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진 친 박영선.. "죽느냐 사느냐 갈림길"

엄기영 기자 2014. 8. 2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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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을 통해 정치적 배수진을 쳤다. 이번에도 당내에서 추인을 받지 못하면 위원장 사퇴 압력이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 4일 전권 비대위원장에 오른 지 보름여 만에 정치적으로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섰다.

박 위원장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재협상안 추인 유보, 유가족 설득'이라는 결론이 나오면서 일단 시간을 벌었다. 그는 20일 오전 일찍 광화문 세월호 유족 농성장을 찾아 38일째 단식 중인 고(故)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 등과 면담을 갖고 재협상안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면담 도중 유족들이 고성을 지르고 탁자를 내려치는 소리가 밖으로 흘러 나왔고, 일부 유족이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등 분위기는 무거웠다.

박 위원장은 이후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김씨에게) 저희들이 잘못했으니 용서해달라고 했다. 유민아빠가 건강을 회복해야 우리도 힘이 난다고 말했다"고 면담 내용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김씨를 만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기자들이 재재협상 여부에 대해 묻자 "그것은 못한다고 말씀을 드렸다"고 확실히 선을 그었다. 유가족들이 재협상안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지만 더 이상 추가 협상은 없다며 정면 돌파를 택한 것이다. 새정치연합 지도부 관계자는 "박 위원장이 유가족을 설득하다가 안 되면 결국 재협상안 추인을 밀어붙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도 박 위원장이 재재협상에 나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만일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를 두 차례나 파기한다면 새누리당이 박 위원장을 협상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당내에서도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며 협상팀 교체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협상팀 교체는 '박영선 비대위 체제'에 대한 불신임으로 해석된다. 비대위 체제가 이어지더라도 박 위원장이 당 혁신을 이끌어낼 리더십을 유지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새정치연합은 마지막 구심점까지 잃은 채 리더십 진공상태로 떨어질 수 있다. 박 위원장 역시 기존에 쌓아온 투사 이미지가 독선과 불통 이미지로 바뀌고, 지도자로서 정치력에 의문부호가 붙는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막다른 코너에 몰린 박 위원장은 오후 7시에 열린 유가족 전체 총회 참석하는 등 설득 작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실무 협상을 책임진 우윤근 정책위의장, 안산에 지역구를 둔 김영환 전해철 부좌현 의원, 시민사회단체 출신 의원들도 설득작전에 투입됐다.

박 위원장이 세월호 정국 조기 돌파에 실패하면서 이날로 예정된 국민공감혁신위원회 출범은 연기됐다. 공감과 혁신을 내건 제1야당 비대위가 첫발도 떼지 못한 셈이다. 당 지도부는 이번 주까지는 혁신위 인선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나 전망은 불투명하다.

박 위원장이 진통 끝에 유가족 설득이나 재협상안 추인에 성공하더라도 이미 우군을 많이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초재선 강경파, 486(40대·80년대학번·60년대생) 등이 원내대표 선거에서 그를 지지했지만 세월호 특별법 처리 과정에서 소통부재 등을 이유로 우호관계에 균열이 생겼다. 대권 및 당권 주자들이 박 위원장을 직간접적으로 견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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