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는 왜 나만 무나

취재 이동혁 기자 삽화 유사라 참고도서 《의심많은 교양인을 위한 상식의 반전 2014. 8. 2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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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와의 사투다.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우면 '앵' 하고 달려들고, 손을 휘젓다 못해 불을 켜면 사라지고 없다. 모기는 성충이 몸길이 1cm, 몸무게 3mg에 불과한 미물이다. 잠자다 부스스 일어나 뜬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다. 다시 불을 끄면 또 귓가에서 '앵'.

↑ [헬스조선](사진=헬스조선DB)

모기는 1~2앞도 제대로 못 보는 초고도 근시라는데, 깜깜한 방에 누워 있는 나를 어떻게 알고 덤벼들까. 사람의 체열과 온갖 냄새(땀·화장품), 숨 쉴 때 코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냄새를 맡고 사람을 찾아낸다. 유독 얼굴에 덤벼드는 것이 이산화탄소 탓이다. 모든 생물은 한 감각기관이 퇴화하면 다른 감각기관이 발달한다. 눈 뜬 장님인 모기는10~20 밖에서도 사람 냄새를 감지하는 초고성능 후각을 자랑한다. 사람의피부에 착륙하면 더듬이로 주둥이 박을 혈관의 위치를 탐지한다.

한 침대에서 나란히 잤는데 왜 나만 집중적으로 강제헌혈을 당하고, 아내는 물리지 않았을까. 그건 어젯밤에 술을 마시고 왔기 때문이다. 술기운에 체온이 올라가 땀을 더 많이 흘렸고, 가쁜 숨을 몰아쉬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았기 때문이다. 음주 수면은 모기를 모기는 왜 나만 무나 부르는 3종 세트의 종합판이다. 모기는 한번 포식하면 2~3일간 추가 수혈이 필요 없기 때문에, 나한테 날아들어 흡혈한 모기들은 옆에서 자는 아내에겐 관심도 없다.

양성주화성(陽性走化性)이라는 어려운 말이 있다. 생물체가 어떤 화학물질이 있는 방향으로 모여드는 성질을 가리킨다. 모기는 인체에서 배출되는 온갖 화학물질을 좋아한다. 그래서 신진대사가 활발한 손자·손녀가 나이 든 노인보다 모기에 더 잘 물려 할아버지·할머니의 속을 상하게 한다. 병약한 사람보다 건강한 사람이 더 잘 물리는 것도 건강한 만큼 신진대사로 몸에서 배출되는 물질이 많기 때문이다.

모기는 한번 물면 자기 체구의 2~3배의 피를 빤다. 우유 한 방울 정도 된다. 흡혈로 배가 빵빵해진 모기는 높이 날지 못하고, 벽에 붙어 쉬면서 소화시킨다. 잠자다가 모기에게 물려 깼으면 침대 주변 벽을 잘 둘러보라. 피 도둑은 멀리 도망가지 못한다.

모기는 알을 밴 암컷만 사람을 공격한다. 몸속에서 알을 키우는 데 필요한 단백질과 철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컷, 그리고 알을 배지 않은 암컷은 우아하기 그지없다. 꽃의 꿀이나 과즙, 수액(樹液), 심지어 이슬을 먹고 산다.

모기는 주둥이를 혈관에 박으면 먼저 침을 흘려 넣는데, 자신이 배를 채울 때까지 피가 굳지 않게 하는 항응고 물질이 침에 섞여 있다. 뚫힌 혈관 근처에 있던 백혈구는 항응고 물질을 감지하고 몰려들어 그 자리에서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을 분비한다. 히스타민은 모세혈관을 확장시키고, 확장된 혈관은 밀도가 낮아지면서 모기가 문 자리에 항체를 공급한다. 이 과정에서 피부가 붉게 부어오르면서 가려움증이 생긴다.

모기의 비행능력은 생각보다 별로다. 비행궤도는 어지럽지만 오래 날지 못하며, 선풍기 바람에 맥을 못 춘다. 선풍기를 침대 방향으로 틀어 놓으면 모기의 공습을 피해 단잠을 잘 수 있다. 모기는 저공비행 전용이다. 아파트로 치면 2층 정도 높이인 지상 7~8m 이상은 날아오르지 못한다. 그런데 고층아파트에 사는 우리 집에 어떻게 들어왔을까. 옷에 붙어 있거나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와 있다 귀가할 때 따라 들어온 것이다. 그러니 불쾌지수 높은 여름밤, 모기 때문에 잠을 못 잔다고 다른 식구에게 짜증 내지 말자. 다 내 탓이다.

월간 헬스조선 8월호(62페이지)에 실린 기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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