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단식 38일.. 대통령 좀 만나게 해주시오"

손현성 입력 2014. 8. 20. 18:35 수정 2014. 8. 20.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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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유가족 김영오씨의 탄식

대통령 면담하러 행진하면 경찰이 번번이 막아

"청와대 행사 탓" 알고보니 새누리당 관계자 오찬

'3일만 하자던 단식이 38일째가 될 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물과 소금만으로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유민양 아버지 김영오(46)씨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힘겹게 장문의 소회를 남겼다. 그는 딸이 싸늘하게 죽은 이유만이라도 명확하게 규명해달라는 아버지의 간절한 바람과 이를 전하려는 발걸음이 국회 안에서, 청와대 가는 길에서 번번이 막히는 참담함을 토로했다.

단식 38일째, 김씨는 어른 주먹 두 개가 들어갈 만큼 커져버린 바지 허리춤을 고치며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민 400만명 서명과 유가족 뜻은 어디 가고 무슨 특별법 극적 타결이란 건지. 제대로 진상규명할 수 있는 특별법이 아니면 의미 없다"라고 썼다. 이어 "의원님들, (진상조사위의) 수사권ㆍ기소권 안 된다고만 하지 말라"고 했으며 이날 오전 찾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에게도 "재합의 내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전날 여야는 특검 추천위원 중 여야 추천 각 2명 중 여당 몫 2명을 야당과 유가족의 사전 동의 하에 여당이 추천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재협상을 타결했으나 유족 반대로 두어 시간 만에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됐다.

김씨는 또 19일 대통령에게 면담을 하러 청와대로 가다가 경찰에 제지 당한 일도 남겼다. 그는 "오전 경복궁 돌담길 중간부터 막더라"며 "청와대 행사 때문이라더니 '대외비'라던 행사는 새누리당 중앙위원 오찬이었다"고 했다. 이어 "오후에 다시 갔더니 청와대 분수에서 더 못 가게 했다. 37일 굶었으니 길을 터달라고 요청했으나 대통령경호법을 이유로 막혔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12일 전에도 '대통령님, 힘 없는 아빠 쓰러져 죽거든 사랑하는 유민이 곁에 묻어 주세요'라 적힌 문구를 가슴팍에 달고 광화문광장에서 30분을 걸어 청와대로 갔으나 분수 앞에서 제지 당했다. 그는 자신의 연락처와 대통령이 한 약속을 지켜달라는 메모를 민원실에 남기고 돌아섰다. 그 뒤로 대통령과 면담한 적은 없다.

이날 김씨의 단식을 만류하는 문재인 새정치연합 의원이 이틀째 이순신 장군 동상 앞 단식농성장을 지켰고, 9일부터 동조 단식에 나선 영화감독 10여명 등도 함께 했다. 앞서 전국 진보교육감 10명도 단식에 동참한다고 밝히는 등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 제정을 위한 단식 릴레이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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