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W리스트] 비운의 '유리턱' 파이터들

2014. 8. 22.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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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맷집은 우수한 파이터가 되기 위한 기본 덕목이다. 신체 부위중 한방 KO를 끌어내려는 상대방으로부터 가장 많은 공격을 받는 부위는 안면, 그 중에서도 턱이다. 턱으로 가해진 타격은 뇌를 뒤흔들기 때문이다. 정신력으로 버텨지지 않는다. 쇠 그릇 안의 두부가 그릇에 충격을 받으면 요동을 치는 것처럼, 뇌도 두개골 안에서 요동을 친다. 이 때 몸의 중심을 잃고 한동안 일어서지 못하거나 일시적으로 실신하게 된다. 턱 맷집이 약하면 흔히들 '유리턱(glass Jaw)'이라고 한다. 유리턱을 지닌 파이터는 스치는 펀치나 커버(가드) 위의 타격에도 턱에 충격을 받고 휘청댄다.

유리턱이 되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선천적으로는 턱의 뼈가 약하거나 돌출 턱 등 턱의 구조상 충격흡수에 취약한 경우 유리턱이 되기 쉽다. 후천적으로는 선수 생활 등을 통해 잦은 충격을 받으면서 서서히 약해져 어느 순간 유리턱이 되기도 한다. 안면 충격을 완충해 줄 목근육이 약하거나 목디스크 등이 있어도 턱 맷집은 약해진다.

일부 선수는 능히 챔피언으로 격투기 세계를 풍미할 자질을 갖췄음에도 유리턱이란 약점을 극복하지 못해 중도하차하거나 정상 등극에 실패한다. 복부 같은 부위는 단련으로 맷집을 키우는 게 가능하나 턱은 단련이 쉽지 않다. 때문에 유리턱이란 건 파이터들에게는 일종의 비운이다. 국내외 입식격투기와 종합격투기 선수중 빼어난 기량에도 불구하고 유리턱으로 인해 좌절의 아픔을 맛본 대표적인 이들 4명을 임의로 선정해 봤다.

▶K-1 MAX서 죽만 쑨 타케다 코조=프로모터의 금권이 뒷받침된 덕이 크나 비 태국인 최초로 태국 무에타이의 양대 성지 중 한 곳인 랏담넌(라자담넌) 챔프에 오르기도 했던 일본의 아성 타케다 코조. 혹독한 훈련으로 가꾼 몸은 초합금에 빗댄 '초합근'이란 별칭을 얻을 정도였다. 그는 턱이 원체 작아 사마귀를 연상시킨다. 턱이 작으면 대체로 턱이 약하다. 아무리 아령 묶은 줄을 물고 당겨도 턱의 약한 맷집을 키우기는 힘들었다.

그 결과 K-1 의 70kg 중경량급 전장 K-1 MAX에 진출해선 거의 항상 유혈 KO패를 당했다. 그가 펀치보다 로킥을 주무기로 삼은 것도 안면 피습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로 인한 단조로운 공격 패턴은 악순환만 불렀다. '장렬한 KO'를 연출하고 싶은 타니카와 사다하루 프로모터에게 계속 이용만 당하다 시들시들 커리어를 끝냈다. 안면 대출혈을 일으키며 쓰러지는 게 한두 번이라야지, 매번 반복되니 선수 생명을 걱정하는 팬들만 늘어갔다.

▶임치빈 못 넘은 이수환의 아킬레스=국내 중경량급 입식타격기에선 10년 가량을 독주해온 임치빈을 넘을 차세대 주자로 2000년 중후반께 한때 이수환이 강력히 대두된 적이 있다. 임치빈보다 10cm 이상 커 180cm를 훌쩍 넘는 키에 긴 리치, 그리고 명석한 두뇌, 강인한 정신력, 거기에 근사한 외모와 세련된 매너까지 지녀 대성할 요소를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K-1 MAX 프로모터는 그를 강력히 밀었다.

그러나 심각한 약점이 노출되고 만다. 바로 턱이었다. 턱을 맞고 휘청거리는 건 정신력으로도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화끈한 성격은 오히려 독이었다. '대미지를 입으면 맞불을 놓지 말고 일단 피하거나 붙들라'고 조언해도 "화끈하게 해야 한다"며 난타전을 벌였다. 거의 대부분 쓰러지는 쪽은 이수환이었다.

지난 2005년 당시 K-1에서 스테판 레코에게 킥 공격을 가하는 바더 하리(오른쪽). 턱이 작고 옆선이 희미하면 견고함과 맷집도 떨어진다. 난폭한 선제 공격으로 공격기회를 많이 허용하지 않다보니 쉬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실은 스치기만 해도 휘청대는 유리턱 파이터다.

▶바더 하리가 턱수염 속에 감추고 있던 것=K-1 무대에 혜성처럼 등장해 강호들을 연파했던 바더 하리. 사생활에서 폭력 범죄에 연루되는 등 잡음은 많았으나 큰 키와 빠른 스피드를 잘 살리는 중경량급 스타일의 전술로 헤비급 무대에서 파란을 일으켰다. 빠르고, 강하고, 심지어 성격도 난폭해 한 때 세미 슐트를 꺾을 유력 주자로도 거론됐다.

그러나 그 역시 턱의 맷집이 취약하다는 약점이 들통나면서 험로에 놓인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통하면서도 K-1에서 한번도 GP 우승을 하지 못했다. 그의 커리어 중 패배 대부분이 안면에 펀치나 킥을 허용하면서 당한 KO패다. 지난 해 5월 러시아에서 열린 레전드파이팅쇼 1회대회에서 자빗 사메도프에게 패한 것이 가장 최근의 패배로, 이 역시 펀치에 의한 것이다. 하리는 턱 옆선이 희미하고 얼굴이 갸름하다. 이는 턱 뼈가 튼튼하지 않고 턱근육도 약하다는 뜻이다. 하리는 언제부턴가 턱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는데, 턱이 약한 대부분의 파이터들이 위안 심리로 턱수염을 기른다.

▶최강자에서 '최강거품' 전락한 알롭스키=알롭스키는 2000년대 초중반 UFC 헤비급 왕좌를 오르락내리락 하며 최강자로 군림했다. 당시 일본 프라이드FC에 있던 예멜랴넨코 표도르, 안토니우 호드리구 노게이라, 미르코 크로캅 등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교류가 없어 직접적인 우열은 가려지지 않았다. 그러다 격투기계 지각변동이 놀라운 매치업을 만들어낸다. 프라이드가 UFC의 인수란 형태로 사라지면서 주전장을 잃은 표도르는 UFC에서 튕겨나온 알롭스키와 어플릭션이란 대회에서 격돌한 것이다.

그 경기에서 확연한 우세로 표도르를 몰아붙였던 알롭스키는 비스듬히 스친 카운터성 오픈펀치를 맞고 실신해 버린다. 표도르의 한방이 매서웠다기보단 알롭스키의 맷집이 이상하리만치 약한 것임이 점점 드러났다. 이후 알롭스키는 자신이 유리턱이라고 불리는 데 강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경기가 거듭될수록 강한 부정은 긍정이란 심증을 키우게 될 뿐이었다. 내리 4연패를 당한다. 와중 턱골절상을 입으며 턱의 상태는 더욱 악화됐다. 최근 UFC에 6년만에 돌아와 또 다른 유리턱 파이터 브랜든 샤웁과 대결을 벌이고 승리한다. 당시 대결에 대해 팬들은 '유리턱 대결'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알롭스키의 향후 활약은 부정적인 편이다. 그 역시 턱수염 기르기를 즐긴다.

이 밖에 UFC 헤비급 중견 안토니우 시우바도 돌출형 턱과 부정교합으로 턱 맷집이 약한 편이다. 김동현이 실신 시켰던 웰터급 에릭 시우바도 모양상 맷집이 좋은 턱은 아니다. 한때 자국 내에서 '신의 아이'라는 터무니 없이 과장된 별명으로 불리며 종합격투기와 입식격투기를 오가던 야아모토 키드가 연전연패의 늪에 빠져 은퇴한 것도 유리턱이란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탓이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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