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간 낙산사.. 산불 고통 남았지만 힐링

2014. 8. 2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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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도길 기자]

▲ 낙산사

낙산사 입구.

ⓒ 정도길

극심한 아픔이 치유된다면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원래 모습대로 돌아가는 것일까? 파괴된 현장을 복구한다면, 아픔을 숨기지 않은 채 원래 상태대로 남아있는 것일까? 양양 낙산사 여행을 앞두고 문득 이는 생각이다.

2005년 4월, 강원도 양양군에서 발생한 산불은 낙산사가 소실되면서 중요한 문화재를 잃은 쓰라린 교훈을 준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지난 15일. 여름휴가를 맞아 낙산사를 찾았다. 2005년 8월, 업무 차 이곳에 들렀으니까, 햇수로는 꼭 10년 만에 다시 찾은 셈이다. 군대 간 아들도 1년이 채 안 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너무나도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야 만나 보게 되는 낙산사.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까, 몹시 궁금증이 인다.

▲ 해수관음사리탑비

낙산사 해수관음사리탑비(보물 제1723호).

ⓒ 정도길

일주문을 지나 언덕을 오르니, 극심한 아픔과 파괴된 현장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다. 치유하고 복구했다지만, 흔적과 아픔은 숨길 수가 없는 모양이다. 아름다리 큰 소나무 밑동에는 불에 탄 모습이 10년 세월을 무상하게 만들어 놓았다. 단박에 알아 볼 정도로 검게 탄 소나무 껍질은 몸체에서 떨어지지 않은 채 강한 생명력을 보여주고만 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럼에도 꿋꿋이 인내하며 생명을 이어가는 저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산불로 인해 뜨거운 열기를 받은 나무들은 웬만하면 고사하기 마련이다. "왜, 우리는 이처럼 인재에 둔감한 것일까"라는 탄식과 의문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면서 또 다시 그 아픈 기억을 살려내고 있다. 그럼에도 이곳에 살아남아 있는 큰 소나무 수 그루는 내게 큰 위안을 주고 있다.

▲ 낙산사

낙산사 보타전(아래)과 해수관음상(위).

ⓒ 정도길

고통이 있는 사람, 이곳에서 힐링으로 완쾌되었으면...

절 마당으로 들어서니 깔끔한 전각들이 늘어서 있다. 화려한 단청으로 치장하였지만,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을 금세 알 수 있는 모양새다. 나만 이런 느낌이 드는 걸까, 오래된 사찰에서 사람을 품고 안아주는 포근함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그럼에도 어쩌랴, 낙산사 주법당인 원통보전 관세음보살님께 삼배 기도를 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다시는 이런 재앙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이 사찰이 영원토록 후대에 전해졌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기도한다는"

▲ 낙산사

낙산사 원통보전과 7층석탑(보물 제499호).

ⓒ 정도길

양양 낙산사는 강화 보문사, 남해 보리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성지로 꼽힌다. 그런 만큼 불자가 아닌 일반 여행자들도 이곳에 들러 바다를 향해 우뚝 선 해수관음상에 참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해수관음상은 1977년 11월 6일 점안했으며, 높이는 16m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다. 대좌의 앞부분은 쌍용상을 옆 부분은 사천왕상을 조각하여 해수관음상을 지키도록 하고 있다. 이 해수관음상은 왼손에는 감로수병을 들고, 오른손은 가슴높이로 수인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 해수관음상

낙산사 해수관음상은 높이가 16m에 이르는 거대한 높이다.

ⓒ 정도길

불교 최고의 경전이라 칭하는 < 묘법연화경 > '관세음보살보문품'에 따르면, "만약 갖가지 고통을 받고 있는 무량 백 천 만억의 중생이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듣고 한마음으로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르면, 보살은 곧 바로 그들의 음성을 관(보게 됨)하여 모두 해탈하게 하나니라"라고 설해져 있다.

▲ 보타전

낙산사 보타전. 이 보타전에는 7관음과 32응신과 1500관음상을 봉안하고 있다.

ⓒ 정도길

절에 가는 사람들 중에서 제일 많이 찾고 기도하는 관세음보살. 일심으로 부르면서 기도하면, 관세음보살이 그 소리를 듣고 구원을 해 준다고 한다.

우리나라 관음성지를 상징하는, 낙산사 해수관음상과 보타전

낙산사 홍련암.

ⓒ 정도길

낙산사는 신라 문무왕 11년(671),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의상대사 기념관에는 대사의 기록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들이 많이 보관돼 있다. 동해안 바닷가 절벽위에 자리한 홍련암도 의상대사가 문무왕 16년(676)에 세웠다고 한다. 의상대사가 동굴 속으로 들어간 파랑새를 따라가 석굴 앞 바위에서 기도하다, 붉은 연꽃 위의 관음보살을 친견하고 세운 암자다. 홍련암의 이름도 여기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 의상대

낙산사 의상대에 서면 푸른 동해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 정도길

낙산사에서 꼭 빼 놓지 않고 둘러 볼 곳이 또 있다면, 1993년 4월 10일 완공한 보타전. 이 전각은 2005년 4월 발생한 양양산불에도 무사했다고 한다. 불전내부에는 가운데 천수관음을 중심으로, 좌측으로는 성관음, 십일면관음, 여의륜관음이, 우측으로는 마두관음, 준제관음, 불공견색관음이 협시로서 자리하고 있다. (불상이 앉은 위치에서) 이 7관음 외에 32응신과 1500관음상을 같이 봉안하고 있어, 가히 우리나라 관음성지임을 상징하는 전각이 아닐 수 없다. 법당 내부 불전을 향해 사진촬영을 할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 길

길에서 길을 묻다.

ⓒ 정도길

하늘 높이 우뚝 선 소나무 두 그루를 품은 의상대에서 바라보는 동해바다가 푸르다. 저 푸른 바다만큼이나 이곳을 찾은 여행자들의 마음도 푸르렀으면 좋겠다. 왼쪽으로 선 절벽에 홀로 선 홍련암은 뭇사람들을 맞이하며 외로움을 달랜다.

계단석에 새겨진 글귀 하나가 눈길을 끈다.

"길에서 길을 묻다"

이 글귀를 보면서, 나는 인생의 길에서 어떤 길을 가고 있는지, 나 자신에게 묻고 있다.

▲ 낙산해변

낙산사에서 바라 본 낙산해변.

ⓒ 정도길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 < 안개 속에 산은 있었네 > 에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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