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떨어뜨렸는데 '와장창' 깨지는 스마트폰.. 왜 이럴까

김지섭 기자 2014. 8. 22.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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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하고 가벼운 스마트폰 개발에 총력전 화면 커지면서 쉽게 깨지는 스마트폰 유리.. '설탕폰' 오명 쓰고 소비자 불만 폭주해 유리 업체들, 가볍고 강한 소재 개발 몰두.. 애플, 신형 아이폰에 사파이어 소재 사용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이 70%를 넘어 이용자가 4000만명에 이르면서 스마트폰 사용에 따른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불편 사례가 툭하면 깨지는 스마트폰 액정화면이다. 인터넷에서는 깨진 스마트폰 액정을 가는 데 드는 비용을 문의하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네티즌들은 스마트폰 액정이 "마치 설탕을 녹여서 만든 것처럼 쉽게 깨진다"며 스마트폰을 '설탕폰'이라고 비하하기도 한다. 깨진 스마트폰 액정을 사서 수리한 뒤 재판매하는 서울 용산의 한 업체 대표는 "하루 평균 30~40명 정도가 방문하고, 200통 가까운 문의 전화가 온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액정은 왜 이렇게 잘 깨지는 걸까.

◇설탕처럼 쉽게 깨지는 스마트폰 유리

스마트폰 화면은 액정 디스플레이 위에 충격 방지를 위한 강화유리가 덮여 있는 구조다. 따라서 '액정이 깨졌다'고 하는 것보다는 '스마트폰 유리가 깨졌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업체를 포함해 애플·소니 등 30여개 글로벌 업체는 파손 방지를 위해 강화유리를 소재로 사용한다. 이들은 주로 코닝이 공급하는 '고릴라 글라스'를 쓴다. 전 세계 2400종 이상의 모델, 약 27억대의 스마트폰에 이 유리가 들어가 있다.

코닝이 고릴라 글라스를 만들게 된 건 애플 스티브 잡스의 요청에서 비롯됐다. 잡스는 2006년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코닝 측에 "플라스틱보다 고급스럽고 기존 유리보다는 강하고 가벼운 소재를 6개월 안에 개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코닝은 2007년 초 고릴라 글라스란 제품을 출시했다. 1962년 자동차·기차·비행기용으로 개발했으나 판매에는 실패했던 '켐코(Chemcor)'라는 강화유리를 얇고 가볍게 개량한 것이었다. 100명 넘는 연구원이 이 유리 개발에 투입됐다. 이후 고릴라 글라스는 '역대 최고의 플라스틱형 유리'라는 찬사를 받으며 전 세계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을 사로잡았다. 코닝은 고릴라 글라스 하나만으로 작년에만 10억달러(약 1조22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고릴라 글라스는 높은 온도의 소금물에 녹인 유리를 특수 냉각 기법(이온교환 방식)으로 얼려서 만든다. 코닝 측은 "고릴라 글라스는 긁힘(스크래치)과 웬만한 외부 충격에도 쉽게 파손되지 않는 유리"라고 밝혔다. 하지만 얼마나 단단한지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물질이 얼마나 딱딱한지를 재는 '모스 경도(硬度)'가 7 정도인 것으로 추정한다. 다이아몬드는 경도가 10이다.

◇더 강한 유리를 찾아라

강화유리를 쓰는 스마트폰이 '설탕폰'이라는 오명(汚名)을 쓰게 된 건 왜일까. 고릴라 글라스가 스마트폰 이용자가 원하는 수준의 강도에 미치지 못한 측면이 크다. 게다가 화면이 점점 커지면서 충격에 노출되는 면적이 넓어졌다. 화면이 작으면 충격을 받아도 잘 깨지지 않지만 큰 화면은 훨씬 쉽게 깨진다. 스마트폰을 더 얇고 가볍게 만들기 위해 화면의 테두리 부분(베젤)을 거의 없애다시피 한 것도 파손이 잘 되는 원인 중 하나다.

소비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스마트폰 업체들과 유리 업체들은 더 강한 부품을 찾으려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11월 미국의 산업용 소재·설비 업체인 GTAT와 모스 경도 9인 사파이어 공급 계약을 맺었다. 다음 달 출시 예정인 아이폰6 화면에 사용하기 위해서다. 명품 손목시계에 많이 쓰이는 사파이어의 핵심 성분은 99.995%에 이르는 고순도 '산화 알루미늄'이다. 사파이어는 유리와 달리 결정구조가 일정하게 늘어서 있어 표면 경도가 매우 높다. 하지만 고릴라 글라스보다 10배가량 비싸고, 1.6배 무거운 것이 단점이다.

스마트폰 유리 시장을 평정한 코닝도 성능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 코닝의 제임스 스타이너 수석부사장은 작년 출시한 '고릴라 글라스3'에 대해 "이전 제품보다 내구성이 3배 증가했고, 표면 긁힘도 최대 40% 감소한 제품"이라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일본의 아사히글라스가 '드래건 트레일'을, 독일의 쇼트가 '센세이션'이란 이름의 강화유리를 출시하며 코닝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화면 유리를 보호할 수 있는 디자인을 연구하고 있다. 최신 스마트폰의 화면 유리가 베젤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것도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유리를 감싸는 스마트폰 모서리의 모양·두께·곡률(曲率) 등을 독자적으로 디자인해 유리의 내구성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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