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으로 날린 돈, 법도 구제 안한다

나성원 기자 2014. 8. 22. 03:1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강원랜드에서 도박을 하다 수백억원을 날린 고객에게 강원랜드가 손해를 배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으로 발생한 결과에 따르는 책임은 역시 개인이 져야 한다는 원칙이 적용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21일 정모씨가 강원랜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정씨에게 21억여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카지노 이용자가 돈을 잃을 위험을 알면서도 스스로 게임을 한 이상 결과에 대한 책임도 이용자 자신이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카지노 사업자에 카지노 이용 고객이 지나친 재산상 손실을 입지 않도록 보호할 의무까지는 없다는 것이다.

중견기업 대표를 지낸 정씨는 2003년 강원랜드를 처음 찾은 뒤 최상위 VIP 회원들만 출입할 수 있는 다이아몬드룸에서 거액 베팅을 즐겼다. 그는 1회 베팅액 한도인 1000만원을 넘기기 위해 자신의 돈으로 베팅만 대신 해주는 사람들인 속칭 '병정'들까지 동원했다. 정씨의 아들이 강원랜드에 '아버지 출입을 금지해 달라'는 요청서까지 보낼 정도로 정씨의 도박은 심해졌다. 정씨는 결국 333회에 걸친 도박 끝에 모두 231억원을 날렸다. 정씨는 2006년 "도박중독에 빠진 고객을 보호하지 않았고 한도 초과 베팅을 묵인해 사행성을 부추겼다"며 강원랜드를 상대로 293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1·2심은 "카지노가 1회 베팅액 한도 제한을 어겼고, 적극적으로 정씨의 출입제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카지노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카지노의 위험성을 정씨가 충분히 알 수 있는 위치였던 점을 고려해 책임을 각각 20%, 15%로 제한했다. 2심에서 인정된 배상액은 21억여원이었다.

대법원은 그러나 베팅액 한도 제한 규정을 위반한 카지노에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한다는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카지노 이용자가 언제든지 게임을 할 수 있는 이상 베팅 한도 규정을 재산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해당 규정 위반으로 카지노가 행정 제재를 받을 수는 있지만 이용자에 대한 보호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카지노 이용자의 심각한 도박 중독 상태를 카지노 사업자가 알았던 경우, 카지노 이용자나 가족이 법적 절차에 맞게 보호 요청을 했는데 받아들이지 않은 경우 등 예외적인 경우에는 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현재 대법원은 도박으로 돈을 잃은 사람들이 강원랜드를 상대로 제기한 손배 소송 7건을 심리 중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뉴스 미란다 원칙] 취재원과 독자에게는 국민일보에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와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고충처리인(gochung@kmib.co.kr)/전화:02-781-9711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