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아경기 D-28]가슴에 불덩어리 품은 '여중생 철인'

2014. 8. 22.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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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국가대표다]<1> 트라이애슬론 정혜림

[동아일보]

국내 최연소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정혜림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여중생 철인'이다. 2월 트라이애슬론에 입문한 그는 사이클(오른쪽 사진)과 야외 수영 훈련(왼쪽 아래)이 더 필요하지만 남다른 적응력을 보이며 성장하고 있다. 그는 마라톤(왼쪽 위)이 가장 자신 있다고 말한다. 울산=주애진 기자·대한트라이애슬론연맹 제공

《인천 아시아경기에는 아시아 최고의 스포츠 스타들이 나선다. 하지만 비인기 종목 선수들도 '스타 국가대표' 못지않게 굵은 땀을 흘리며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국가대표라는 이름에 차이가 없듯이 이들이 흘리는 땀에도 차이가 없다. 비인기 종목의 숨은 스타들을 소개하는 시리즈 '나도 국가대표다'를 준비했다. 첫 번째 주인공은 최연소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로 선발된 정혜림(15·여·용화중)이다.》

긴장감으로 굳은 얼굴이었지만 웃을 때 살짝 가늘어지는 눈매에서 장난기가 엿보였다. 앳된 얼굴이었다. 162cm에 46kg으로 마른 체격. '이 소녀가 정말… 철인?'

국내 최연소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국가대표 정혜림의 첫인상은 기자가 떠올렸던 건장한 철인의 이미지와 달랐다. 제9회 전국해양스포츠제전(8월 14∼17일)이 열린 울산에서 15일 훈련하던 정혜림을 만났다. 그는 다음 달 개막하는 인천 아시아경기 트라이애슬론 혼성릴레이 부문의 첫 주자다. 혼성릴레이는 남녀 4인이 한팀을 이뤄 각각 수영 250m, 사이클 6.6km, 달리기 1.6km를 연이어 하는 경기다. 허민호(24·통영시청) 김지환(24·통영시청) 김규리(16·여·경일고)가 함께 출전한다. 정혜림은 지난달 5일 혼성릴레이 대표 선발전 여자부문에서 1등을 했다. 트라이애슬론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의 일이다.

○ 호기심 소녀의 새로운 도전

"어릴 때 뭘 먹고 컸어요? 좋아하는 연예인은 있어요? 트라이애슬론 안 힘들어요?"

돌아온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다 잘 먹는데…." "연예인 별로 안 좋아해요." 어린 나이에 국가대표라는 무거운 타이틀을 얻은 정혜림은 "트라이애슬론이 힘들지만 재미있다"며 어른스럽게 말했다.

정혜림은 원래 수영 선수였다. 초등학교 때 친구를 따라 시작한 수영에서 큰 두각을 보이지 않자 충남 아산 용화중 수영부 한승호 감독은 그에게 트라이애슬론을 권했다. 수영보다 달리기에 더 재능을 보였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성인 운동선수들도 고개를 젓는다는 트라이애슬론을 해보라는 제안을 정혜림은 겁도 없이 덥석 받아들였다. 사이클이라는 새로운 종목을 배우는 것이 재미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새로운 도전을 좋아했던 호기심 소녀는 그렇게 트라이애슬론에 첫발을 디뎠다.

○ 타고난 트라이애슬론 선수

정혜림은 만 18세 이하 선수에게 개인전 출전을 금지하는 국제트라이애슬론연맹(ITU) 규정상 개인전(수영 1.5km, 사이클 40km, 달리기 10km)에는 출전할 수 없다. 그러나 2월부터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한 그는 빠른 적응력을 보여 발전이 기대된다. 특히 체형은 타고났다. 트라이애슬론 선수의 체형은 마라톤 선수의 체형에 더 가까워야 한다. 2시간 가까이 뛰는 지구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라톤 선수들의 체지방률이 0%라면 트라이애슬론에 적합한 체지방률은 남성 6∼7%, 여성 10∼11%다. 지금 정혜림의 체지방률은 10%. 폐활량은 여느 성인 선수 못지않다. 신진섭 대표팀 감독(36)은 "트라이애슬론은 세 종목에 모두 적합한 절묘한 몸이 필요한데 정혜림의 체형은 여기에 적격"이라고 말한다.

마라톤에서는 훌륭한 기량을 발휘하고 있지만 사이클이나 수영에서는 보완할 점이 많다. 사이클에서는 어려운 커브를 헤쳐 나가는 기술을 연마해야 하고 바다나 강에서 하는 야외 수영에도 적응이 필요하다.

○ 정혜림은 아직도 성장 중!

인천 대회를 준비하는 정혜림의 각오는 남다르다. 메달을 따는 것보다는 경험이 부족한 자신의 실력을 확인해볼 수 있는 무대라는 생각이 더 크다. 정혜림은 아직 어리다. 학교생활과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물을 때면 금방 표정이 밝아지면서 목소리가 높아졌다. 인천 대회가 끝나면 학교 축제가 기다린다며 즐거워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중학생이다.

하지만 경기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국가대표가 됐다는 실감도 아직 잘 안 난다는 그는 '여중생 철인'을 보는 특별한 시선을 부담스러워했다. 그저 좋아하는 트라이애슬론을 오래오래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신 감독은 "이번 인천 대회가 아니라 그 너머를 봐야 하는 선수"라며 "지금처럼 계속 훈련한다면 올림픽에서도 톱5에 들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혜림은 선수로서나 한 사람으로서나 아직 성장하고 있다.

"훈련이 끝나면 뭔가 뿌듯해요. 계속 자라는 느낌이에요. 최종 목표는 올림픽 출전이죠. 아직 금메달까지 노릴 정도는 아니고요(웃음). 일단 지금은 이번 인천 대회 때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는 게 목표예요."

::트라이애슬론::

수영 달리기 사이클 3종목을 연이어 하는 종목이다. 올림픽과 아시아경기에서는 수영

1.5km, 사이클 40km, 달리기 10km의 코스(올림픽코스)에서 열린다. 수영 3.8km, 사이클 180.2km, 달리기

42.195km의 코스(아이언맨코스)도 있다.

울산=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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