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학교 앞 호텔' 안 지어도 객실은 남아돌 판

2014. 8. 2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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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울 허가받은 호텔만 완공돼도

정부 예상 수요보다 훨씬 많아

관광객 호텔 이용률도 내리막길

잘못된 분석 바탕 규제풀기 강행

정부가 '학교 앞 호텔' 규제 완화를 추진하며 앞세운 '호텔 객실 공급 부족'의 근거를 반박하는 분석이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그동안 외국 관광객 증가로 객실이 모자라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안에 호텔 건립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2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문체부와 서울시한테서 제출받아 <한겨레>에 공개한 '서울시 호텔 수급 전망'을 보면, 이미 건립중이거나 승인을 받은 뒤 착공하지 않은 호텔들만 지어도 객실은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체부의 '서울 관광호텔 수급 분석' 자료를 보면, 2016년을 기준으로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한 해 1536만8000명이며, 호텔 객실은 6199실 부족한 것으로 예측됐다. 객실 수요가 3만7561실인데 공급은 3만1362실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정 의원한테 제출한 '사업계획 승인 호텔 사업 진행 현황' 자료 등을 보면, 정부가 객실 수요는 늘려 잡고 공급은 과소 추산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0년부터 2014년 7월 말까지 서울에서 사업계획이 승인된 호텔은 모두 179개로 객실이 2만6564실이다. 이 가운데 사업등록을 마쳤거나 포기한 경우를 빼고, 현재 건립중인 110개 호텔 1만8592실, 미착공된 18개 호텔 1789실을 더하면 2만381실이다. 이 호텔들이 2016년 영업을 시작하면 2014년 7월 현재 객실 3만1712실과 더해 서울의 호텔 객실은 5만2093실에 이른다. 정부 기준대로 객실 가동률 80%를 적용해도 4만1674실이다. 정부 예측 수요인 3만7561실보다 4113실이 많아 되레 공급과잉이 우려될 판이다.

정부가 경제성을 따져보지 않고 외국인 관광객 급증이라는 '장밋빛 가정' 아래 호텔 규제부터 풀려는 것도 우려스런 대목이다. 문체부는 외국 관광객의 호텔 이용률을 74.1%로 산출하고 있다. 그러나 정 의원이 공개한 서울 방문 관광객의 숙박시설 이용률 자료를 보면, 2012년 77.8%이던 호텔 이용률이 2013년 64.9%로 급감했다. 최근 몇년 새 모텔·여관·게스트하우스·레지던스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숙박시설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등록된 게스트하우스는 2012년 170곳 552실에서 2014년 7월 말 기준 512곳 1624실로 늘었다. 2013년 외국인 관광객의 게스트하우스 이용률은 8.4%다. 레지던스는 2013년 5월까지 19곳 2600여실이 공급됐는데, 콘도·펜션·레지던스를 합한 이용률은 7.3%다. 이 추세라면 외국인 관광객의 호텔 이용률이 정부 추산 74.1%를 유지하기 어렵다.

정 의원은 "정부가 일본 관광객의 감소, 중국 관광객의 증가, 단체에서 개별 관광 중심으로 바뀐 관광 트렌드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학교 앞 호텔 건립만 허용되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말하는 것은 정부의 관광정책 수립 능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야당의 반대로 관광진흥법 개정이 여의치 않자, 교육부 훈령을 통해 학교 앞 호텔 건립을 허용할 태세다. 교육부는 지난 5일 이런 훈령을 행정예고한 뒤 25일까지 찬반 의견을 듣기로 했는데,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등 시민단체들은 반대 의견을 제출하기로 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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