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히스토리-이케아, 넌 누구냐] 세계3위 '가구 공룡'.. "불편을 팝니다" DIY·초저가 전략

김현길 기자 2014. 8. 22.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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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500일의 썸머' 속 남녀 주인공은 가구 매장 이케아(IKEA)를 놀이터처럼 즐긴다. 실제 거실처럼 꾸며진 곳에서 소파에 앉았다가 부엌과 침실로 만들어진 공간으로 뛰어다니며 데이트를 한다. 영화 개봉 후 유튜브 등에는 이 장면을 패러디한 영상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이케아 매장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의 모습을 우리나라에서도 곧 볼 수 있을 전망이다. 2011년 12월 한국 진출을 선언한 이케아는 올해 말 경기도 광명시에 첫 매장을 연다. 고속철도(KTX) 역세권에 건설 중인 매장은 건축 면적 2만5759㎡에 연면적은 13만1550㎡에 이른다. 국내 대형마트 기준이 3000㎡이고, 롯데마트 매장 중 가장 넓은 잠실점의 연면적이 2만4066㎡인 것을 감안하면 5배 이상 되는 넓이다. 이케아는 국내 첫 매장이 문을 열기도 전인 지난 5월 "2020년까지 모두 5개의 매장을 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가구 공룡의 탄생과 성공=이케아는 창업자인 잉바르 캄프리드(88)가 17세 때인 1943년 스웨덴에서 문을 열었다. 이케아 사명은 그의 성명 이니셜(I·K)과 부모 농장 및 농장이 있는 행정구역 이니셜(E·A)을 따서 만들었다. 이케아는 처음에는 소규모 통신판매 업체로 출발해 돈을 모은 후 1953년 첫 상설 가구 전시장을 오픈하며 가구 사업을 본격화했다. 전 세계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다는 이케아의 카탈로그, 대규모 상설 가구 전시장 등 지금의 이케아를 만든 전략이 이때 등장했다.

승승장구한 이케아는 해외로 진출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1974년 독일에 들어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케아 매장을 보유하게 됐고, 유럽을 비롯해 호주 캐나다 미국 등으로도 진출했다. 아시아는 1974년 일본에 이어 홍콩 대만 중국 등에 진출했다. 일본에서는 고전을 거듭하다 철수한 후 2006년 재진출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현재는 홈디포(Home Depot), 로우스(Lowe's)에 이어 세계 3위 가구 업체로 도약했다.

이케아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안데르스 달비그는 자신이 쓴 책에서 '낮은 가격에 비해 좋은 품질과 기능, 디자인'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의 독특한 디자인' '영감과 아이디어, 그리고 솔루션' '한 매장에 모든 제품 구비' '나들이처럼 즐기는 쇼핑'을 이케아의 성공 비결로 꼽았다.

이케아는 출발부터 경쟁 제품에 비해 싼 가격으로 가구 시장을 평정해 왔다. 더 싸게 판매하는 업체가 있으면 바로 가격을 내렸다. 캄프리드는 직원들에게 "경쟁자들과의 확실한 가격 차이는 필수적이다. 모든 영역에서 우리는 언제나 가장 저렴한 매장이어야만 한다"고 강조해 왔다. 저가 정책은 제품 판매를 제외한 작업량의 80%를 고객이 처리하는 캐시-앤드-캐리(Cash-and-carry) 시스템과 무관치 않다. 고객은 매년 배포되는 카탈로그를 보고 매장을 찾아 제품을 가져간 후 직접 조립해야 한다. 판매·조립·운송 비용을 줄임과 동시에 '불편을 판다'는 이케아의 아이러니한 매력이 결합된 시스템이다. 고객은 자체 제작(DIY) 가구에 더욱 애착을 가지게 된다.

영화에서 보듯 이케아 매장은 놀이터 기능도 수행했다. 가구 외 제품 판매와 함께 레스토랑, 놀이 공간 등이 결합돼 쇼핑, 외식, 놀이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이런 점은 도심에서 벗어나 있지만 소비자를 불러모으는 원동력이 됐다. 안데르스 달비그는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케아를 소풍의 목적지로 만들려고 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북유럽 스타일의 디자인도 인기를 끌며 단순한 가구 업체가 아닌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공룡 마주한 국내 가구업계=이케아의 한국 진출이 가시화된 이후 국내 가구 대기업들은 나름대로 대비를 해 왔다. 플래그숍(대형 직영매장)을 잇따라 오픈하고, 이케아의 저가 공세에 맞설 수 있도록 가격경쟁력도 신경써 왔다. 현대리바트는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 현대아이파크몰 7층에 '리바트 스타일숍'을 열었다. 1개 층 전부를 사용하는 이 매장의 면적만 5100㎡다. 이케아 매장들에 비해 매우 작은 규모지만 현대리바트가 운영하는 점포 중 가장 크다.

한샘도 지난 3월 서울 강서구에 '한샘플래그숍 목동전시장'을 열었다. 지하 2층, 지상 6층 규모로 4210㎡ 공간에 카페와 놀이공간도 갖췄다. 한샘은 1990년대 후반부터 플래그숍을 잇따라 오픈해 꼭 이케아를 의식한 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온라인몰인 한샘몰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계속 길러 왔다.

이들 대기업에서는 이케아가 진출하면 어느 정도의 점유율 하락은 우려되지만 제품이나 서비스 형태가 달라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가구를 쉽게 바꾸지 않고, 아파트 중심의 주거 여건을 갖고 있어 외국과 단순 비교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이케아가 장점으로 내세우는 DIY 방식 역시 단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샘 관계자는 "가구 제품의 질을 결정하는 50%가 시공에 달려 있다"며 "아직 DIY 가구에 익숙지 않은 우리에게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케아는 "글자를 읽을 수 있다면 우리 조립 설명서도 이해할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지만 조립이 기대만큼 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조립에 불만을 가진 독일 소비자의 경우 이케아의 사명을 '나는 발작을 일으킨다(Ich Kriege Einen Anfall)'로 해석하며 비꼬기도 했다. 1985년 처음 진출한 미국 시장에서는 유럽식 제품 구성을 고집하는 바람에 장기간 적자 행진을 이어가기도 했다.

전태유 세종대 유통산업학과 교수는 "본격적인 진출 전 이케아 상품 병행수입 예에서 보듯 어느 정도의 영향은 있겠지만 우리 가구 시장을 감안하면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반면 국내 가구 시장의 70∼80%를 차지하는 중소업체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업체의 경우 인력이나 자금력에서 준비할 여유가 없었던 만큼 이케아의 공세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케아 1호점이 오픈하는 광명시 주변을 비롯해 국내 가구산업의 비중이 높은 경기도 지역에서 폐업이나 도산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

양해채 대한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국내 가구산업은 제대로 된 통계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영세한 업체가 대다수"라며 "중소업체의 경우 뾰족한 방법이 없어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연합회는 이케아가 완제품을 수입해 관세를 물지 않는 점을 들어 국내 업체가 수입하는 원자재에도 관세를 물리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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