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거슨시만의 문제인가.. 백인들이 비운 집, 빈곤한 흑인이 채워 자연스럽게 분리 거주
백인 여성 섀런 오리스는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시가 고향이지만 1984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인근 세인트피터스로 이주한 뒤로는 퍼거슨에 가본 적이 없다. 오리스는 "어릴 적 추억이 있는 곳인데 왜 가고 싶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곳은 이제 내가 알던 퍼거슨이 아니다. 인구구성이 너무 바뀌었고, 주택보조금을 받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 됐다"고 말했다.
퍼거슨은 24년 전인 1990년만 해도 지금 같지 않았다. 인구의 흑인 비율은 25%, 백인은 74%였다. 2013년에는 흑인 67%, 백인 29%로 역전됐다. 다수 인구의 피부색만 바뀐 것이 아니라 계급도 바뀌었다.
퍼거슨에는 한인들이 많이 운영하는 '뷰티샵'이라는 가게들이 늘어났다. 흑인 여성들의 가발, 머리장식을 파는 곳이다. 20년 이상 뷰티샵을 운영해온 한인 뷰티샵협회 회장 이수룡씨는 "백인들이 비우고 나간 집을 흑인들이 채웠고, 이 주택들 중 일부는 빈곤층 주택보조를 받는 집이 됐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대도시의 쇠락과 관계가 있다. 전 미주리주 상원의원 제프 스미스의 18일 뉴욕타임스 기고에 따르면, 이 지역의 중심 도시 세인트루이스는 1960년대 사람들이 교외로 빠져나가 공동화되며 도시를 둘러싼 중산층 교외 벨트지역의 빈곤화가 진행됐다. 퍼거슨도 그중 하나였다. 도시에서 백인들이 더 먼 교외로 빠져나가는 현상은 1980년대에 마무리됐고, 그때부터 도심에 살던 흑인들이 퍼거슨과 같은 인접한 교외 지역을 채우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런 지역이 세인트루이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디트로이트 등 상당수 미국 대도시들이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분리정책을 규정한 법은 없어졌지만 도시 경계선을 경계로 한 자연스러운 흑·백의 분리 거주, 흑인 다수 거주지역의 소수 백인에 의한 통치가 다른 지역에도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도시정책프로그램 담당 연구원인 엘리자베스 니본이 지난 15일 웹사이트에 올린 '미주리 퍼거슨, 교외 빈곤의 상징'을 보면 퍼거슨 주민의 빈곤화는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더욱 가속화됐다.
< 퍼거슨(미 미주리주) | 손제민 특파원 jeje17@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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