 위화감을 더욱 가중시킨다. 그들이 쓰는 고급 육아용품에서부터 교구, 교재 같은 것들이 자꾸 보이기 시작하면 불편한 마음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육아예능 열풍은 어떤 면으로 보면 그간 아이들에게 잘 해주지 못한 부모들의 부채감을 타고 일어난 면이 있다. 그런데 그 부채감과 PPL로 전시된 상품이 연결되어 위력을 발휘한다는 건 어딘지 씁쓸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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