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한국 과자 킬러' 이디어, '한국에 관심 많다'

조회수 2014. 8. 22. 10:11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사진으로 보는 취재 뒷이야기

# 01. 이디어, '한국에 관심 많다'

얼마 전 다저스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이 한국 과자를 먹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 동안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의 먹거리는 해바라기 씨, 풍선껌, 영양바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해바라기 씨는 땀을 많이 흘리는 선수들에게 염분 보충을 해주고, 긴장완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풍선껌을 씹는 이유도 긴장완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고요. 그런데 왜 갑자기 한국 과자가 등장했을까.

한국 과자 붐을 일으킨 선수는 의외의 인물 '안드레 이디어'였습니다. 어느 날 이디어가 한국 과자를 들고 더그아웃으로 나옵니다.

자연스럽게 포장지를 뜯고 한 입 깨무는데 순간 '어? 한국 과자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어 사진을 찍어봤습니다. 사진을 찍은 목적은 확대해서 과자의 이름을 확인하고자 했던 것. 그런데 이름은 초코보이더군요. (알고 보니 미국에선 초코보이라는 이름으로 판매가 되고 이었습니다.)

이런 취재진의 모습을 본 친절한 이디어는 "이거 찍는 거에요? 한국 과자 맞아요."라며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합니다. 이는 곤잘레스가 광고 모델로 출연하고 있는 과자 업체에서 다저스에 보낸 협찬 과자였습니다. 마틴 김이 선수들이 자유롭게 먹을 수 있도록 선수 식당에 갖다 놓은 것인데,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바로 안드레 이디어. 평소에도 굉장히 즐겨 먹는다고 합니다.

마틴 김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던 이디어는

비타민C가 함유된 사탕을 또 먹습니다.

그 다음 날엔 초코보이 생산 회사가 아닌 다른 기업의 한국 과자를 먹고 나왔습니다. 이번엔 진짜 한글로 쓰인 한국 과자 말이죠.

이디어는 "이건 진짜 한글로 쓰인 한국 과자다." 과자를 들어 보여줬습니다. "혹시 이거 디 고든이 한국팬에게 받은 거 아니냐?"는 질문에 "맞다. 한국팬이 보내준 진짜 한국 과자다."고 말하며 "이 과자 이름을 뭐라고 읽어야 하느냐?"고 묻습니다. "빼빼로"라고 알려주니 하는 말이 "난 빼빼로보다 초코보이가 더 맛있다."였습니다. 이디어의 발언에 한바탕 웃을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날은 "이런 과자도 아느냐?"고 물으며 직접 포즈를 취합니다. 이디어는 초콜릿이 가미된 과자를 좋아했습니다. 반면 유리베는 달짝지근한 과자를 좋아했고요.

그런데 이디어는 빈말이 아닌 진짜로 한국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한국 과자를 먹는 이디어가 신기해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디어는 "다저스에서 내가 한국에 가장 관심이 많을 거다. 물론 류현진 다음으로.."라고 자신 있게 말을 합니다.

그러면서 "젓가락질도 잘하고, 지난해 류현진을 내가 이겼던 거 알죠?" "그리고 순두부 찌개를 좋아해요. 매콤한 찌개 있잖아요. 진짜 맛있어요." (이때 옆을 지나가던 맷 켐프는 뜬금없이 "그 과자가 맵다고?"라고 묻습니다.)

한국에 관심이 많다던 이디어는 한국 팬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한국 인터넷 사이트에 사진이 올라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 사진이 올라가고 팬들의 반응이 어떤지도 궁금하다고 하더군요. 직접 보고 싶다면서 말이죠. 다른 선수들은 대부분 찍은 사진이 궁금하다며 사진을 보여달라거나 본인의 이메일로 사진을 보내줄 수 있느냐고 묻습니다. 그런데 한국팬들의 반응이 궁금하다며 인터넷 사이트를 직접 보여달라고 한 건 이디어가 처음이었습니다.

얼마든지, 기꺼이 보여줄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올라간 사진을 보여주고, 한국 팬들의 반응도 알려줬습니다. "이디어 잘생겼다는 팬들이 반응이 아주 많다."고 말하니 "(하하) 한국팬들 고맙다. 기회가 되면 한국에 꼭 한번 가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시즌 마치고, 유리베, 푸이그와 함께 한국 방문을 추진했던 선수 중에 한 명이 바로 '이디어'였습니다. 마틴 김에 의하면 이 선수들은 금액에 상관없이 한국에 꼭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한국에서의 활동이 확실하게 개런티 된 부분이 없었다고 합니다. 한국 기업이나 방송사 측에선 일단 한국 오면 많은 섭외가 들어올 거라는 막연한 예측이었던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 선수는 기꺼이 한국에 방문하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쳤지만, 다저스 구단 측에선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방문은 이른 감이 있다고 판단했던 것입니다.

한국에서 팬이 많다는 걸 알고 있는 이들은 스스로 팬서비스를 위한 포즈를 취합니다.

그런데 이디어가 한국에 관심을 두게 된 건 최근이 아닌 2008년 박찬호가 다저스에서 뛰던 시절부터였습니다. 이디어는 "박찬호와 함께 한국 BBQ와 순두부 찌개, 그리고 그 밖의 한국 음식도 자주 먹으러 다녔다."고 말했습니다. 젓가락도 그때 처음으로 사용했다면서 말이죠. 이제는 류현진보다 젓가락질을 잘하는 선수입니다.

# 02. 'Captain Clutch' 이디어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알게 됐습니다. 다저스 팬들이 이디어에게 붙여준 별명은 "Captain Clutch". 미국에서 유명한 시리얼 'Captain Crunch'에서 따온 별명입니다. 의미는 다르게 해석되지만 이디어가 좋아하는 '먹거리'에서 별명이 붙여진 것입니다.

2009년부터 이디어에게 붙여진 별명 "Captain Clutch"는 상당히 좋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Clutch'는 영어로 '움켜잡다.'라는 뜻으로 많이 사용되지만, 스포츠에선 아주 중요한 시점 이를테면 경기 종료 10초 전, 9회 말 만루 상황 등등에서 대담하고, 멋있게 3점 슛을 넣거나 안타, 홈런 등으로 점수를 얻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디어는 2009년 시즌에 6개의 끝내기 안타를 쳤고, 그중에 4개는 홈런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멋지게 경기를 끝내준 선수였습니다. 이 기록은 1974년 이후 가장 많은 숫자였고, 한 시즌에 4개의 끝내기 홈런을 날린 건 메이저리그를 통틀어도 타이를 이루는 기록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이디어에겐 "Captain Clutch"라는 별명이 붙게 된 것이죠.

사실 이디어는 처음부터 빛을 본 선수는 아닙니다. 애리조나주에서 자란 이디어는 애리조나 주립대학에서 뛰었지만, 코치들의 조언으로 주니어 칼리지(4년제가 아닌 2년제 대학)로 내려가게 됐습니다. 실력이 그만큼 부족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 시즌에 .468의 타율을 기록하고 32개의 2루타를 휘두르면서 MVP를 쉽게 거머쥐었고, 다시 애리조나 주립대학으로 승격됐습니다. 그 후 2003년까지 타율 .371, 113득점, 27개 2루타, 7개 3루타, 14홈런, 118 RBI를 기록했습니다.

2005년 12월 13일에 다저스와 계약을 하고 2006년 5월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디어는 기대했던 만큼의 성적을 기록했지만, 그 당시 있었던 다른 스타들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하고 조용히 성과만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디어의 전성기는 2009년~ 2011년이라고 할 수 있는데, 2010년에는 엄청난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2010년 4월 한 달 동안 메이저리그 27경기 연속 안타를 쳤습니다. 다저스 역사상 4월에 두 번째로 많은 안타를 기록한 선수가 된 것입니다.

이디어의 실력은 2011년에도 발휘됐지만, 무릎 부상으로 인해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했습니다. 그해 이디어는 135경기를 뛰어 타율 .291, 11홈런, 62 RBI를 기록. 부상에도 불구하고 골드글러브 상을 받았습니다. 2013년 동료 캠프가 부상을 당하면서 중견수로 뛰었던 이디어는 9월 2일 다저스 역사상 처음으로 7시즌 동안 매시즌 30개 이상의 2루타를 친 선수로 기록되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뒀던 이디어를 요즘 더그아웃 벤치에서 더 자주 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미 다저스는 현재의 외야는 최고의 조합이라고 믿고 있고, 이 경쟁에서 밀린 이디어는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더 많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디어는 돈 매팅리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1루수 훈련을 하기 시작했고, 지난 18일에는 1루수로 경기에 임했습니다.

돈 매팅리 감독은 "현재 1루수를 볼 수 있는 선수는 곤잘레스와 반 슬라이크인데, 1루수가 가능한 좌타자 한 명이 있다면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디어를 선발로 기용하기보다는 더블 스위치 등 후반 수비 교체 이후에 대비해 1루 수비에 대해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게 목표다."고 설명했습니다.

골든 글러브 수상에 좌, 우, 중견수까지 볼 수 있는 이디어가 외야수 주전 경쟁에서 밀려 이제는 1루수 백업으로 포지션 변경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 "Captain Clutch"로 부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