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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의 따뜻한축구]고 황재만 선배를 생각하며 얼음샤워를..

조회수 2014. 8. 22. 13: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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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사로 있는 코카콜라 청소년건강재단 회의가 있어서 제주도에 내려왔다.

마케팅부에 나를 열열히 좋아하는 '상수'가 있단다.

마케팅부서이니 연예인들을 많이 만나지만 그래도 평생에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은 '차범근'이라며

나와 함께 일하는 홍보팀을 늘 부러워 하는 친구라고 했다.

자기네 회사 광고모델인 유재석보다 나를 더 좋아한다는 말에 갑자기 어깨가 올라가서 즉석 영상통화를 하기로 했다.

대놓고 좋아서 어쩔줄 모르는 상수 덕분에 저녁을 먹고 모여있던 십여명의 재단식구들이 뒤로 넘어질만큼 한참 즐거웠다.

내가 너무 자주 하는 '아부'이기는 하지만 나는 젊은 친구들이 너무 좋다.

우리들과는 다르게 자란 세대의 밝음과 솔직함이 부러우면서도 그렇게 건강할 수가 없다.

이번 월드컵을 중계를 하면서 나는 젊은 친구들의 신세를 톡톡히 졌다.

그들의 밝고 건강함 뿐 아니라 지혜롭고 현명하기까지 한 사고의 유연함에 감탄했다.

우리 SBS 가 월드컵 시청율경쟁에서 가장 뒤쳐졌다.

모두 난감했고 맨붕상태에 빠졌다.

충격이었다.

나는 월드컵이 시작되기전 '따뜻한 축구' 독자들에게 이번 월드컵이 90분 마이크를 붙잡고 하는 마지막 중계가 될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물론 그냥 한 얘기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렇게 빨리 변화가 올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나나 아내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급격하게 변한 방송환경을 내 캐릭터로는 따라가기에 역부족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종편이 생기면서 방송환경은 무서우리 만큼 급속도로 변했다.

방송에서 사용할수 있는 단어는 무한대로 많아졌고 표현의 수위도 끝없이 넓어졌다.

예전에 우리가 지켰던 방송의 엄격함이나 품위는 고루하고 재미없는 답답한 것들이 되고 말았다.

요즘 유병언 사건을 다루는 방송을 보다보면 검증되지 않은 얘기들이 방송을 타고 쏟아지는데

저렇게 말해도 되나 싶어서 보는 내가 겁이 날 정도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더이상 방송에게 진실이나 품위를 묻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여과되지 않은 자극적인 얘기들은 점점 더 많이 안방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시청자들은 상당부분 익숙해져 가고 있다.

사석에서 주고받는 소문같은 수준의 얘기들을 방송을 통해 듣는데도 별 거리낌이 없게됐다.

인터넷이 생기면서 네티즌들이 '기사'의 정확성과 엄격함을 더 이상 따지지 않게 된 것과 같은 흐름이다.

이제 방송은 무조건 재밌어야 한다.

그게 정치건 스포츠건 무겁고 신중한 방송은 이제 시청자들에게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건 내가 잘 할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물론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 옳은지 아닌지는 별개의 얘기다.

이제는 월드컵 해설에 대한 피드백기사도 스포츠기자들이 아니라 연예부기자들이 쓰고 또 그런 기사들이 쉽게 읽힌다.

참 많이 변한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든지 무한경쟁을 펼치는 월드컵에서 시청율의 부진은 그동안 수고한 모든 스태프들의 노고가 허공으로 날라가 버리는 것 같아서 너나없이 맥이 쭉 빠지고 만다.

그리고 모두 신경이 아주 날카로워 진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젊은 SBS 친구들은 나보다 훨씬 더 현명했다.

사실 박문성이나 장지현 같은 2,3진 해설자들은 차범근의 피해자들이다.

원래 시청율이라는 것이 1진이 잘 끌어주면 2,3진은 바로 같이 가는건데 내가 그걸 못했으니 문성이나 지현이는 나때문에 그렇게 많이 준비하고 공부했던 것들을 시청자들에게 다 전달하지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 친구들이 도리어 '시청율 상관없이 마지막까지 품위를 지키면서 최선을 다하자'며 나를 끌고 갔다.

맞다.

두가지를 다 잃는 것은 바보다.

고마운 깨우침이었다.

이 친구들 덕분에 마지막까지 브라질 월드컵 해설을 지치지않고 할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정말 즐거웠다.

그러면 안되는데 솔직히 어느 월드컵보다 즐거웠다.

"남들이 보면 우리가 일등인줄 알겠다"고 반성도 해가면서 지치지 않고 많이 웃으면서 몰려 다녔다.

나의 팬 '상수'때문에 한참 웃고는 그 라이벌로 '나의 성재'를 칭찬하고 있는데 문자가 날라왔다.

성재다.

우리의 기막힌 텔레파시에 모두들 어이없어했다.

루게릭병 환자들을 위해 성재 뒤를 이어 내가 얼음을 뒤집어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코카콜라 식구들도 '김병후 박사' 부자도 열렬히 지지해줘서 그러겠다고 했다.

오늘은 오전 운동을 마치고 점심즈음에는 얼음을 뒤집어 쓰면서 루게릭 환자들의 고통을 함께 느껴야 한다.

오래전 세상을 뜬 황재만 선배의 이름모를 불치병도 지금 생각해 보니 루게릭병 같다.

그 건장하던 몸이 서서히 오랜시간에 걸쳐 힘을 잃어가던.

나보다 한살이 더 많았던 황재만선수는 골대앞까지 길게 드로윙을 할 수 있어서 롱드로윙이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던 국가대표 미들필더였다.

아마도 우리또래의 축구팬들은 그가 웃고있던 잘생긴 모습이 기억날 것이다.

오늘은 성재덕분에 형을 다시한번 생각할구 있게 됐다.

성재는 참 반듯하다.

'아부'가 아니다.

쎈스도 뛰어나다.

얼마전 지성이 결혼식에서 주례선생님이 신랑신부 맞절을 깜박했다.

아마도 화려한 하객들 때문에 긴장하신것 같다.

보는 사람들도 아슬아슬했던 순간이었는데

사회를 보던 우리 성재가

"주례선생님, 신랑신부 맞절한번 시원하게 시키고 시작하시지요!" 하는 바람에 모두들 한바탕 웃고는 긴장이 확 풀렸다.

함께 갔던 두리가 감탄했다.

얼마전에는 축구게임 중계로 얻은 천만원을 유소년축구기금으로 기부할 만큼 축구에 대한 열정도 대단하다.

월급쟁이 아나운서한테 천만원은 꽤 큰돈이었을텐데.

정말 자기일에 열심이면서 반듯한 사고를 가졌다.

올해 초였던 것 같다.

터키에서 있었던 청소년대회에 다녀온 출장비라며 봉투를 들고왔다.

그때 터키에서 받았던 내 출장비는 우리 중계팀이 카파도키아에서 열기구를 타면서 이미 다 썼는데 또 가져왔다.

청소년팀이 4강까지 가는 바람에 출장이 길어져서 며칠 출장비가 더 나왔다는 것이다.

"알아서 해라"며 가지고 있으라고 했다.

보통 이런 경우는 우리중계팀과 함께 맛있는 식사를 한다.

그런데 얼마후 문자로 '기부증명서'사진이 한장 날라왔다.

배성재랑 찬헌PD가 이 돈을 SBS 월드컵 중계팀 이름으로 노랑봉투캠페인에 기부를 했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내가 이 친구들을 왜 좋아하는지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해가뜨면 성재가 하라는 대로 얼음물을 뒤집어 쓴 것이다.

그러면서 돌아가신 황재만선배를 생각할거다.

아이스 샤워 챌린지는 지목을 받은 후 1시간 이내에 해야하고 또 다시 내가 세사람을 지목하는 것이라고 했다.

글쎄....

얼음샤워를 무사히 마치면 내 다음차례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회장과 최용수, 그리고 황선홍!!!!????

탁월한 선택같다.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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