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 베일 벗은 금강령(金剛鈴).. 高麗가 살아 꿈틀댄다

유석재 기자 2014. 8. 2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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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금동제 금강령(金剛鈴)을 좀 보세요. 아랫부분에는 사천왕상(四天王像), 위에는 오대명왕상(五大明王像)이 함께 표현돼 있습니다. 이런 형태의 금강령은 지금까지 동아시아에서 유일합니다."

21일 오전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의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주경미 문화재 전문위원(금속공예사 전공)이 설명했다.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은 것은 사천왕과 오대명왕의 모습이 정교하게 표현된 길이 19.5㎝의 금강령이었다. 유물의 상태도 좋았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나온 고려시대의 비슷한 유물 중에서 기법이 가장 뛰어난 수작(秀作)"이라고 말했다.

◇고려시대 금속공예의 정수(精髓)

서울 도봉산 기슭 옛 서원(書院) 터에서 고려 초기의 국보·보물급 불교 유물 77점이 출토됐다. 문화재청(청장 나선화)과 서울문화유산연구원(원장 김일규)은 21일 "2012년 5~9월 서울 도봉구 도봉서원 터의 복원 정비를 위한 발굴 조사 과정에서 유물을 수습했고, 이후 금속 유물에 대한 보존 조치를 거쳤다"며 해당 유물을 공개했다.

이 유물 중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금강령은 길이 17.7㎝의 금강저(金剛杵)와 함께 나왔다. 금강저에는 사리를 안치하기 위한 구멍인 사리공(舍利孔)이 뚫려 있는데, 이런 형태의 금강저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토된 것이다. 제작 기법이 뛰어난 이 유물들은 화려하고 세련된 고려시대 금속 공예의 정수(精髓)를 보여주고 있다.

금강저는 방망이 모양의 불교 의식 도구이고, 금강령은 금강저의 한쪽 끝에 방울을 달아 놓은 불구(佛具)다. 여기 표현된 사천왕은 불국토를 네 방향에서 지키는 신(神)인 지국천(持國天), 증장천(增長天), 광목천(廣目天), 다문천(多聞天)이며, 오대명왕은 불법을 수호하는 신인 중앙의 부동(不動), 동방의 항삼세(降三世), 남방의 군다리(軍茶利), 서방의 대위덕(大威德), 북방의 오추사마(烏芻沙摩)명왕이다.

함께 나온 물고기 모양의 탁설(鐸舌·흔들면 소리가 나도록 방울 안에 매다는 것)은 구슬을 물고 있는 독특한 모습의 유물로, 역시 유례 드문 것이라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이 밖에 ▲청동제 뚜껑항아리(유개호)와 뚜껑합(유개합) ▲고리가 달린 향로(현향로), 솥처럼 생긴 큰 향로(부형대향로), 짐승 다리 모양 발이 달린 향로(수각향로) 등 다양한 모습의 향로 ▲세숫대야형 용구인 세(洗) ▲향을 피우는 그릇인 향완(香 & #22502) ▲굽 달린 사발인 대부완(臺附 & #22502) 등이 나왔다. 현향로와 뚜껑합 등에는 명문(銘文)이 있어 유물이 나온 곳의 성격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옛 절 '영국사' 세울 때 묻은 듯

주경미 위원은 "유물 제작 시기는 12세기 중반 이전으로 보이며, 일부 유물에서는 8~9세기의 특징까지 보이고 있다"며 "통일신라시대에서 고려 초기에 이르는 불교미술의 중요한 흔적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유물들의 출토는 예상 밖의 일이었다. 1호선 도봉산역에서 서쪽으로 약 1.5㎞ 떨어진 도봉서원은 1573년(선조 6년) 창건된 서원이다. '율곡전서' '대동지지' 등의 문헌에 따르면 이 서원은 영국사(寧國寺)라는 옛 절터에 세워졌다.

도봉구청의 복원 정비 계획에 따른 발굴 조사 결과 실제로 도봉서원이 영국사의 일부 건물·기단을 재활용한 것으로 밝혀졌고, 유물은 과거 영국사의 대웅전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중심 건물 기단에서 발견됐다. 나중에 기단을 파서 묻은 흔적은 없었다. 애초 영국사를 세울 때 부처를 공양하는 의식의 하나로 불교 용구를 묻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발견된 청동 유물에서 '도봉사(道峯寺)'란 글자가 확인됐기 때문에, 영국사의 원래 이름이 고려 초기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도봉사'였을 가능성도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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