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죽이려 했다고?.. 당시 金회장은 손톱 하나 까딱 안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곧 출간하는 대담집에서 "경제 관료들이 나를 제거하려는 프로그램을 갖고 있었다고 믿고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 강봉균 당시 경제수석(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관료들이 김우중 전 회장에 대해 앙심을 품을 일이 없다"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 전 장관은 21일 "(김 전 회장은) 관료들이 왜 그랬는지 이유도 밝히지 않고 있다"며 "관료들이 (김 전 회장을) 해코지할 이유가 뭐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김우중씨는 아마 평생을 가도 대우가 자기 잘못으로 그렇게 됐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강 전 장관은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김우중 전 회장에게 상당히 호의적이었고 독대도 여러번 했다"며 DJ 정부가 대우 살리기에 적극 나섰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또 "김 전 회장이 시장 신뢰를 얻으려 노력한다면 적극 돕겠다고 했고, 경제수석이었던 내가 김 전 회장이 있는 힐튼호텔을 20번쯤은 찾아갔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당시 김 전 회장에게 자구 노력을 해야 시장 신뢰가 살아난다고 강조했으나, 대우는 손톱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우와 삼성의 빅딜이 깨진 게 정부 잘못이라는 김 전 회장의 주장에 대해, 강 전 장관은 "정부가 깰 이유가 전혀 없었다"면서 "당시 김 전 회장은 삼성차에서 만든 걸 삼성그룹이 다 가져가라고 요구했고, 삼성이 돈이 많으니 3조원을 빌려달라고 했다. 말이 안 되는 요구를 해서 깨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기업구조조정 실무를 맡았던 서근우 신용보증기금 이사장도 "빅딜은 사방에서 잘되도록 별짓을 다 했는데 경제 관료들이 막았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서 이사장은 "대우는 정부를 마치 비즈니스 파트너로 생각한 것 같다"며 "당시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려 노력한 정부가 무슨 원한이 있다고 대우그룹을 방해했겠는가"라고 했다.
한편, 대우그룹 구조조정을 지휘했던 이헌재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전 경제부총리)은 '위기를 쏘다'라는 자서전을 통해 "김 전 회장은 GM과의 전략적 제휴에 모든 걸 걸었지만 애초부터 불가능했다"고 했다. 그는 "GM은 시간이 자기 편이라는 것을 잘 알았다. 질질 끌더니 1998년 7월 협상을 깨고 만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대우가 스스로 살아날 방법도 사실상 사라졌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이 99년 12월에 GM의 대우차 인수(50억~60억달러) 의향서를 비밀리에 이 전 부총리에게 전달했다는 주장과 관련해선, 이 전 부총리의 자서전에 언급돼 있지 않다.
이 전 부총리는 또 "금감위가 대우를 처리한 방식은 당시로선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자서전에서 밝히고 있다. 그는 "나는 한때 대우에 몸담았다. 그래서 나를 두고 '대우를 봐준다는 오해를 피하려고 일부러 더 모질게 처리했다'고 말한다. 사실이 아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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