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평정' 오승환 돌직구, ML서도 통할까

스포츠 2014. 8. 2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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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 31세이브로 입단 첫해 구원왕이 확실시되는 오승환. ⓒ 연합뉴스

이쯤 되면 구원왕 등극은 확정적이라 할 수 있다.

오승환은 20일 일본 교세라 돔 오사카에서 열린 '2014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와의 홈경기에 팀이 3-1로 앞선 9회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을 기록, 시즌 31번째 세이브를 따냈다.

이로써 오승환은 이 부문 전체 2위인 매티슨(요미우리, 21개)과의 격차를 10개로 벌리며 사실상 구원왕 타이틀을 찜해놓았다. 특히 오승환의 세이브 1위가 확정된다면, 일본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입단 첫해 구원왕이라는 기록을 쓸 수 있다.

한국 시절부터 리그를 주름잡았던 그의 돌직구는 일본에서도 그대로 통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빠른 볼에 대한 동경과 경외심이 상당하기 때문에 시속 150km 중반대의 묵직한 그의 직구는 체감상 더욱 위력적일 수밖에 없다.

만약이라는 가정법은 무의미하지만 일부 야구팬들은 오승환이 메이저리그에 직행했으면 어땠을까란 기분 좋은 상상을 하곤 한다. 물론 오승환에게도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겨울 계약기간 2년+연봉 3억 엔 등 총액 9억 엔에 사인한 오승환은 내년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는다. 즉, 선수 의지에 따라 메이저리그 진출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오승환은 미국 진출이 가능한 2016년, 34세가 된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에는 적지 않은 나이다. 게다가 강속구 위주의 투수이기 때문에 구속 하락도 걱정해야 한다. 게다가 일본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구원투수들의 경우, 피칭 스타일에 따라 성패 여부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지금까지 일본 구원왕 출신의 메이저리거는 모두 6명이다. '대마신' 사사키 가즈히로를 시작으로 다카쓰 신고, 오츠카 아키노리, 이가라시 료타, 후지카와 규지가 그들이다. 공교롭게도 빅리그에 연착륙한 투수들의 공통점은 하나 같이 강속구 투수들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90년대 중후반 선동열과 구원왕 경쟁을 펼쳤던 사사키는 2000년 시애틀에 입단해 그해 신인왕을 차지, 메이저 통산 129세이브를 거둔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다. 사사키는 직구 최고 구속이 150km 중반 대까지 나온 강속구 투수였지만 그의 주무기는 다름 아닌 스플리터였다. 빠르게 홈플레이트를 향하다가 타자 무릎 부근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사사키의 스플리터는 떨어지는 각이 예리해 'The Fang(송곳니)'로 불렸을 정도다.

샌디에이고, 텍사스에서 안정적인 불펜 자원으로 활약한 오츠카(4년간 13승 15패 39세이브 평균자책점 2.44)는 90마일이 겨우 넘는 직구였지만 뛰어난 제구력, 그리고 슬라이더의 날카로움으로 승부한 투수다. 여기에 독특한 투구 폼은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데 유효 적절했다.

일본 구원왕 출신은 아니었지만 불펜 투수로 성공적인 빅리그 커리어를 하세가와 시게토시, 사이토 다카시, 우에하라 고지 등도 볼이 빠른 투수들이 아니다. 이들은 구속보다 제구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주기라도 하듯 스트라이크존을 예리하게 넘나드는 변화구로 큰 재미를 봤다.

반면, 강속구 투수들인 후지카와와 이가라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오승환 이전, 한신의 수호신이었던 후지카와의 경우 부상 여부를 떠나 150km 중후반대의 불꽃 직구가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 입증되고 말았다.

후지카와는 여러 모로 오승환과 닮은 점이 많다. 2007년 46세이브로 일본 한 시즌 최다 세이브 타이기록 보유자인 후자카와는 직구에 대한 믿음이 대단한 투수다. 특히 오승환과 마찬가지로 평균 이상의 직구 회전수가 독보적인데 이로 인해 구속 이상의 구위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배트 스피드가 훨씬 빠르고 힘 좋은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 후지카와의 직구는 좋은 먹잇감에 불과했다. 지난 시즌 12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5.25의 굴욕적인 성적표를 받아든 채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최근 복귀했지만 마무리가 아닌 중간 계투로 실전 감각을 쌓고 있는 중이다. 이변이 없는 한 올 시즌 후 바이아웃으로 방출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오승환은 후지카와에게 없는 담대한 배짱이라는 또 다른 무기가 있다. 대표팀과 포스트시즌에서 유독 약했던 후지카와는 큰 경기 울렁증이라는 치명적 약점이 있지만 오승환은 돌부처라는 별명에 걸맞게 언제나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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