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이 상상하는 If~ "내 전성기를 박병호와 같은 시대에 보냈다면.."

광주 | 윤은용 기자 입력 2014. 8. 20. 19:17 수정 2014. 8. 20.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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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박병호(28)는 지난 19일 목동 LG전에서 프로야구 통산 6번째 토종 40홈런 타자가 됐다. 2위인 같은 팀 강정호보다 5개를 더 치고 있는 박병호는 무리가 없는 한 3년 연속 홈런왕 등극이 확실시된다. 이제 팬들의 시선은 박병호가 올 시즌 50홈런을 칠 수 있을까에 몰려 있다.

박병호 이전 한국에는 이승엽(38·삼성)이 있었다. 프로야구 통산 최다홈런, 한 시즌 최다홈런 등 홈런에 관한 수많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이승엽은 올 시즌 한국 선수로는 자신과 심정수만이 도달했던 50홈런 고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후배 박병호가 대견하기만 하다. 20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이승엽을 만나 박병호의 홈런 레이스와 자신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내 전성기 때 병호와 경쟁을 했다면…"

1997년부터 2003년까지 7시즌 연속 30홈런을 달성한 이승엽은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홈런 타자다. 40홈런을 3번 달성했으며, 50홈런도 2번이나 기록했다.

3년 연속 30홈런에 역대 6번째 토종 40홈런 타자가 된 박병호는 올 시즌 이승엽 이후 처음이자 역대 3번째 3년 연속 홈런왕에 도전하고 있다. 이승엽은 "물론 나도 해보기는 했지만, 3년 연속 홈런왕이 더 대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 박병호의 홈런 레이스를 보며 이승엽은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물론 박병호가 아닌 자신을 향한 아쉬움이다.

"내가 전성기 때 지금의 박병호와 같이 선수생활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물론 심정수 선배도 대단했는데 병호랑 했으면 더 치열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같은 1루수에 병호는 우타자고 저는 좌타자니 그런 경쟁도 더 치열했을 것 같고요. 같은 세대에서 야구를 했다면 서로 더 이득을 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커리어에서 박병호는 아직 이승엽을 따라갈 수 없다. 하지만 이승엽은 "지금은 2010년대고 내가 활동했던 때와는 또 틀리다"며 "병호는 이제 시작이고 능력이 있다. 이런 기회가 자주 오는 것이 아니다. 병호가 이번 기회에 꼭 50홈런을 달성했으면 한다. 병호는 충분히 50홈런을 달성할 수 있는 타자"라고 말했다.

■병호야, 40홈런에 만족하지 마라

이승엽은 박병호의 40홈런에 대한 질문을 듣자마자 "(병호는) 40개를 쳤다고 기뻐하면 안된다. 이제는 50개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호가 잘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기에 만족해서는 안된다는 조언이었다.

56개를 쳤던 2003년, 이승엽은 78경기에서 40개를 쳤다. 박병호가 102경기만에 40개를 쳤으니 40홈런 페이스로는 이승엽이 월등히 빨랐던 셈이다. 하지만 이후 이승엽은 55경기에서 16개를 쳐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현재 박병호가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올 시즌 약 50개의 홈런을 칠 수 있다.

이승엽은 박병호가 받는 부담감이 상당할 것이라며 두둔했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을 이겨내야 한다고도 했다.

"지금 (박)병호가 마음에 받는 부담감이 상당할 겁니다. 하지만 그걸 또 이겨내야 해요. 프로선수라면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 병호가 이 상황을 즐기기는 정말 힘들겁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팬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지금이 행복하는 생각을 가져야 해요."

■병호는 장점이 훨씬 많은 타자

박병호는 전날 40홈런을 달성한 뒤 "이승엽 선배님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40홈런을 달성하기까지 체력적으로, 심적으로 많은 부담감을 받았던 박병호였기에 이승엽이 달성했던 50홈런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이 갔다.

하지만 이승엽은 오히려 "병호가 정말 대단한 타자"라며 후배를 더 치켜세웠다.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은 타자"라는 등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장점이 너무 많죠. 병호 스윙을 보면 기존 한국 타자들 스윙 속도보다 스피드가 더 빨라요. 그리고 중심이 앞에 있는게 아니라 항상 뒤에 있잖아요. 몸쪽, 바깥쪽, 높은 공, 낮은 공 가리지 않고 모든 공에 대응이 가능하고요. 또 홈런을 치면서 타율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데 병호는 그것도 되잖아요."

다만 이승엽은 현재 넥센이 순위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 조금 걱정이 된다고 했다. 팀이 개인보다 우선인 상황에서 박병호가 무턱대고 홈런 스윙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승엽은 "솔직히 (50홈런) 달성 가능성이 낮긴 하다. 그래도 불가능은 아니지 않나"라며 "병호가 50홈런을 넘어서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라고 격려했다.

<광주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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